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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브로콜리너마저 "계속 노래하며 생명을 불어넣으려고요"[EN: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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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 정규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 ① 앨범 편

핵심요약
상품 개봉을 뜻하는 '언박싱'(unboxing)에서 착안한 'EN:박싱'은 한 마디로 '앨범 탐구' 코너입니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을 알아보는 '왓츠 인 마이 백'처럼, 앨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살펴보는 '왓츠 인 디스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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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경기도 고양시 향동로에 있는 연습실에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를 만났다. 브로콜리너마저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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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이다'

시월의 첫날 발매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네 번째 정규앨범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의 앨범 소개 글의 첫머리다. 이후 다시 한번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이라고 실패를 예고하지만, 이내 "진짜 중요한 것은 그것을 받아들인 다음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라고 짚는다.

앨범 단위로는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이후 3년 3개월 만, 정규앨범으로는 '속물들' 이후 5년 5개월 만에, 브로콜리너마저가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번 앨범에는 더블 타이틀곡 '풍등'과 '세탁혁명'(feat.최엘비)을 비롯해 '요즘 애들' '되고 싶었어요' '윙' 'CM'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정한 말' '너를 업고' '매일 새롭게' '영원한 사랑'까지 총 12곡이 실렸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향동로에 있는 연습실에서 브로콜리너마저를 만났다. 베이스·보컬 덕원, 드럼·보컬 류지, 건반·피아노·코러스 잔디, 일렉기타·어쿠스틱기타·코러스 동혁까지 네 멤버를 인터뷰해, 새 정규앨범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우선, '실패'를 노래하는 앨범을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덕원은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다양한 층위로 얘기할 수 있지만 물리적 이미지로 봤을 때는 '상승과 하강을 동시에 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앨범이 "움직이고 있다"라고 표현한 덕원은 "중간에 하나를 잘라서 사진을 찍으면 거기에 '실패'라는 단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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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발매된 정규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 총 12곡이 실렸다.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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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것을 알고 있지만 소리 내 울지 않고 우리의 여름이 몇 번이 더 있느냐 하면서도 포기하거나 끝이라고 하지 않죠. 그 부분에서 약간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계속 풍등을 띄우는 것처럼, 너무 애쓰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발이 닳아가도 계속 걸어가는 것처럼, 어떤 노래가 날개를 달지 못하더라도 계속 불러서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랄까요. 결국 '망했구나'라고 보이지만 사실 이야기의 시작을 말하고 있어요." (덕원)

덕원은 "이런 말 되게 노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저는 브로콜리너마저 하면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정말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실제로 저희가 되게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하진 않았다. 삶과 진로를 생각할 때 항상 뭔가 벼랑 끝에 있는 느낌으로 걸어왔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실패가 '허용되지 않았던'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반면 잔디는 "되게 자잘한 실패를 겪어왔다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또 계속할 수 있고"라고 전했다.

지난 2년 동안 무대에서 먼저 곡을 공개하고, 이후 정식 녹음해 실었다는 게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묻자, 덕원은 "콘셉트가 되게 강하거나 처음 등장하면서 '짠!' 하고 보여주는 의미가 크다면 신곡을 (앨범 발매 전) 아예 드러내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희는 기술이나 매체를 이용해 한 번에 보여줄 수 없지 않나, 라고 봤다"라고 전했다.

이야기든, 콘셉트든 처음 보여줬을 때 임팩트가 가장 크고 그 후로는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은 "계속 듣고 가까이 보면서 더 좋아지고 마음속 한 군데에 남을 음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앞서 공개하고 그 음악을 노래하는 거로 콘셉트를 잡았기 때문에 저희에게 잘 맞는 방식으로 만들고자 노력했고,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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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애쓰고 싶지 않아요' 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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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나흘 연속 공연하고 녹음했는데 녹음 전에 이렇게 라이브 경험을 쌓은 게 좋게 반영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덕원은 "같이 연습하고 연주하는 게 생각보다 음악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다. 같이 더 많이 연주하면 서로의 자연스러운 틈이 맞아들어가게 되더라"라고 돌아봤다.

"꽤 오래전부터 구상"하다 본격적인 꼴은 "올해 초"에 갖춘 이번 앨범에는 총 12곡이 실렸다. 어떻게 이 12곡을 가지고 트랙을 배치했는지 물었다. 덕원은 "한 음반으로 들을 때 '원하는 순서를 따라와 줬으면' 하는 게 있고, 자연스럽게 들리길 바라는 게 있다면 이번엔 후자다. 서사나 순서를 타이트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이 앨범을 통해 어떤 말을 강렬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었다. 그저 편안하고 자연스럽고 즐겁게 듣기를 바랐다"라고 답했다.

타이틀곡은 '풍등'과 '세탁혁명'이다. 하지만 브로콜리너마저는 '타이틀곡'에 너무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는 청자가 되도록 앨범을 '통째로' 듣기를 바랐다. 한두 곡을 타이틀곡으로 삼는 것을 두고도 "효율이 좋아서 될 일인가?"(덕원) 하고 생각했다고.

