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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결성 25주년 넬이 꾸는 꿈 “후지록→글래스턴베리 헤드라이너…아직 못 선 무대 많아요”[SS인터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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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밴드 넬.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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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 넬이 25년간 힘겹게 지켜온 국내 밴드신은 2024년 들어 최대 전성기를 맞았다. 혁오, 잔나비, 데이식스, 실리카겔 같은 MZ밴드들이 들어와 신을 키웠다. 하지만 넬은 정상에서 내려올 준비가 안됐다고 했다. 이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무대를 누빈다. 다음 달 15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명화라이브홀에서 열리는 클럽 콘서트 ‘아워 유토피아’로 팬들을 만난 뒤 대구와 부산, 일본과 대만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넬 음악은 여러 면모가 있습니다. 대중이 사랑하는 ‘기걷시’, ‘스테이’, ‘지구가 태양을 네 번’ 같은 곡이 있는가 하면 ‘기생충’이나 ‘믿어선 안될 말’같은 속이 뻥 뚫리는 록킹한 사운드의 곡도 적지 않습니다. 클럽콘서트는 후자가 주가 될 것 같은데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있다면요? 매 공연마다 ‘조명맛집’이라는 칭찬이 자자한데 전반적인 콘셉트 영감은 어디서 구하나요?

종완: 늘 꾸준히 아이디어를 생각해요. 최근 ‘앱’문제를 제외하면 지난 25년간 가장 고민한건 음반 제작과 공연 잘하는 것, 두 가지죠. 2023년 ‘크리스마스 인 넬스룸’은 2022년 ‘넬스룸’을 마친 뒤 “다음에 뭐하지” 생각하며 준비했죠. 그때 생각한게 23년에 반영이 됐어요. 영감은 항상 찾고 있어요. 이번 공연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을 하려고 셋리스트를 짜고 있어요. 그동안 안 들려드렸던 곡을 많이 부르려고요. SNS를 통해 팬들에게 물어보니 듣고 싶은 곡들이 많이 겹쳤어요. 비교적 초기 곡이 많았죠.

정훈: 곡작업 때 떠오르는 이미지나 색감을 조명 엔지니어님과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요. 클럽 콘서트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보니 그에 맞게 에너제틱한 느낌을 주려고요. 청중들이 공감할 수 있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경: 종완이는 음악 뿐 아니라 무대 연출 구상을 항상 하고 있죠. 멤버들도 평소에 느끼고 봤던 이미지들을 레퍼런스로 담아두고 있어요. 저희가 구상한 걸 현실화해주는 스태프분들과 장시간 회의를 하죠. 아주 디테일하게 하나의 앨범처럼 공연을 구상해요.

-최근 들어 공연 엔딩곡이 ‘믿어선 안될 말’에서 ‘렛더 호프 샤인’으로 바뀌었어요. 넬의 향후 활동 역시 희망 찬 길만 걷게 될까요?

종완: 사실 ‘렛더호프샤인’은 의도가 있는 곡이에요. 저희 공연장에 오는 팬 연령층을 보면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이 가장 많아요. 그 시기의 저도 음악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곡이 한 두 곡 있었으면 했죠. 저희가 실질적으로 남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어요. 그래도 음악으로 대중에게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쳤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저는 밝은 곡보다 어두운 곡이 도움이 됐지만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긴 한데 제가 그랬으니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7집 수록곡 ‘홈’과 ‘렛더호프샤인’은 가스펠 느낌이 강하다는 얘기를 들어요. 종교를 생각하며 만든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왜 종교를 찾을까, 신이 있다면 기도를 할까. 그런 생각을 하곤 했죠. ‘홈’은 아무리 힘든 시기라도 집처럼 돌아갈 수 있다면 위로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에요. 저희 부모님이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무의식적으로 그런 부분이 내제된 것 같아요.

정훈: 인생그래프가 굴곡이 있는 게 당연하다 생각해요. 희망만 계속되면 그게 희망인지 모르고, 감사한 줄 모르고 살아가다보니, 좌절이 있을 때 희망이 더 빛이 나죠. 힘든 길도 최대한 즐겁게 걸어야죠.

