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9 (수)

밈 제조기·‘스타 셰프’의 탄생·예약 전쟁…‘흑백요리사’가 남긴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넷플릭스 요리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인기

3억원 가져간 최후의 승자 결정되며 마침표

패러디ㆍ밈 생성하며 ‘스타 셰프’ 시대 열어

※ 이 기사는 우승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넷플릭스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로라하는 쟁쟁한 셰프들은 ‘두부’를 재료로 ‘요리 무한 지옥’에 빠져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내며 밤샘 대결을 벌였다. 마침내 톱2 자리에서도 흑백구도가 만들어졌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서바이벌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프로그램은 다시 한 번 ‘스타 셰프’의 시대를 알렸고, 매회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밈 생성기’이자 ‘100만뷰 제조기’였다. 뻔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전형을 깨며 3주 연속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비영어권 콘텐츠’라는 기록도 남겼다.

9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요리계급 전쟁’은 지난달 30~지난 6일까지 400만 시청 수(Views·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전주에는 시청 수 490만을, 2주 전에는 380만의 기록을 세웠다. 명실상부 비영어권 TV 시리즈 부문 1위다.

전 세계적 인기에 급기야 블룸버그통신에서도 프로그램을 조명했다. 블룸버그는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속 셰프들의 요리 대결은 온라인에서 다양한 밈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만들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팬데믹 이후 어려움을 겪던 한국 외식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해당 셰프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고 짚었다.

헤럴드경제

서바이벌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요리 지옥에서 살아남은 최후의 2인…승자는 ‘나폴리 맛피아’‘흑백요리사’는 재야의 고수인 ‘흑수저’ 셰프들과 이름난 인기 셰프인 ‘백수저’들의 계급장을 뗀 요리 서바이벌이다. 지난 8일 공개된 최종 11~12부에선 마지막 관문의 문턱까지 오른 톱8 셰프들의 ‘요리 지옥도’가 그려졌다. 세미파이널 2차전의 요리 재료는 ‘두부’. 앞서 일찌감치 최후의 2인 중 한 명으로 먼저 안착한 나폴리 맛피아와 대결할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7인의 셰프들의 무한 대결이었다.

일곱 명의 셰프들은 30분의 시간동안 매번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미션을 안았다. ‘흑백요리사’가 재발견한 ‘외식업계의 왕’이자 ‘미식의 왕’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새롭게 발굴한 깐깐하고 정교한 대한민국 유일의 미쉐린 3스타 모수 서울의 안성준 셰프는 ▶ 주재료의 활용도 ▶창의성 ▶ 완성도를 평가 기준으로 놓고 톱2에 안착할 1인을 선발했다. 마지막 27번째 두부 요리로 디저트를 내놓은 에드워드 리 셰프가 ‘요리 지옥’에서 살아남아 나폴리 맛피아와 최종 대결을 폈다.

‘최후의 1인’을 가르는 대결에선 흑백 계급 전쟁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2010년 미국 서바이벌 요리 예능 우승자인 ‘아이언 셰프’의 에드워드 리 셰프가 백수저 대표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가 흑수저 대표로 서게 된 것이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미션은 ‘이름을 건 요리’ 대결. 톱2 결정전까지 자신의 이름이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권성준 셰프가 그의 이름을 세상에 내놓자 마자 마주한 미션도 ‘이름을 연 요리’라는 점에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대결에서 에드워드 리 셰프는 ‘떡볶이 디저트’와 막걸리를 준비했다. 이민자로 살아오며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그의 삶과 이야기가 온전히 녹아난 메뉴였다.

헤럴드경제

서바이벌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에드워드 리 셰프는 “나의 영어 이름은 에드워드이지만, 한국 이름도 있다. 한국 이름은 이균“이라며 ”한국에서 떡볶이를 시키면 떡이 2~3개 항상 남았다. 늘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것은) 풍족함,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였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식”이라고 했다. 그의 메뉴는 늘 남기던 세 개의 떡볶이 떡을 주제로 한 디저트. 에드워드 리 셰프의 진심에 두 심사위원 역시 깊은 감명을 받으며 그의 요리를 극찬했다. 권성준 셰프는 “이름을 건다는 건 생명을 건다는 것이다. 생명은 심장을 뜻하니 제 생명과 심장을 걸었다”라며 피에몬테(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식 양갈비(‘양의 심장과 야생 버섯을 곁들인 피스타치오 양갈비’)를 선보였다. 우승자는 권성준. 두 심사위원의 만장일치였다.

