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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연예계 연좌제,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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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예비신랑 양재웅 환자 사망 사고에 '악플 세례'...커리어 급제동
지연도 남편 황재균 벤치클리어링 이슈에 덩달아 소환
무분별한 연좌제식 비판, 2차 가해 위험성..객관적 시선 갖춰야
한국일보

그룹 EXID 출신 하니(왼쪽)과 티아라 출신 지연은 최근 예비 신랑 및 배우자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함께 비판을 받았다. 하니, 지연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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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가 연좌제(범죄나 물의를 일으킨 사람과 일가친척이거나 특정 관계에 있는 사람이 연대 책임을 지고 함께 처벌받는 제도)에 신음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적 물의를 빚은 연예인(혹은 유명인)의 배우자·자녀 등에 대한 연좌제식 비판을 향한 문제의식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아닌데다, 논란과 무관함에도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견이 여전히 분분한 가운데 여전히 연예계 연좌제의 현실은 냉혹하다.

최근 연예계 연좌제에 대한 화두를 다시 한 번 던진 인물은 그룹 EXID 출신 배우 하니였다. 하니는 지난 6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웅과 4년여의 열애 끝 결혼 발표를 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예기치 못한 곤경에 빠졌다. 결국 결혼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하니의 예비 신랑인 양재웅 원장의 병원에 식욕억제제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환자 A씨가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A씨가 사망 전 복부 통증 등을 호소했음에도 해당 병원의 간호조무사와 보호사 등이 이를 무시하고 환자를 방치한 탓에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는 유가족의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재웅 역시 거센 비판 여론에 휩싸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양재웅은 환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소속사를 통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고 나서야 뒤늦은 사과에 나섰다는 점과 사망 사고 이후에도 양재웅이 다양한 방송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그 사이 하니와의 결혼까지 발표했다는 점 때문에 비판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가운데 비난의 화살은 양재웅과 결혼을 발표한 하니에게도 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 양재웅의 병원에서 일어난 환자 사망 사고를 하니 역시 인지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하니의 SNS 등에 수위 높은 악플을 쏟아냈다. 하니가 이번 사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 등은 모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추측에 불과했지만, 하니는 양재웅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오랜 연인이라는 이유로 인신공격 수준의 비판의 집중 포격을 받았다.

악화된 여론 속 하니는 MC로 출연을 앞두고 있던 JTBC 새 예능 '리뷰네컷'에서 돌연 하차했다. 하차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가 프로그램 측에 직접 하차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양재웅과 관련한 환자 사망 사고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EXID가 최근 데뷔 12주년을 맞았을 때도 기념일을 자축한 다른 멤버들과 달리 하니는 홀로 침묵을 지켰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에 대한 논란 속 오랜 시간 하니가 쌓아온 연예계 커리어 역시 순식간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환자 사망 사고와 직결된 인물도 아닌데다, 항간의 추측처럼 미리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비방을 쏟아내는 것은 과도한 연좌제식 처사라는 시선이 제기되기도 했다.

티아라 출신 지연 역시 남편인 KT 위즈 소속 야구선수 황재균에 대한 잡음 속 연좌제식 악플에 시달렸다. 앞서 황재균은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 당시 상대편 투수의 삼진 세리머니에 거칠게 불만을 표했고, 양 팀 선수들이 몰리며 벤치 클리어링 사태를 야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야구 팬들의 비판이 이어진 가운데, 지연의 SNS에도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이 이어지며 지연 역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지연 역시 황재균의 클리어링 사태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에도 배우자라는 이유에서 '연좌제식' 악플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이 큰 범죄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가족 등이 해당 사건에서 파생된 이익 등을 나눠 취했거나 부당한 행동에 동조를 했다면 그에 따라 관련인들이 모두 적법한 처분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별도의 혐의점이 없는 상황에서 범죄나 물의를 일으킨 대상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한 비난을 가하는 것은 분명한 2차 가해 행위다.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공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죄를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주장 역시 어불성설이다. 부당한 연좌제는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보다 객관적 시선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성숙한 대중의 태도가 요구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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