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0 (화)

[EN:박싱]포스트 팬데믹 전후, 달라진 엔하이픈의 '자기 서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엔하이픈 정규 2집 '로맨스 : 언톨드' 제작기 ② 앨범 편

핵심요약
상품 개봉을 뜻하는 '언박싱'(unboxing)에서 착안한 'EN:박싱'은 한 마디로 '앨범 탐구' 코너입니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을 알아보는 '왓츠 인 마이 백'처럼, 앨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살펴보는 '왓츠 인 디스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편집자 주]
노컷뉴스

지난달 12일 두 번째 정규앨범 '로맨스 : 언톨드'를 발매한 그룹 엔하이픈. 빌리프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12일 발매된 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정규 2집 '로맨스 : 언톨드'(ROMANCE : UNTOLD)에는 총 10곡이 실렸다. 첫 번째 트랙 '문스트럭'(Moonstruck)부터 타이틀곡 '엑스오'(XO)(Only If You Say Yes)와 '유어 아이즈 온리'(Your Eyes Only) '헌드레드 브로큰 헐트'(Hundred Broken Hearts) '브로웃 더 힛 백'(Brought The Heat Back) '파라노말'(Paranormal) '로얄티'(Royalty) '하이웨이 1009'(Highway 1009)가 실렸다. 타이틀곡 '엑스오'는 영어 버전으로도 수록됐다. 마지막 트랙 '하이웨이 1009'의 내레이션 버전은 오직 실물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게 했다.

트랙 리스트를 살펴보면, 얼터너티브 알앤비, 소프트 신스 팝, 펑크/댄스 팝, 드럼 앤 베이스, 모던 팝, 미디움 팝 등 다채로운 장르를 담은 것을 알 수 있다. 엔하이픈의 '성장'과 더 넓어진 '색깔'을 보여주고자 한 소속사의 기획 의도가 녹아 있는 부분이다. 곡의 순서 배치에도 물론 신경 썼다. 각 곡이 지닌 장르와 분위기, 가사를 두루 고려해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

CBS노컷뉴스는 두 번째 정규앨범 '로맨스 : 언톨드'를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일 서면으로 이루어졌고, 이번 편에서는 소속사 빌리프랩 내 앨범 스토리텔링팀, A&R팀이 답변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1. 앨범의 새 주제로 '로맨스'를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앨범 스토리텔링팀 : '포스트 팬데믹'을 기점으로 엔하이픈은 팬들과의 관계, 더 나아가 자신을 바라봐주는 이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 팬들과의 관계를 가장 극적이고 압축적인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야기로 비유한 것이 '로맨스' 시리즈인데요.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관계,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로맨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로맨스' 시리즈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각 곡에 배치했습니다. 세상에서 오직 우리 둘밖에 없는 것 같은 감정, 질투, 헤어질 것 같은 두려움, 연인과 떨어져 혼자 있을 때 느끼는 감정 등 '로맨스' 시리즈는 순차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아닌 사랑에 빠졌을 때 겪는 '감정'과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각 곡이 어떤 감정을 대변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팬들에게 큰 재미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사랑'이라는 감정을 엔하이픈이 어떻게 다루는지 따라가 보는 것도 앨범 서사를 이해하시는 데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엔하이픈은 데뷔 앨범부터 멤버들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곡을 수록했는데요. 엔하이픈에게 있어 '사랑'은 낯설고, 촌스럽고,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런 엔하이픈이 점차 성장하여 누군가에게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인정하고, 그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과정을 데뷔 앨범부터 이번 정규 2집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팬들에게 엔하이픈은 아이돌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존재라고도 생각합니다. 팬들이 보는 엔하이픈이 어떤 모습인지를 반영하면서도, 엔하이픈의 앨범에 자주 등장하는 '뱀파이어' 요소와 엔하이픈은 '무대에 서는 아이돌'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멤버들이 전하는 로맨스를 '파라노말 로맨스'로 표현하였습니다.

