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8 (월)

[종합] 오은영 “자존감 높이려고 지나치게 애쓰지 마시길” → 24살 최연소 MBC 앵커 출신 백지연 “긍정적인 자아상 중요” (‘강연자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타투데이

‘강연자들’. 사진| M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은영이 자존감을 높이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고 조언했다.

27일 오후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는 백지연과 오은영이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MBC 앵커 출신 백지연은 ‘결국, 해내는 사람’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그는 “섭외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는 오은영의 말에 “자랑으로만 들릴까 봐 저보다 더 훌륭한 강연자가 많으니 거절했어요. 그리고 첫 자리니까 많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런데 다들 MBC 후배들이잖아요”라고 말했다.

오은영은 “사실 대학교 동문이에요. 제가 후배입니다. 저 학교 다닐 때 정말 유명하셨어요. 연세대의 브룩쉴즈였어요. 들어보셨어요?”라고 먼저 입을 열었다. 이에 백지연은 “안 들어본 사람이 없겠죠. 그런데 제가 직접 말했던 건 아니고... 혹시 캠퍼스에서 저 보셨어요?”라며 부끄러워했다. 오은영은 “저는 의과대학이다 보니까 캠퍼스가 나뉘어져 있어서 뵌 적은 없어요. 하지만 소문은 들었습니다”라고 답했다.

강연을 시작한 백지연은 “여러분들 취업 때문에 걱정되시죠? 저도 그랬어요. 앵커의 꿈이 대학교 졸업반 때 생기더라고요. 두 군데 지원했는데 모두 합격해버린 거예요. MBC 수습 기간이었는데 선배님이 면담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첫 번째 질문이 ‘아버지 뭐 하시나? 큰 언니는? 큰언니 형부는? 둘째 언니는?’ 이러시는 거예요. 그러면 나는 실력으로 안 되면 남들이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뉴스만 연구하고 공부했어요. 그래서 집, 회사, 뉴스, 뉴스, 뉴스 이렇게 하루를 보냈어요. 수습 5개월 차에 회사가 술렁술렁한 거예요.

알고 보니 MBC 뉴스 데스크에 여성 앵커를 채용한다고 공고가 난 거예요. 저희는 관심도 없었죠. 저희 것이 아니니까. 저희가 불쌍하게 구석에 앉아 있으니까 선배가 ‘앉은 김에 멘트 한 번 해봐’라고 해서 했어요. 저도 했더니 정말로 회사가 난리가 난 거예요. 보니까 제가 1등을 했다는 거예요. 사무실 분위기가 어땠을까요? 싸했던 거예요. 저희 부서의 장이 저를 호출한 거예요. 갔더니 ‘앉아. 귀하가 오는 월요일부터 MBC 뉴스 데스크에 투입돼’ 이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는 반대했다. 보도국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네가 6개월을 버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고 하셨어요.

이 말을 듣고 제가 어깨를 쫙 펴고 국장을 쳐다봤어요. 속으로 ‘장을 지지셔야 하겠구나’라고 했죠. 생각해 보면 그땐 진짜 아기죠. 그런데 여기까지 와 보니까 세상은 원래 그래요. 늘 내 편이진 않아요. 따뜻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독설할 때 그것을 꿀떡 삼키지 마세요. 그걸 약으로 생각하세요”라고 말했다.

이어 “호구 조사하던 선배, 6개월을 못 버틴다고 했던 선배 모두 그 당시에는 부담, 상처, 태클이었어요. 그렇지만 정신을 차려야 되겠구나. 나 혼자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죠. 나 이제 MBC 뉴스데스크에 올라가. 그건 내 반석이 될 거야. 아무도 나를 그 자리에서 못 내려오게 할 거야. 내가 내려간다고 할 때까지. 그게 최초, 최연소, 최장수 9시 뉴스 앵커 대장정의 출발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끔 ‘세상이 너무 어려워요. 나한테만 기회가 안 오는 것 같아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러면 제가 말해줘요. 나는 바꿀 수 있잖아. 그건 내가 할 수 있잖아. 바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라는 거예요. 남이 나를 안 믿어도 내가 나를 밀어주는 힘이 가장 강력해요. 절대 배신하지 않거든요. 내가 나를 믿을만한 사람으로 바꿔줘야 세상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해요.

남이 감히 정의할 수 없고 침범할 수 없는 ‘3년 뒤에 이렇게 될 거야’라는 긍정적인 자아상이 반드시 필요해요. 뉴스데스크는 남성만 했어요. 제가 들어가서 실력을 쌓고 남성과 동등하게 큰 소리 높여 외친 결과 오늘날 이 상황이 만들어진 거예요. 그 벽이 깨진 거예요. 만약 제가 들어가서 어버버 실패했으면 여성앵커의 문은 한참 닫혀 있었을 거예요”라며 관객들에게 핵심을 전했다.

또 “저는 인터뷰할 때 그 사람의 눈을 놓치지 않아요. 그러면 그 사람도 저와 대화한다고 생각하면서 얘기해요. 인터뷰가 힘들었지만 너무 좋아했어요. 저는 지구상에 81억 명의 인간이 있다면 81억 개의 성공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인간 한 인간은 모두 소우주예요”라고 했다.

