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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이름’ 잃은 배우 박성훈, ‘연기 장인’이라는 훈장을 얻다 [MK★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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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 종영 인터뷰


연기를 너무 열심히 한 탓일까. ‘전재준’부터 ‘유은성’까지, 본인의 ‘이름’을 잃어 버린 박성훈이지만, 이에 대해 속상해하기보다는 도리어 “실용적이고 유용하지 않느냐”고 밝게 웃을 뿐이었다.

“예전에 ‘하나뿐인 내편’으로 이름을 알렸을 때, 제 이름 보다는 ‘장고래’로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때도 그분이 좋았고, 지금도 기분이 좋은 게 제 이름이 정말 흔한 이름인거든요. 포털사이트에 박성훈이라는 이름을 치면 30명이 나올 정도로요. 그래서 그동안 제 이름을 모르시고 얼굴만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전재준’ ‘유은성’ 세 글자로 저를 떠올리게 해주셨으니, 너무나도 실용적이면서도 유용한 이름이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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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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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에게 ‘이름을 잃어버린다’는 건 어쩌면 ‘연기를 잘 한다’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속 전재준이었을 때나, ‘눈물의 여왕’ 윤은성을 연기했을 때나, 그 어느 순간에도 ‘박성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얼굴을 갈아 끼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에 몰입해 연기를 펼친 덕분에 ‘눈물의 여왕’에서 없어서 안 될 빌런은 탄생했지만, 이에 따른 고충도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재준’ 때는 제 캐릭터를 재밌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덕분에 욕을 먹기보다는 더 큰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웃음코드’도 많다보니 희화화로 봐주시는 부분들이 있었던 덕분이죠. 하지만 은성이는 아무래도 전재준보다는 조금 더 진지하고, 절절했던 해인(김지원 분)과 현우(김수현 분)의 사랑을 방해하는 역할이었잖아요. 주변에서 ‘장수하겠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욕을 많이 먹었던 것 같아요. DM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작품을 사랑해 주시고, 커플을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은 덕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박성훈이 연기한 유은성은 초반 오래전 첫사랑인 해인을 잊지 못하는 순정남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록 갈수록 젠틀한 얼굴 뒤 잔혹한 민낯을 감춘 악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극을 이끌어 갔다. 박성훈은 이 같은 캐릭터의 변화에 대해 “초반에는 해인이에게 천천히 스며들기 위해 갖고 있는 마음을 조금씩 표현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본성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은성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저돌적인 태도로 바뀐 시점이 ‘혜인이가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가 아닐까 싶어요. 원래 계획은 퀸즈 일가를 다 점령하고 나서 순서가 있었을 텐데, 해인이의 병을 알게 된 이후, 그의 마음을 사는 것이 1번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어요.”

윤은성은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주변인을 고립시키거나 파멸로 이끌고, 사람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및 사주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등의 잔혹한 면모를 보여줘야 했던 것. 이 같은 인물을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박성훈은 “힘들었던 부분은 저도 예전과 주변에 있는 지인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좋지 못한 기억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극중 은해인이가 수술을 받고 일어났을 때, 윤성이가 해인이를 가스라이팅을 하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거짓말을 하고. 그때 연기를 하면서 조금 가슴이 답답하고 숨도 잘 안 쉬어졌던 기억이 있어요. ‘찍기 싫다’ 이러면서 찍었죠. 촬영하면서 가장 버거웠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매일경제

사진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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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악행을 자행했던 윤은성의 최후는 ‘사망’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총격 사망에 시청자들 사이서 갑론을박이 일었지만, 박성훈은 이에 대해 “전체적인 끝맺음을 위해서라도 은성의 죽음은 필요했다”고 생각을 전했다.

“은성이가 죽는 장면은 연기하는 데 있어 복잡한 감정과 레이어가 있는 신이라고 생각해요. 은성이는 유년 시절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줘보지도 못한 인물이에요. 평생 해인이만 보고 살았기에 제대로 된 연애 경험도 없었을 거고요. 해인이를 바라봤던 친구가 해인이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비극적인 마감을 하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안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것이 조금이나마 시청자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끝맺음을 하는 데는 있어서는 은성의 죽음이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은성이는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렀어도 해인이에게 집착을 했을 것 같거든요. 해인현우 커플을 아름답게 보내주기 위해서는 죽음이 꼭 필요한 설정이지 않았나 싶어요.”

박성훈은 윤은성의 사랑에 대해 “여러 군상의 사랑이 있지만 이런 뒤틀린 사랑도 있구나, 너무 사랑하면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복잡미묘하고 다채로운 감정 속에 놓인 인물이기에 ‘너무 사랑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힌 박성훈에게 같은 상황에 놓이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돌아온 답은 “저는 절대 남의 여자를 건드리지 않습니다”였다.

“제 성격상 은성이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마음을 접고 혼자 정리를 하고 멀리서 응원하고 아파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해인과 현우가 ‘3년 차 부부’로 시작을 하잖아요. 아예 둘의 연애 시절부터 은성이가 들어와 있었으면 조금 더 흥미로운 삼각구도를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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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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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준과 윤은성, 극중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악역이라도 캐릭터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박성훈은 앞선 악역인 전재준과 차별점을 주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외적인 부분’과 대사를 하는 데 있어 ‘소소한 디테일’을 꼽았다.

“스타일에 있어서 전재준은 조금 가볍고 소위 말하는 ‘날티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어요. 레퍼런스들도 많이 보고, 래퍼들의 복장도 많이 찾아봤죠. 반면 은성이는 외향은 굉장히 젠틀해요. 그래서 외적으로는 포멀하고 스탠다드 적인 부분을 주려고 노력했죠. 말투에도 신경을 썼어요. 재준이와 다르게 은성이는 꾹꾹 눌러서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쪽으로 대사를 하려고 했다. 화를 내는 방식에 있어서도 재준이는 화를 내되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뒤에 강조를 줬줬다면, 은성이는 앞에 강조를 줬습니다.”

‘더글로리’에 이어 ‘눈물의 여왕’까지, 악역의 진수를 보여준 박성훈의 소망은 ‘선역’으로 돌아오기였다. 아시만 안타깝게도 차기작 역시 ‘선역’과 거리가 먼만큼, ‘선역’을 갈망하는 박성훈의 소망은 조금 천천히 이뤄질 전망이다. 영화 ‘열대야’를 소화하기 위해 체중감량도 진행한 박성훈은 이번 작품에서 마약 판매책이면서 본인도 마약을 즐겨 하는 만수라는 캐릭터로 돌아올 전망이다.

“딱 이번 작품까지만 하고 당분간은 선역을 하고 싶어요. 일단 어머니께서 많이 속상해하세요. 언제는 ‘제발 선한 역할을 해라. 주말드라마 한 번 더 하면 안 되겠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선역이 들어오냐고요? 들어오기는 합니다.(웃음)”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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