재경: 희망찬 길만 걷게 되길 바라며 연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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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넬 콘서트 ‘크리스마스 인 넬스 룸 2023’의 한장면.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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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후배들이 넬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함께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로 꼽곤 합니다.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종완: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아마도 음악만 하는 게 멋있어보여 그런 거 아닐까요. 저희가 넬이라는 팀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부심을 갖는 부분이죠. 물론 예능 프로그램 같은 방송을 잘 못하는 이유가 크기도 했어요. 그래도 음악만 꾸준히 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위치에 온 게 저희에게는 자부심이죠.

정훈: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뮤지션 후배들이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고 존중해준다는건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렸을 때 넬을 보고 음악을 시작해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많이 뿌듯하죠.

재경: 이유를 물어보고 싶어요. 하하. 영광입니다.

-밴드신 정상의 자리에 서 있습니다. 혹시 정상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나요?

종완: 가장 좋은 건 저희가 꾸준히 성과를 내는거죠. 만약 페스티벌에서 저희가 서브 헤드라이너를 한다면 인간적으로 다소 아쉬울 수 있어요. 그만큼 후배나 다른 밴드들이 올라오면 한국 밴드신이 더 발전하니 좋은 일이죠.

국내 페스티벌 문화가 정착된 게 20년이 채 안돼요. 저희가 3집 발표했을 무렵 생겨나기 시작했거든요. 잔나비같은 후배들 보면 정말 좋아요. 이런 팀이 나오는 주기가 짧아지면 밴드 붐이 더 거세지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 팀이 잘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어릴 때 꿈꿨던 밴드신이 됐으면 좋겠다는 로망도 있어요.

정훈: 아직 내려올 준비가 안됐어요.

재경: 일단 더 높은 정상에 올라가고 나서 결정하겠습니다.(웃음)

-25년 뒤의 넬의 모습은 어떨까요? 넬에게 ‘그리고 남겨진 것’이 있다면 무엇을 꼽겠나요?

종완: 단연 음악이죠. 유년기, 청소년기를 빼면 음악만 했으니 음악밖에 남는 게 없어요.

정훈: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 나올 곡 중에 그런 곡이 있다면 더 좋겠어요.

재경: 우리 멤버들이 남긴 모든 음악과 사랑해줬던 사람들이 남지 않을까요. 곡을 꼽으라면 ‘12세컨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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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넬 콘서트 ‘크리스마스 인 넬스 룸 2023’의 한장면.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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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전원이 미혼입니다. 뒤늦게라도 가정을 꾸릴 생각은 없나요?

종완: 가정은 혼자 꾸릴 순 없는 거죠. 예전에는 결혼에 부정적이었는데 요즘은 자녀에 대한 생각을 가끔 하곤 해요. 저도 가족상을 겪고, 정훈이도 부친상을 겪었잖아요. 저희 아버지가 상 치르면서 엄청 힘드셨을 텐데, 그래도 아들인 제가 있으니 조금 더 기운을 내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마찬가지로 제가 숨질 때쯤, 장례 치러줄 사람이 없을 수 있어요. 물론 죽으면 끝이긴 한데, 같이 슬퍼해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잖아요.

결혼제도는 여전히 부정적이에요. 결혼이 제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제도 자체가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정훈:아직도 하루하루가 정신 없고 빠르게 지나고 있어요.

재경: 음악 말고 뭘 꾸리는 건 과분하다고 느껴져요.

-넬이 ‘꿈을 꾸는 꿈’은 무엇일까요? 못해 본 것들, 꿈꾸는 것들이 있다면요?

종완: 불가능한 일이긴 한데 100% 만족하는 음반을 만드는 것. 그리고 해외 페스티벌이나 못 선 무대들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이나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헤드라이너요. 두 페스티벌 모두 밴드들이 리스펙트 하는 공연이죠. 얼마 전 대학 축제에서 만난 세븐틴 승관이가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고 해서 엄청 부러웠어요.

시대가 변해서 후배들이 월드투어 나서는 모습도 부러워요. 25년을 했으니 저희가 느슨해질 수 있는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죠.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정훈: 죽기 직전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공연하는 게 꿈이죠.

재경: 꿈을 이뤘지만 더 키우고 싶어요. 대놓고 하고 싶은 건 장기간 해외 투어, 그리고 잠실 주경기장에서 ‘크리스마스인넬스룸’을 열고 싶네요.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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