그는 “저는 꿈의 학교가 Y대였어요. 합격하니까 기쁘잖아요. 그런데 또 꽈당하죠. 고등학교 때까지는 넉넉하게 사는 형편이었는데 아버지가 빚보증을 서서 한 학기 한 학기 어렵게 등록하고 대학 생활을 이어갔어요. 그런데 장학금이라는 게 있잖아요. 교수님을 찾아가서 장학금 지원되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면 교수님은 ‘너보다 힘든 애들 더 많아. 지연아 양보해~’라고 하셔서 결국 못 받았어요. 다음 학기는 정말 등록 못 할 것 같은 거예요. 독수리상 옆에 쭈그려 앉아 있다가 보니까 독수리랑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 특기가 뭐예요? ‘나 이렇게 넘어지지 않아. 이까짓 거. 네가 나를 기억하게 해줄 거야!’라면서 독수리를 보면서 한참 서 있었어요.

그리고 다음 해 MBC, KBS 전부 합격한 거예요. 첫 월급과 두 번째 월급을 하나도 안 쓰고 다 모아서 저보고 양보하라고 했던 교수님한테 갔어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 두 명 장학금 주세요’라고 했어요. 그러고선 지나가는데 독수리가 저한테 윙크하고 날개를 펴는 것 같은 거예요. 저는 진짜 힘들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절대 안 울어요. 그럴 때 울면 힘 빠져요. 뚫고 나가서 내가 해냈을 때 그때 우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펑펑 울었어요”라며 학창 시절에 대해 말했다.

이어 “제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책임감이에요. 이 세상에서 진짜 진리는 몇 가지 안 돼요. 인생 전반전까지 가장 큰 책임감을 가졌던 분은 바로 우리 어머니세요. 남아선호사상이 대대로 내려왔죠. 저희 아버지는 종손이었고 어머니는 아들을 낳아야 했는데 제가 태어난 거예요. 저희 어머니 마음 어떠셨겠어요. 통곡하셨대요. 그런데 어머니가 나중에 ‘내가 너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니’ 이러셨어요.

그런데 그땐 사람들이 아들을 안 낳을 작정이냐고 추궁하니까 뒷마당에서 어머니가 펑펑 우신 거예요. 그때 제가 다섯 살이었는데 엄마가 우니까 ‘엄마 울지 마’하면서 ‘내가 열 아들 부럽지 않은 딸이 되어줄게’라면서 눈물을 닦아 줬어요. 그게 제 삶의 목표였어요. 빨리 공부해서 엄마를 호강시켜 드려야지. 엄마한테 가서 ‘나 1등 했어! 철수네 집에 가서 자랑해!’이랬어요. 제가 엄마한테 말했던 것을 꼭 지키고 싶었고...”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저희 어머니 소천하셨을 때 제가 부고를 백지연 모친상이 아니라 장숙진 여사 소천이라고 했어요. 그 시대의 어머니들은 이름 없이 사셨거든요. 1930~40년대 태어나신 분들은 여성의 삶이 없었어요. 어머니가 하늘에서 기쁘실 것 같아요.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어요”라며 글썽였다.

스타투데이

‘강연자들’. 사진| MBC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강연자로는 오은영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의과대학 정원이 158명이었는데 여학생이 28명이었어요. 옛날에는 여자라서 공부를 잘 안 시켰던 것도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의과대학 졸업 후 전공의 과정에 들어가야 해요. 그런데 어떤 과는 여자를 안 뽑는다고 했어요. 오늘의 주제를 듣고 결국, 해낸다는 것 이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결국 해냈어!’ 이말 굉장히 많이 듣습니다. 우린 보통 결과가 아주 좋아야 해냈다고 말합니다. 결국 해냈다는 마무리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똑같은 상황을 잘 처리하거나 잘 처리하지 못했다고 보는 겁니다.

매일 매일 해내는 사람들은 누구의 얘기일까요? 찬물로 대충 씻고 가족들의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새벽 6시 30분에 출근하고 매장 오픈 준비를 합니다. 짬 나는 시간에 아침 식사를 대충 하고 저녁 장사를 마치면 허리를 죽 펴 봅니다. 그런데 자영 씨는 손님이 많고 음식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너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요즘엔 자존감을 지키기 너무 어려운 세상이에요. 형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해서 삶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소중한 심쿵단 여러분께 감히 ‘자존감 너무 높이려고 애쓰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최선은 과정을 겪어가는 걸 의미합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면 그걸로도 매우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저 우리는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매일 성실하게 살아갈 뿐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강연의 주제가 ‘결국, 해낸다는 것’. 왜 살아야 한다고 물으면 저는 내가 나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살아가지. 결국 해내는 것은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 제가 말하는 오늘 하루의 최선은 너무 힘들어서 쉬었어요. 그게 최선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휴식을 제공한 것이 오늘의 최선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강연을 마쳤다.

‘강연자들’은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0분 MBC에서 방송된다.

[서예지 스타투데이 객원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