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경험이다. 신중하게 살아가겠다."

박세리희망재단은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 지하 1층 갤럭시홀에서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 씨 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박세리가 작접 참석했으며 그의 법률대리인 김경현 변호사도 함께 자리했다. 기자회견은 인사말 및 재단 소개, 사건 개요, 질의응답, 맺음말 순으로 진행됐다.

최근 박세리희망재단의 박세리 부친 박준철 씨 고소 소식이 전해진 뒤 사실과 다르게 과대 해석되거나 억측성 기사들이 일부 게재돼 곤욕을 치렀다. 결국 김경현 변호사는 전날 공식입장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기 위해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급작스럽게 공지됐음에도 기자회견 현장은 진행되기 30~40분 전부터 수많은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이날 김경현 변호사와 모습을 드러낸 박세리의 표정은 어두웠다. 박세리는 부친의 채무 문제가 과거부터 심각했다며 "꽤 오랫동안 이런 상황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 전에도 있었는데 점차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 은퇴 이후 한국 생활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상황이 수면 위로 올라왔고 (부친의 채무 관련) 문제점을 알게 됐다. 조용히 해결하려 했었지만 채무 관계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올라왔다. 그게 (고소의) 시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세리는 "박세리희망재단 이사회를 거쳐서 (부친을) 고소하게 됐다. 나는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공과 사를 구분해야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고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대해) 소통을 하거나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 이 사건 이후에는 대화를 하고 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세리는 "부모님과 소통하고 있나'라고 묻자 "안 하고 있다. 자매들과는 소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나 역시 심적으로 너무 힘들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는 것 같다. 힘든 결정이 오래 걸렸던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심란하다. 근데 해야 될 건 해야 된다. 아직까지 가족에게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박세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에 대해 "살면서 처음으로 겪는 일이다. 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회사를 개인적으로 운영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이번 일로 인해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확실히 나의 꿈 뿐만 아니라 미래 골프 꿈나무들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혹시나 인재들의 꿈이 (나로 인해) 꺾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눈물을 보이며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화가 너무 난다. 가족이었다는 게 가장 컸으니까 (나는) 계속 반대했고 막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 아빠와 나의 의견이 달랐다. 나는 한 번도 (아빠 의견에) 찬성 및 동의한 적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가 항상 좋은 일로만 정말 많은 기자회견을 했다"며 "나의 갈 길은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해야 내가 가는 길에 있어 단단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박세리는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용인시와 아트센터를 설립 중이다.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을 넣어 선수들을 키울 예정이다. 누군가의 꿈을 이루고자 달려가고 노력할 것"이라며 "나는 (유망주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또 다른 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단을 설립했다. 유망주들을 위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골프 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의 선수들의 좋은 환경에서 실력을 향상해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희망했다.

박세리는 끝으로 "우선 내가 바보 같을 수 (부친의 채무 변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일이 더 커졌다. 이 상황까지 오게 됐는데 잘못된 일은 잘못된 거라 생각한다. 가족이니까 보호하려는 마음이 커서 그랬다. 잘못된 부분은 오래 걸려 생각할 부분이 아니다. 나만의 착각이었다"고 후회했다.

이어 "(나의 선택이) 지금의 화를 더 부른 것 같다. 앞으로 해야 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교훈을 얻었다. 인생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경험이다. 앞으로 신중하게 크고 넓게 보면서 살아가겠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 부친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대전 유성경찰서에 고소했다. 박세리 부친은 국제골프학교 설립 업체로부터 참여 제안을 받고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후 엔터뉴스팀 기자 park.sanghoo@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엔터뉴스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