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권율 위한 ‘커넥션’ 균열..약쟁이 형사 지성의 선택은? [김재동의 나무와 숲]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니들 왜 그렇게 순순히 공사장에 나왔어?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준서가 나오란다고 그렇게 순순히 나올 애들 아니잖아?”

21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 9회에서 오치현(차엽 분)이 던진 의문이다. 균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기 보단 균열을 확인하는 선언 같은 질문이다.

오치현, 박태진(권율 분), 박준서(윤나무 분) 등은 원종수(김경남 분)의 부친 원창호(문성근 분)의 심모원려에 따라 원종수와 고등학교 3년을 한 반에 배정되며 마치 가신그룹처럼 키워졌다. 여기에 정윤호(이강욱 분)는 자발적 똘마니로 애써 끼어든 모양새다.

원종수가 주군, 박태진이 책사, 박준서가 인화담당, 오치현이 행동대장 정도의 포지션을 취해 왔다. 그래서 이들의 커넥션은 넷이지만 하나처럼 굳건한 듯 보였다.

단적으로 의리에 목 맨 캐릭터 오치현은 정윤호가 벌인 이명국(오일영 분) 살해를 “이명국, 내가 죽였다.”며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고 이 대화는 이어져 “11시 반에 안나오면 낼 아침 경찰이 영륜냉동에서 이명국 시체를 발견하게 될 거라고, 그거 우리가 한 짓이라고 다 말할 거라고.”라는 박준서의 전언까지 전하며 자신이 필오동 공사현장에 갈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설명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원종수와 박태진 모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드라마 화면으로는 정윤호의 범행이 드러났지만 “내가 죽였다”는 오치현의 말만 들은 두 사람은 그 범행이 ‘우리가 한 짓’으로 각색됐음에도 당연하게 넘어갔다. 적어도 이 셋은 ‘한 몸’이란 인식을 공유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필오동 공사장으로 박태진을 불러내며 박준서는 말했었다. “오면 너두 다른 애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있을 거야.” 즉 박준서는 ‘한 몸’같던 이들이지만 서로 각자 다른 생각과 비밀이 있음을 알려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니 이들의 커넥션은 이미 깨져 있었던 것이다.

먼저 눈치 챈 외부인은 원창호 회장이었다. 필오동 개발사업 PPT자료가 박태진의 작품임을 확인한 원회장은 박태진을 불러 물었다. “자산관리회사에 뭘 그렇게 주렁주렁 매달아 놨냐?” 당황한 박태진의 “이구그룹에서도 돈 빼갈 구멍이 필요할 것이고..”라는 변명을 끊고 “네가 원하는게 그거냐? 나랑 종수 몰래 돈 빼갈 구멍 만들어 놓는 거?” 라며 “넌 니 본분을 저버리는 순간 내게 아무 것도 아냐!”라고 경고한다.

어린 시절부터 부자가 되고 싶었고 제 위에 아무도 두고 싶지 않았던 박태진은 원종수를 위한 커넥션을 시나브로 자신을 위한 커넥션으로 변질시켜 왔다. 이명국이 발견한 천연마약에 원종수가 중독돼 가는 과정을 방관했고 그 시장성에 눈을 뜬 후 박준서, 정상의(박근록 분) 등을 끌어들여 다른 주머니를 찬 모양새다.

“5억 될 때까지만 한다고 했잖아! 근데 너 결국 내 말 안들어줬고, 우리 딸 먼저 보냈어. 이제 거기다...” 박준서가 전화로 박태진을 추궁한 내용으로 미루어 당초 박준서를 앞세운 마약유통은 5억원 규모를 목표로 했지만 박태진이 규모를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박준서가 채 말하지 못한 뒷 얘기는 제 아내 최지연(정유민 분)과의 불륜 이야기로 보이고.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커넥션 멤버간에 박준서가 말한 ‘새롭게 알게 될 것’이 드러나지 않은 인물은 원종수 뿐이다. 그에겐 무슨 비밀이 있을까?

어쨌거나 오치현은 황당할 뿐이다. 박준서가 죽은 새벽, 정윤호랑 영륜냉동으로부터 이명국의 시신을 옮긴 걸 아는 이는 아무도 없는데 이명국의 시신이 매장지를 떠나 제 집으로 옮겨져 있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런 오치현이 간과한 부분은 죽은 박준서가 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옮기도록 강요한 이가 박준서란 점이다. 그렇다고 죽은 박준서가 시신을 옮길 리는 없다. 적어도 둘 이상이 동원돼야 하는 작업이다.