노컷뉴스

엔하이픈은 뱀파이어 세계관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빌리프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 화려한 데뷔가 주어진 것인지 스스로 쟁취한 것인지를 그린 '기븐-테이큰'(Given-Taken), 데뷔 후를 혼돈의 카니발에 비유해 도취돼 몽롱해진 소년들의 모습을 그린 '드렁크-데이즈드'(Drunk-Dazed), 욕망에 길들여질 것인지 욕망으로부터 내동댕이쳐질 것인지 딜레마에 빠진 '테임드-대시드'(Tamed-Dashed), 주어진 조건이 축복인 줄 알았지만 사실 모든 것이 저주임을 깨닫는 '블레스드-커스드'(Blessed-Cursed) 등 엔하이픈은 데뷔 때부터 '자기 서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2022년 '매니페스토'(MANIFESTO) 앨범부터는 결이 조금 달라진 느낌입니다. 이번 앨범에서 '로맨스'를 중심에 둔 것처럼 앨범에서 이야기하는 '소년'이 현실의 엔하이픈과 일치한다기보다는 이야기 혹은 세계관을 위해 만들어 낸 화자처럼 보이는데, 이런 해석이 맞나요?


앨범 스토리텔링팀 : 엔하이픈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자기 서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자님 말씀대로 '매니페스토' 시리즈를 기점으로 결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신 것이 맞습니다. '매니페스토' 시리즈부터 엔하이픈은 '내'가 아닌 '우리'와 '너'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죠. 이러한 서사에는 엔하이픈이 데뷔 후 팬들과 소통을 하면서 느끼게 된 과정을 그대로 반영한 것입니다.

그리고 '블러드'(BLOOD) '로맨스'(ROMANCE) 시리즈를 기점으로 엔하이픈에게 달라진 가장 큰 점은 '포스트 팬데믹'이라는 상황입니다. 엔하이픈은 팬데믹 시기에 데뷔해 팬들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었습니다. 하지만 '블러드' 시리즈 앨범이 발매되기 전 투어를 통해 팬들을 직접 만나게 됐어요. '매니페스토' 시리즈에서 확정된 나를 넘어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팬들을 만나면서 강화된 것입니다. 엔하이픈도 팬들을 대면하기 전후로 감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하였고, 그것이 앨범 서사에 반영됐습니다.

엔하이픈은 '아이랜드'(I-LAND)를 통해 팬들의 선택을 받아 데뷔한 그룹인데요. 엔하이픈에게 힘을 준 존재는 곧 팬입니다. 그래서 엔하이픈과 앨범 속 화자는 일치하기 때문에 앨범 서사에 등장하는 '너'는 팬들이 될 수밖에 없죠.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스토리를 팬들께 전달하기 위해 '다크 문'(DARK MOON) 시리즈라는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와 컬래버했습니다. 부가적으로 '다크 문' 시리즈의 캐릭터를 통해 앨범의 이야기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팬들에게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요. 앨범을 통해 '뱀파이어' 요소를 주로 선보인 엔하이픈과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경계에 선 자'라는 엔하이픈 데뷔 상황을 반영해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엔하이픈이 곧 '다크 문' 시리즈 속 캐릭터는 아니며, 오리지널 스토리와 엔하이픈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컷뉴스

왼쪽부터 엔하이픈 니키, 성훈, 정원. 빌리프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 앨범 소개 글을 보면 수록곡 전 곡이 '너'에게 충성을 바친 소년의 상황과 심정을 테마로 완성됐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곡마다 주제가 뚜렷하기에, 트랙 배치에도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설명 부탁드립니다.


A&R팀 : 각 곡의 장르와 무드, 가사에 담긴 주제를 함께 고려하여 트랙을 배치했습니다.

1번 트랙인 '문스트럭'의 경우, 기존 엔하이픈의 세련되고 팝스러운 유려한 느낌이 담긴 곡으로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를 잡아주며 시작을 알리기 좋은 트랙이라 판단되어 첫 곡으로 수록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은 '달빛 아래 황홀한 데이트'라는 주제를 담아 뱀파이어 요소를 일부 차용한 스토리의 내용으로 가사를 풀어보았습니다.

이후 전반적으로 라이트해지고 무게감을 줄인 이번 앨범의 방향성을 표현하기 위해 '엑스오'를 순서대로 실어 특별한 네가 나를 허락하기만 한다면 계속해서 우리의 비밀을 만들어 가고 싶다는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어서 살짝 분위기 전환을 주기 위해 우리에게 비극적인 결말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로 독특한 감성을 담은 올드스쿨 알앤비 스타일의 '헌드레드 브로큰 헐트'를 배치했습니다.

이후 앨범에 다이내믹을 더하고자 엔하이픈의 장점인 퍼포먼스와 세련됨, 청춘의 에너지를 담은 '브로웃 더 힛 백'을 5번 트랙으로 두어 사랑하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질투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후 초월적인 사랑의 힘을 담아낸 '파라노말', 너에 대한 충성을 이야기한 모던 팝 곡 '로얄티'를 차례로 들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마지막 트랙으로는 팬 송인 '하이웨이 1009'를 수록해 리스너들이 앨범 플레이를 마친 후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해 보았습니다.

