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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8 (수)

드라마 주인공들, 왜 '성장'이 필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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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X멜로'·'개소리'…성장기 담은 드라마들
윤계상 "드라마 대본 구조 비슷해"
한국일보

'개소리'는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다. 아이엠티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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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자랑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중이다. 그러나 '선역의 성장 서사'라는 요소에는 눈에 띄는 변주가 없다. 대부분의 주인공은 각종 위기 속에서 성장을 경험한다.

JTBC 드라마 '가족X멜로'는 주요 캐릭터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그려냈다. 제작진은 방송을 앞두고 "철부지 막내 변현재(윤산하)의 성장사를 지켜봐달라" "서로에게서 독립한 금애연(김지수) 변미래(손나은)가 오롯한 자신만의 삶을 찾으며 더욱 비상할 수 있을지 두 모녀의 성장에 주목해달라" 등의 이야기를 전하며 성장사를 강조했다.

오는 22일 tvN에서 방송되는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는 성장 로맨스다. 한평생 짝짝이 가슴으로 서럽게 살아온 영선(이주영)은 우연히 브래지어 끈이 내려간 날 이후 가슴 떨리는 일들을 마주한다. 제작진은 이 작품을 '콤플렉스 극복 성장 로맨스'라는 말로 설명하며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를 되찾기 위해 세상 앞에 나서는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도 용기와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라고 전했다.

노년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는 작품도 예외는 아니다. 이순재 김용건 예수정 등이 출연하는 KBS2 새 드라마 '개소리'는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다.

성장기, 계속 안방극장 찾는 이유

한국일보

윤계상은 최근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관련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스토리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가 이 작품에서 연기한 주인공 상준은 불현듯 찾아온 위기 속에서 무너지고,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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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은 최근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관련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스토리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드라마 대본의 구조가 비슷하다. 선역이면 성장 캐릭터고, 악역이면 깨부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독특한 구조에 끌림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가 이 작품에서 연기한 주인공 상준은 불현듯 찾아온 위기 속에서 무너지고,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품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와 달리 선한 주인공에게 성장 스토리를 부여한다. 진부하지만 이야기의 완결성을 높이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선호와도 맞닿아 있다. 한 드라마 제작진은 본지에 "주인공의 위기와 성장을 그려낼 때 기승전결 구조를 만들어내기 좋다. 더불어 시청자들이 주인공의 성공과 그 과정에서의 성장을 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주인공의 성장을 보길 원할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원한 성장을 경험하지 못한다. 경험하더라도 수십 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주인공은 열몇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러한 주인공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폭발적인 성장이 아니더라도 극적인 재미나 만족감 정도는 누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장'이 드라마의 대표적인 상업적 코드로 자리잡게 됐다고 분석했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주인공의 성장을 그려낼 필요는 없다. OTT가 파격적인 소재와 내용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앞장 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상준처럼 기존의 틀을 벗어나는 캐릭터가 등장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개척되지 않은 길을 걷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능력 있는 창작자들이 성장사 없이도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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