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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송강호 ‘연기 종합선물세트’, 못 먹고 살던 시대 ‘미국 피자’ 갈망한 ‘삼식이 삼촌’ [SS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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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 송강호(왼쪽)와 변요한이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된 디즈니+ ‘삼식이 삼촌’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 5. 8. 박진업 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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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태형 기자] “의원님은 미국 피자 먹어봤습니까?”

전쟁이 끝난 혼돈의 시대,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김산(변요한 분)이 정치적 스승 주인태(오광록 분)를 대신해 의원들 앞에서 연설하며 던진 질문이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은 모두가 배불리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엘리트 청년 김산과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 분)이 뜻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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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요한. 사진 |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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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김산이 언급한 ‘피자’는 대한민국을 산업국가로 만들겠다는 정치적 목표를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쓰인 이상적인 소재다. 또한 김산이 미국에서 피자를 접하며 조국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원동력이기도 하다.

‘삼식이 삼촌’은 이러한 하나의 큰 줄기를 가지고 인물 관계를 하나씩 뻗어나간다. 하루 세끼는 굶기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진 삼식이 삼촌은 김산이 자신의 욕망과 야망을 실현시켜줄 적임자로 판단해 그에게 접근한다. 김산은 부딪히는 현실에 좌절하다가 꿈을 이뤄주겠다는 삼식이 삼촌을 만나게 된다.

김산이 믿었던 주인태는 김산과 그의 연인 주여진(진기주 분)이 위기에 처하자 도망친다. 여기에 세강방직 사장이자 재계 순위 20위 기업인 모임인 청우회의 실세 안요섭(주진모 분)은 목표를 위해서 뭐든지 희생시킨다. 안요섭에게는 막내아들 안기철(오승훈 분)이 있지만 안기철은 큰형과 대조적으로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안요섭은 큰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안기철 대신 강성민(이규형 분)을 국회의원으로 만들려 한다. 강성민은 그동안 삼식이 삼촌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이뤄왔지만 이제 안요섭을 등에 업고 그를 버리는 카드로 쓰며 갈등의 씨앗이 된다. 아직 등장하지 않은 레이첼 정(티파니 영 분) 등의 활약도 예고됐다.

이처럼 ‘삼식이 삼촌’은 촘촘하게 짜인 인물 구성과 심리 변화를 묘사했다. 디즈니+가 홍보 문구로 쓴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란 개념 외에도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물들이 각자의 꿈과 욕망을 위해 힘을 합치고 배신하는 등 과정이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믿고 보는 배우인 송강호는 브라운관에서도 빛을 발했다. 영화와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송강호는 드라마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다만 연기 변신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다. 삼식이 삼촌 박두칠은 송강호가 이전에 했던 캐릭터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박두칠은 마치 ‘송강호 종합세트’ 마냥 그의 필모그래피 곳곳에서 따온 듯한 캐릭터성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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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사진 |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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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배불리 먹여야겠다는 이타적인 생각은 영화 ‘변호인’(2013)의 송우석을 떠오르게 하고, “난 원하는 건 뭐든지 얻거든”이란 대사에서는 영화 ‘기생충’(2019)의 김기택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야망을 위해 군인과 정치인들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모습은 영화 ‘밀정’(2016)의 이정출 같은 느낌도 준다.

그동안 서민 연기부터 악당, 이웃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연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온 송강호는 이번 작품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듯한 노력이 보였다.

변요한은 ‘드라마 후배’ 송강호의 옆에서 엇나가는 부분 없이 완벽한 연기 앙상블을 이뤘다. 여기에 조연인 진기주, 주진모, 이규형, 오광록 등도 각자의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하며 매력을 더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 뿐만 아니라 음악도 적재적소에 쓰였다. 시대 배경을 잘 나타낸 듯한 오프닝 곡과 인물 심리 묘사에 있어 긴장감 있는 음악을 적절히 사용했다. 신연식 감독의 무게감 있는 연출과 영상미도 고전풍의 ‘삼식이 삼촌’에 찰떡같이 맞아떨어졌다.

스승의날을 맞아 공개된 ‘삼식이 삼촌’이 디즈니+에 은혜로운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tha9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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