'세탁혁명'은 브로콜리너마저가 처음으로 랩 피처링을 받은 곡이다. 래퍼 최엘비가 함께했다. 덕원은 "처음부터 랩을 넣으려고 했다. 곡 구조를 봤을 때 8마디, 16마디 반복되는 랩이 필요했다. 랩이 들어간다면 최엘비지, 싶었다"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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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브로콜리너마저 덕원, 동혁. 브로콜리너마저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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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 작업 과정에서 맞은 중요한 변화가 또 있다. 2020년부터 객원 멤버로 기타를 연주하던 문동혁이 정식 멤버로 합류해 브로콜리너마저는 '4인 체제'가 됐다.

동혁은 "그전에 싱글을 같이 작업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4집 앨범에서 저는 좀 더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세션 때는 뭘 원하는지 파악하고 그걸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엔 제 취향도 녹여냈다는 게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본인 취향을 가장 많이 녹인 곡을 묻자, '되고 싶었어요' '윙'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꼽았다.

수록곡 중 '되고 싶었어요'는 류지가 "멤버들의 연주가 전부 멋있다"라고 한 노래다. 류지는 "'되고 싶었어요'는 '이것이 밴드의 연주다!'라는 느낌이 있는 거 같다. 어떤 화려한 연주는 아니지만, 저는 (덕원) 오빠의 베이스 연주를 좋아하는데 '되고 싶었어요' 베이스가 되게 멋진 거다, 칼칼한 게. (잔디) 언니는 언니대로 힘을 보여주고, 동혁님 연주도 워낙 좋아하는데 (그게 합쳐져) '록 비빔밥'이 됐다"라고 말했다.

악기 연주에 더 귀 기울였으면 싶은 다른 노래는 무엇이 있을까. 덕원은 "'매일 새롭게' 후주 신시사이저 솔로"를 예로 들었다. 류지는 '윙'의 베이스도 멋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믹싱할 때도 소리를 크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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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브로콜리너마저 류지, 잔디. 브로콜리너마저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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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원은 "연주를 좀 거칠게 하는 편이다. 매끄러운 느낌보다는 질감을 살리는데, 저희가 부드럽고 예쁘게 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피아노도 드럼도 충실하게, 강하게, 팍팍 (소리) 내는 걸 좋아한다. 베이스도 칼칼하게 친다"라고 밝혔다.

'다정한 말'은 4분 초반대에 노래가 끝나고 1분 넘게 밴드 연주가 이어지는 곡이다. 동혁은 "그 아이디어는 덕샘(덕원)이 얘기했던 것 같다. 차가운 도시를 드라이브하는 그런 감성을 상상하며 접근했다"라고 말했다. 류지는 "기타가 좋은 노랜데, 동혁님이 부끄럽다고 했다. '기타가 나댄다'고"라며 웃었고, 덕원은 "어반 뮤직 스타일"이라고 거들었다.

잔디는 "(노래가) 드라이브랑 어울리는 것 같다. 멤버 소개를 멘트로 안 하고 후주에 맞춰 연주를 간단하게 했다. 덕원 오빠, 류지, 잔디, 동혁까지 하고 솔로를 딱 시작했다. 브로콜리너마저 공연에서 잘 없는 장면인데 너무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총 12곡이 담긴 앨범의 분량은 50여 분이다. '영원한 사랑'은 6분 17초, '매일 새롭게'는 6분 4초, '다정한 말'은 5분 50초, '풍등'은 5분 36초, '윙'은 5분 26초로 5분이 넘는 곡도 5곡이나 된다. 점점 노래가 짧아지는 추세인데 5~6분짜리 곡을 발표할 때 용기가 필요하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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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객원 멤버로 기타를 연주했던 동혁이 합류해 브로콜리너마저는 4인조가 됐다.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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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원은 "원래 기준이 길다. 1집 때부터 그랬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짧은 곡의 장점이 있다는 걸 알지만, 영미권 노래보다 한국어 노래가 짧아지면 음절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의미를 담아내기 힘들어서 한계가 있더라. (짧아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면 거부감은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완결된 플레이리스트'를 50분 정도 주고 싶다는 게 이번 앨범 만들 때의 생각이었다. 한 번 (곡을 들으러) 왔으면 좀 충실하게 채워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청자가 특히 집중해서 들어주었으면 하는 가사가 어디인지 묻자, 덕원은 "이번 앨범에서 저는 펀치라인이 아닌 곳은 없다고 본다. 반짝이지 않는 구절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래도 하나를 택하라면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아요'라고 한다. "빈틈없이 충실한, 제일 압축적으로" 썼고, "어미나 이런 걸 맞추기 위해서 쓴 부분이 하나도 없는" 곡이라서다.

류지는 '요즘 애들'의 "나이가 들어도 그래도 계속 노래를 하자"라는 가사를 들었다. 동혁은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하기를"이라는 '졸업' 가사가 들어간 '너를 업고'를 꼽았다. 그는 "이 가사로 마무리되는 게 앞 노랫말들의 연장선이기도 해서 의미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잔디는 "여러 가지를 관통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풍등'의 "앞으로 우리에게 몇 번의 여름이 더"라는 가사를 골랐다. '되고 싶었어요'의 가사도 전반적으로 좋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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