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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류준열 “‘더 에이트 쇼’ 다음이 궁금해지고 여러 번 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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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름대로 척하는 모습이 있을 거 아니에요. 남 앞에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모습을 3층이 잘 보여줬어요. 인간적으로. 그게 나쁘게 표현 안 돼 다행이에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에서 배우 류준열은 3층을 연기한다. 어리숙하게 남의 말을 믿고 사기 당해 몇억원의 빚을 진 희망 없는 인생이다. 큰 재주도 없어 그저 몸 하나로 몇만원이라도 더 벌려고 발버둥치다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다. 두 눈 질끈 감고 생의 저편으로 한 발 내디디려 할 때 어디선가 수상한 현금과 함께 동앗줄이 내려온다. 그렇게 ‘더 에이트 쇼’의 3층 거주민으로 쇼에 참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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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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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돈 벌기 게임에서 3층은 특출난 면이 없다. 두뇌도 신체도 평범해서 공동체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하고, 남을 즐겁게 할 장기 하나조차 없다. 류준열은 이 밍숭맹숭한 3층을 제 옷을 입은 듯 표현해 ‘연기 하나는 잘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류준열은 “3층은 아닌 듯 하면서도 욕심을 부리고 욕심을 부리면서도 인간적 모습을 보인다”며 “사람은 이 사이의 폭이 얼마나 좁냐에 따라 인물평이 결정되는 것 같다. 좁으면 좋은 사람, 넓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더 에이트 쇼’는 직업도, 이름도 모르는 8명이 8층으로 이뤄진 수상한 공간에 갇혀서 그저 시간이 지나기만 하면 큰 돈을 버는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류준열은 이 작품에 대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낀 게 당연하지 않은 순간이 왔을 때 치열함, 비겁해짐, 밑바닥을 보여주는 모습들이 재밌었다”며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게 즐겁고 배우로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분들은 망가지는 게 두렵지 않았냐, 걱정 없었냐 하는데 전 망가지는 연기라기보다 솔직한 연기라 생각한다”며 “어떤 배역이 왔을 때 인간으로서 척을 하거나 가면을 쓰는 게 아니라 솔직해지는 순간이 생긴다. 밥 앞에서 울면서 먹거나 볼일을 보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게 잘 표현됐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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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인간 사회를 은유한다. 지배와 피지배, 자본주의,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그렇기에 후반부로 갈수록 신체적, 정신적 폭력의 수위가 높아진다. 류준열은 “한재림 감독님은 이런 폭력적, 자극적 장면이 불편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 같다”며 “우리가 어디까지 불편해지고 어디까지 즐거워질 것인가 얘기하다보면 불편해지는 순간이 올텐데 창작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창작진이) 모든 장면을 고민 속에 만들었다”고 전했다.

“어떤 분들은 속옷을 입고, 어떤 분은 속옷을 안 입고, 제가 볼일을 보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를 1초만 보여줄까 2초를 보여줄까 이런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폭력적 장면에서 피를 얼마나 흘리지, 얼마나 노골적으로 흘릴지, 무기는 어떤 걸로 할지, 섹슈얼한 장면에서는 어디까지 보여줄지 이런 고민이 다 들어갔습니다.”

그는 “(시청자의) 호불호가 있다는 게 이 작품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게 아닐까”라며 “모두가 좋아하면 만든 의도가 빗나가지 않았을까 싶어서 한편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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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스포일러에 민감하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보기 힘들다는 그는 “이 작품은 내용을 알면서도 여러 번 보게 된다”며 “이유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건 (‘더 에이트 쇼’는) 끊지 않고 다음이 궁금해지는 작품”이라고 장담했다.

연기 경력 9년이 다 되간다는 그는 아직까지 별다른 슬럼프를 겪지 않았으나 ‘슬럼프의 예감’은 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작품은 제가 행복감을 느끼지만 어떤 작품은 시청자가 저한테 이런 모습을 바라지 않을까 하고 의무감으로 해야 할 때가 있다”며 “이런 고민이 시간이 갈수록 쌓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슬슬 다가올 슬럼프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온다면 피할 수 없지만 이걸 어떻게 현명하게 넘길까, 안 왔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며 “지금은 받아들이려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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