노컷뉴스

왼쪽부터 엔하이픈 선우, 제이. 빌리프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 90년대 알앤비 장르 곡이 떠오르는 '헌드레드 브로큰 헐트'는 다른 수록곡보다 성숙한 느낌이 강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올드 스쿨 스타일의 알앤비 트랙에 도전한 이유와 의도가 있을까요?


A&R팀 : 먼저 장르적으로는 멤버들이 가창 시 가장 유려하게 곡의 무드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장르가 알앤비라고 생각했습니다. 성숙한 느낌의 트랙이지만 엔하이픈만의 감성을 더하면 단순히 성숙하기만 한 것이 아닌 독특한 무드의 곡이 나올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또, 레트로함이 엔하이픈만의 세련됨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차별성을 주고자 의도적으로 90년대 올드 스쿨을 가미하여 '헌드레드 브로큰 헐트'라는 곡을 완성했습니다.

5. 이번 앨범에는 다양한 장르가 수록됐습니다. 여러 장르가 담기도록 의도한 부분이 먼저였는지, 앨범에 수록할 곡을 추리다 보니 여러 장르가 모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A&R팀 : 여러 장르가 담긴 것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의도한 부분입니다. 정규 앨범이다 보니 기존 발매했던 앨범에서 보여 드렸던 장르를 통해서는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을 담고자 하였고, 시도해 보지 않았던 장르도 담아내면서 보다 다채로운 엔하이픈의 색깔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장르를 담는 것과 동시에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들으셨을 때 전체적인 흐름이 유기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께서 저희의 의도대로 앨범을 감상해 주시고 느껴주시는 것 같아 감사히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노컷뉴스

왼쪽부터 엔하이픈 제이크, 희승. 빌리프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 8번 트랙 '하이웨이 1009'는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했고 희승씨가 프로듀싱을 맡아, 멤버와 회사 양쪽에 모두 의미가 깊은 곡일 것 같습니다. 작사, 프로듀싱을 해낸 멤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R팀 : 멤버분들이 평소에 엔진(공식 팬덤명)에게 하고 싶었던 마음을 음악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결과가 가장 뜻깊었습니다. 특히 멤버분들이 엔진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작업도 하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진솔한 마음을 완성도 있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했던 트랙입니다. 이를 성공적으로 해낸 멤버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멤버분들이 작곡, 작사, 악기 연주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며 대견하다 느끼기도 했고, 멤버 분들 모두 음악적 욕심이 많기에 앞으로도 차근차근 꾸준히 작업하여 더 좋은 모습을 엔진과 글로벌 음악 팬 분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7. '하이웨이 1009'의 내레이션 버전을 따로 만든 이유, 이를 실물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게 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A&R팀 : 엔하이픈과 엔진만의 조금 더 은밀하고 진심 어린 우리만의 메시지, 혹은 비밀처럼 느껴질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 실물 음반에만 수록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희승씨의 첫 자작곡이자 멤버 7인이 작사에 참여하여 엔진분들에게 특히 더 소중한 곡이기에 전달 방식에도 많이 고민해 결정했습니다.

노컷뉴스

엔하이픈은 '로맨스 : 언톨드'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2위를 차지해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빌리프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8. 이번 앨범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은 무엇인가요?


6번 트랙의 '파라노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곡 작업의 초기 단계부터 공연과 무대에서 팬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신나게 즐길 수 있는 그림의 곡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런 무드를 잘 담아내기 위해 록 드럼 앤 베이스 장르로 방향을 잡아 작업을 시작했고, 다양한 탑라인 아이디어를 수급해 정리하는 과정에서 '함께 소통하는 곡'에 걸맞은 곡으로 완성된 것 같아 무대를 보면 남다른 기분이 듭니다. 또한, 엔하이픈의 강점인 콘셉추얼함을 살린 '초월적인 사랑'이라는 내용의 가사로 한 편의 청춘영화 같은 무드의 곡으로 탄생해 많이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9. 앞으로 엔하이픈 앨범에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 멤버들의 참여는 더 늘어날까요? 회사 차원에서 직접 참여를 권하는 편인가요?

A&R팀 : A&R팀 입장에서는 멤버분들의 음악적인 참여는 언제나 환영하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멤버분들께서도 작사, 작곡, 프로듀싱과 같은 음악적인 작업에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작업해서 좋은 기회가 온다면 멤버분들의 창작물도 선보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멤버분들의 음악적 참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언제든지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