눈에 띄는 두 사람은 정상의와 노규민이다. 박준서는 죽기 전 정상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노규민의 택시로 죽은 현장에 당도했었다. 현장에 원종수 등과 함께 정상의가 있었으니 오치현을 미행한 것은 노규민이기 십상이다. 아니면 정상의가 노규민과 합류해 영륜냉동을 감시하다 오치현·정윤호를 미행했을 수도 있다. 정윤호에게 이명국 시신의 행방을 알려 화염병을 투척하게 한 것도 둘 중 하나로 보인다. 모두 박준서의 안배일 확률이 높다.

그 박준서로 하여금 모든 걸 제 자리로 돌릴 결심을 하게 만든 계기는 이명국 시신의 발견 때문으로 보인다. 영륜냉동에서 원종수에게 배달할 약과 운종의료원에 보낼 약을 민현우(한현준 분)에게 전달할 당시 박준서는 신경이 곤두선 모습을 보였다. 아마 그 무렵 이명국의 시신을 발견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약에 살인까지.. 더 이상 브레이크 없는 친구들의 악행을 바라만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20년 전 채경태 사건을 본인이 외면함으로써 시작됐다는 죄책감도 가졌을 것이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상의 역시 채경태 사건과 이명국 사건에 무관치 않다. 자신이 채경태에게 폭행·갈취 당한 사실을 원종수 등에 알림으로써 채경태가 살해됐고 선배 연구원 이명국으로부터 천연마약 추출 및 배합법을 전수 받았기 때문에 이명국이 구애없이 살해당했을 거라는 죄책감을 가질만 하다.

노규민 역시 20년 전 그 방화 사건 때 채경태의 죽음을 방관한, 그리고 증언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 왔을 것이다. 따로 집을 오가며 함께 라면도 끓여 먹곤 했던 절친의 죽음을 방관한 죄책감으로 그 역시 파탄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럼 윤사장(백지원 분)을 시켜 장재경을 마약에 중독시킨 장본인은 누굴까? “마약으로 조종해 레몬뽕 조직을 와해시키고 원종수를 궁지에 몰려는 누군가?”란 오윤진(전미도 분)의 가설은 그닥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장재경에게 전달된 닥터의 메시지엔 조롱만 있을뿐 마약조직 척결의 단서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쌩쌩한 상태로 오거미파를 분쇄한 장재경이고 보면 단서만 전달해도 알아서 잘 소탕할텐데 족쇄를 채울 이유가 있을까 싶다. 마약 중독자로서의 기간 보다 훨씬 긴 장재경의 형사로서의 경력을 믿는다 해도 레몬뽕 조직 와해 전에 중독 사실이 들통나 수사배제될 확률이 훨씬 크다.

박준서가 해왔던 닥터 역할은 박태진이 이어받았을 공산이 크다. 그렇게 획득한 자금 100억원 상당이 코인지갑에 들어있고 그 비밀번호는 아마도 ‘1882’일 것이다. 이미 불륜 중인 아내 최지연이 알고 있는 ‘0305’를 비밀번호로 쓸 이유가 박준서에게 있을 턱이 없다. 그 100억 원은 필오동 개발사업에 투자돼 박태진이 원하던 부자의 꿈을 이뤄줄 종잣돈이 될 예정이었다.

OSEN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태진이 닥터라면 장재경 중독도 개연성이 있다. 장재경은 존재 자체로 정윤호 표현 ‘마음 약한’ 원종수에게 압박이 된다. 이미 20년 전 채경태 사건 때부터니 오랜 악연이다. 일반 마약반 형사가 그룹 후계자에게 가하는 압박보단 강도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압박받는 원종수는 으레 박태진에게 의지한다. 그럴수록 박태진의 활동반경은 넓어지고. 정말로 장재경이 이빨을 들이밀 땐 ‘마약 중독자’란 고삐를 잡아채면 된다. 20년 전에도 학교에서 쫓아냈으니 이번에도 경찰에서 쫓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박태진에겐 그보단 커넥션에 끼워준 정윤호가 골칫거리일 수 있다. 생각없이 행동하고 자칫하면 겁을 잘 먹는 인물이 정윤호다. 정윤호가 보이는 잔인성은 겁 많은 부류의 종특이다. 이처럼 겁 많고 생각없는 인물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어쩌면 박태진이 직접 손을 써야 될 인물로 비화할 수도 있다.

나쁜 놈들의 커넥션과 그에 맞서는 정의로운 형사 + 속물 기자의 맞대결은 엔딩을 향해 달음질치는 ‘커넥션’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다.

/zaitung@osen.co.kr

[사진] SBS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