3억원의 상금을 안게 된 권성준 셰프는 “오늘 꿈을 이뤘다”며 “즐기는 것 없이 주방과 집만 왔다갔다 하며 살다 보니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 ‘답답하게 사는 게 맞나’ 싶어 이 대회에 나오게 됐다”며 “10년 동안 그렇게 살았던 게 틀리지 않았단 걸 깨달았다. 앞으로도 집과 주방만 왔다갔다 하는 요리사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종 2위를 차지한 에드워드 리는 눈물의 소감을 들려줬다. 그는 “나는 재미교포”라며 “한국의 아름다운 식재료들을 미국에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게 내 삶이자 열정이다. 그리고…”라며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국말로 “이곳에서 정말 아름다운 느낌을 받았다. 한국은 나의 집”이라며 눈물을 보여 감동을 자아냈다.

‘흑백요리사’는 끝이 났지만, 셰프들은 당분간 TV를 통해 더 만날 수 있다. 최후의 2인인 권성준 셰프와 에드워드 리 셰프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게스트로 출격하고, ‘철가방 요리사’인 도량의 임태훈 셰프와 ‘요리하는 돌아이’ 윤남노 셰프는 심사위원 백종원이 출연하는 신규 예능 ‘레미제라블’(ENA)에 합류한다.

헤럴드경제

서바이벌 요리 예능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약 전쟁·각종 패러디와 밈…‘흑백요리사’가 남긴 것‘흑백요리사’가 처음 공개된 지난달 17일부터 약 한 달간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온통 ‘흑백요리사’였다. 프로그램은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명언 제조기’ 역할을 했다. 셰프들이 뜨기만 하면 유튜브와 각종 숏폼 콘텐츠의 조회수는 100만뷰를 금세 넘었다.

인기를 증명하듯 패러디도 쏟아졌다. 코미디언 김해준은 심사위원 안성재의 ‘보류하겠습니다’를, 이수지는 ‘SNL코리아’를 통해 ‘요리하는 돌아이’의 모습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요리 서바이벌의 원조 우승자로 주방의 판세를 읽는 혜안을 가진 에드워드 리 셰프의 ‘물코기‘, ’내 이름은 이균입니다‘,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우승자 최강록 셰프의 ‘나야, 들기름’, ‘딤섬의 여왕’ 티엔미미 정지선 셰프의 ‘쉽지 않네‘, 안성재 심사위원의 ‘이븐하게 구워졌다’, ‘채소의 익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멘트는 어록이 됐다.

헤럴드경제

넷플릭스 서바이벌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은 불경기로 침체됐던 외식업계에 활기를 불어놓고 오랜만에 다시 ‘스타 셰프’ 시대를 열었다.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흑백요리사 셰프들의 10월 내내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이 앱에선 흑백요리사 탭을 따로 만들어 이용자들이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예약가능한 레스토랑은 거의 없다.

특히 흑백요리사 출연 셰프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검색량은 전주 대비 74배, 식당 저장수는 같은 기간 1884% 점프했다. 방송 이후 예약건수가 급증한 식당은 4937.5%가 늘어다. 가장 주목받는 식당은 최강록 세프의 ‘네오’, 철가방의 ‘도량’, 트리플 스타의 ‘트리드’, 요리하는 돌아이의 ‘디핀’, 최현석 셰프의 ‘쵸이닷’이다.

헤럴드경제

게다가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가 선보인 ‘밤 티라미수 컵’은 오는 12일 비지에프(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씨유(CU)에서 출시된다.



문정훈 서울대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국은 파인다이닝 불모지와 다름없다. 맛집과 인기 음식으로의 쏠림 현상은 있지만 파인다이닝의 정교한 음식에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선 인식이 높지 않다”며 “프로그램은 파인다이닝이 단지 사치스럽거나 고급스러운 것이 아닌 잘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요식업계에 훈풍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sh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