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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내 요리 선택 안하는 안성재, 안 맞아”…‘흑백요리사’ 뜨자 예약 4900%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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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

글로벌 비영어 콘텐츠 1위 찍은 비결

헤럴드경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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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방송으로 보니 안성재 셰프는 내 음식을 한 번도 선택하지 않더라.” (백종원의 유튜브에 출연한 최현석 쵸이닷 오너 셰프의 멘트)

쫀쫀하고 짜릿하다. 날고 기는 캐릭터 열전, 흥미로운 미션, ‘엔딩 요정’ 버금가는 편집의 묘미까지…. 전 세계를 사로잡은 넷플릭스 서바이벌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에서 살아남은 여덟 명의 셰프들이 방송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제 마지막 2회를 앞두고 있는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제작진과 셰프들은 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 참석, “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다”며 “불경기로 어려워진 외식업계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보람차다”고 입을 모았다.

연출을 맡은 김은지 PD는 “매 미션마다 ‘맛으로 승부한다’는 대전제를 두고 다양한 요소를 녹였다”며 “주제, 대량 요리, 가격에 맞는 맛을 선보여야 한다는 미션을 통과하면 육각형에 가까운 대한민국 최강 요리사가 탄생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골자”라고 했다.

‘흑백요리사’는 전 세계에서 이름 난 스타 셰프인 ‘백수저’ 20인과 ‘재야의 고수’로 불리는 흑수저 셰프들이 맛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계급 전쟁’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은 ‘외식업계 왕’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국내 유일의 미슐랭3스타인 모수 안성재 오너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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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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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인 줄 알았는데” 왜 참가했나 물으니…백수저 셰프들이 이 프로그램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딤섬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안고 있는 이연복 셰프의 애제자인 티엔미미 정지선 셰프는 “처음엔 경연에서 지면 직원들에게 창피할 것 같아 고민했는데 새로운 주제로 공부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 셰프는 흑백요리사 1대1 대전에선 시래기 바스, 패자부활전에선 유탕면, 흑백 혼합 팀전에선 마라크림 딤섬을 만들어 호평을 받았다. 그는 “디저트로 골라 기교를 보여주는 메뉴가 바스였는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미국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아이언 셰프’(2010) 우승자로 백악관 만찬 셰프인 에드워드 리는 “미국에서 경연 프로그램에 두 번이나 나갔기에 다시는 참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치르는 첫 대규모 요리 경연에 나를 떠올렸다는 것이 감사하다”며 참가 배경을 전했다.

최현석 셰프는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당연히 심사위원인 줄 알았다”며 “피디님이 셰프님은 챌린저가 더 멋있다는 말에 참가하게 됐다. 출연을 결심하고선 잘하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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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연출을 맡은 김학민 김은지 PD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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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스타 안성재 셰프의 심사…납득 가능한가?“전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고기가 이븐하게 이지 않았어요.” (안성재 셰프의 심사평 중)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인 안성재 셰프가 심사위원으로 얼굴을 비추자, ‘흑백요리사’ 첫 회에서 셰프들은 모두다 ‘인정’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수는 안 셰프가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오픈한 이후 서울로 확장한 파인다이닝이다. 안 셰프는 이곳에 레스토랑을 연지 불과 8개월 만에 미쉐린 1스타를 받았고, 2017년 한남동에 모수 서울 점을 열었다. 이후 2019년 1스타, 2020년 2스타에 이어 2023년 3스타를 받았다.

재료의 선택부터 조리 과정, 식감, 익힘 정도는 물론 주제에 맞는 요리까지 ‘완벽한 한 접시’를 추구하는 안 셰프의 심사는 꼼꼼하고 치밀하다.

최현석 셰프는 “요리 분야엔 전통을 잘 끌고 가는 셰프가 있는 반면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셰프도 있다”며 “내 경우는 극 사파(邪派)에 가까워 안 셰프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안 셰프를 보며 반감도 있었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 대로라면 안 셰프는 정파(正派) 셰프다. 최 셰프는 안 심사위원과 자신에 대해 “여기 있는 셰프 중 가장 극과 극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성재 심사위원은 “대한민국 미식계의 수준을 월등히 높여준 셰프”라고 추켜세웠다. 모든 셰프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는 설명과 함께다.

최 셰프는 “미슐랭 3스타는 완벽해야 하고, 그래서 메뉴를 자주 바꾸지 않는다. 새로움을 시도하면 완벽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제 경우엔 무릎이 깨지고 머리가 터져도 새로운 걸 한다. 제가 심사위원이었다면 그의 요리에 ‘창의력이 부족하다’고 했을 수 있다. 방송에서 평가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느꼈지만, 안 셰프는 다른 데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 정확히 심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흑백요리사’의 두 심사위원은 각자의 시각으로 일관성 있게 심사하며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있다. 다만 몰입도가 높은 만큼 비판이 거세진 회차도 있었다. 전주 공개된 8~10회에서 나온 방출 미션은 불필요하다는 반응이 많았고, 개인 기량을 보여주기 보단 팀전을 강화한 점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학민 PD는 “100명의 서바이벌인 만큼 다양한 경쟁을 담으려 노력했다”며 “심사에 있어선 제작진이 어떠한 행위에도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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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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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그 후…예약 4937% 급증, ‘나의 길’ 확신‘흑백요리사’의 등장은 현재 외식업계 흐름을 완전히 뒤바꿨다.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셰프들의 레스토랑을 예약하기 위해선 한 달은 족히 기다려야한다.

실제로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검색량은 전주 대비 74배, 식당 저장수는 같은 기간 1884% 점프했다. 방송 이후 예약건수가 급증한 식당은 4937.5%가 늘어다. 가장 주목받는 식당은 ‘나야, 들기름’이라는 어록을 만든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우승자 최강록 세프의 ‘네오’, 철가방의 ‘도량’, 트리플 스타‘의 트리드, 요리하는 돌아이의 ’디핀‘, 최현석 셰프의 ’쵸이닷‘이다.

예약 현황을 통해서만 달라진 현재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크 전문가이면서도 백수저 팀별 미션에서 생선 파트를 선정, ’물코기‘라는 어록을 남긴 에드워드 리 셰프는 “어린시절 항상 한국음식을 먹으며 살았고, 내 안에 한국의 맛을 가지고 살았다”며 “내가 보는 모든 것, 만나는 사람을 통해 나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늘 한식으로 돌아왔다. 한식은 나의 뿌리다. 한국과 나를 연결해주는 고리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했다. 많은 분들과 경쟁하고 요리하며 한국에서 환영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최현석 셰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길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 너무 새롭고 남들과 다른 요리를 해서 돌을 맞기도 하고 혹평받기도 하는데, ’흑백요리사‘를 통해서 내가 가는 길이 맞는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 요식업계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공개된 회차를 통해 프로그램에선 ‘나폴리 맛피아’(본명 권성준)가 가장 먼저 최종 라운드 진출했다. ‘나폴리 맛피아’는 먼저 최종 라운드 고지에 오른 것에 대해 “솔직히 당연한 결과였다”면서도 “워낙 쟁쟁한 분들이 남아서 확신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일곱 명의 셰프들은 최종 라운드에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세미 파이널 라운드에서 경연을 이어간다. 김은지 PD는 “세미 파이널 타이틀이 ’무한 요리 지옥‘이다”라며 “셰프들이 ’지옥의 맛을 봤다‘고 했을 정도로 살아남은 분들 사이에 가장 치열한 개인전이자 하이라으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호준 셰프는 “박 터지는 박진감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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