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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리포트]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의 불편한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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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 ‘뮤즈’에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엠마 스톤의 명쾌한 정의였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의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공식 기자회견에서 “엠마는 당신의 뮤즈인가요?”라고 질문하자 엠마가 먼저 답했고 요르고스는 “그건 오래 전에 정해진 사실이다. 내가 그녀의 뮤즈”라고 부연했다.

엠마와 요르고스의 동행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엠마 스톤은 요르고스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점심을 먹으며 당시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9)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로 만들어지기 몇 년 전이었다. ‘송곳니’를 본 상태였고 ‘더 랍스터’가 칸에 갔을 때였는데 그에게 마냥 끌려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엠마는 “그의 영화와는 달리 온화하고 대화하기 쉬운 사람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그가 창조한 캐릭터와 풀어내는 방식에 매료되었다. 사실 우리가 비슷한 취향을 가졌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웃음지었다.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는 3장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다. 제목은 ‘친절의 종류’인데 영화는 불편함으로 무장한 친절밖에 없다. 스토리 전개가 명확하지 않은데 이전에 나온 내용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엮여 있다. 인간의 조건과 인간 행동에 관해 탐구하며 정체성, 통제, 소속감, 자유롭고 싶은 욕망을 이야기한다. ‘가여운 것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수상한 엠마 스톤과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윌렘 데포가 다시 뭉쳤고 새롭게 합류한 제시 플레먼스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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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의 식사 메뉴와 섹스 여부까지 세밀하게 지배하려는 보스 레이몬드(윌렘 데포)와 복종을 거부하고 더 이상 지시를 받지 않게 되면서 자신과 현실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는 로버트(제시 플레먼스), 바다에서 실종된 줄 알았던 아내 리즈(엠마 스톤)가 되돌아왔는데 자신의 아내가 아니라고 의문을 품는 경찰관 다니엘(제시 플레먼스),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여성이 위대한 영적 지도자가 되리라는 예언을 믿고 특별한 사람을 필사적으로 찾아다니는 에밀리(엠마 스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요르고스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할 때 ‘칼리굴라’를 읽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영감이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의 지배하려는 욕구에 관심이 갔다. 이내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가 몇 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먹고, 결혼을 할 수 있는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 사고가 나면 죽는지 등 다른 사람을 완전히 통제하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나의 스토리로만 구성된 장편 영화와 달리 옴니버스 영화는 첫 이야기에서 생각했던 모든 것을 다음 이야기로 가져올 수 있다. 더 복잡하지만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구조다. 3부작을 완성하는 과정에 같은 배우가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아이디어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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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의 유일한 공통분모는 세 편에 모두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 RMF(요르고스 스테파나코스)이다. 요르고스 감독은 RMF의 존재를 ‘미스터리’라고 표현하며 설명을 아꼈다. 크게 영화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는 듯하지만 엔딩 크레딧의 끝부분까지 지켜봐야 하는 인물이다. 1부 ‘RMF의 죽음’은 상사와 부하 사이에 존재하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흥미롭게 관찰한다. 엠마 스톤이 등장하는 부부 미스터리 2부 ‘R.M.F.가 날고 있다’는 감독 특유의 파격과 몸의 물질성이 어김없이 다뤄진다. 마지막으로 성적 순결에 집착하는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한 3부 ‘R.M.F.가 샌드위치를 먹는다’에서는 버려움에 대한 두려움을 뒤틀린 성과 부서진 육체로 보여준다.

요르고스 감독은 “내 영화에는 바디 랭귀지보다 '몸'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리허설을 할 때 지적인 장면보다는 몸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주 탄탄한 구조와 스토리, 캐릭터가 있으면 된다.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결과물을 물리적으로 만들어내야 하기에 ‘몸’이 매우 중요하다. 영화는 몸의 물질성에서 시작한다. 영화 속 인물들과 그들의 몸이 없다면 영화라 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하은선 기자·골든글로브협회(GG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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