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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제니·로제→비비' 동성애 코드 들고 나왔다…다양성과 논란 그 사이 [TE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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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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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 제니, 로제, 가수 비비/사진=텐아시아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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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부터 가수 비비까지, 국내 유명 가수들이 퀴어 코드를 들고 와 국내외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 퀴어 코드는 아직 대중 사이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소재다. 이들은 '퀴어'라는 소재를 통해 누군가에겐 '신선함', 혹은 '응원'을 안겨줬고 또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남겼다. 다양성과 논란 그사이 아슬아슬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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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전종서/ 사진 제공=필굿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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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양갱'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비비가 오는 14일 발매할 더블 싱글 타이틀곡 'DERRE'(데레)의 뮤직비디오 티저를 공개했다. 뮤직비디오에는 비비와 배우 전종서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뮤직비디오 티저 속 비비는 비비의 물을 마시는 전종서를 바라보고 있다. 전종서의 턱으로 흘러내리던 물이 비비의 반찬 통에 담긴 소시지에 떨어졌고, 그 소시지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는 비비의 모습으로 티저는 막을 내린다.

친구 사이라기엔 묘한 긴장감을 연출해낸 뮤직비디오 티저에 국내외 팬들은 "이건 완전 'SAPPHIC'(여성 간 사랑)이다", "비비랑 전종서가 일을 냈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간 남성과의 연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왔던 비비가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연출하는 게 다소 억지스럽고 어울리지 않는다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비비와 전종서의 만남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퀴어'라는 소재가 콘텐츠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요즘 흐름과 연관성이 깊어 보인다. 제니, 로제, 비비로 대표되는 가요계부터 tvN 드라마 '정년이', 영화 및 티빙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 등 퀴어 코드를 사용하는 콘텐츠는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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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만트라'/ 사진 제공=OA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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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가 지난 10월 발매한 노래 'Mantra'(만트라)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데에는 그가 내포한 퀴어 코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이 노래에서 여성 간 유대와 자신감에 대해 노래한다. 그러면서 제니는 이 곡을 듣는 모든 여성들을 향해 'she's that stunna, make you wanna swing both ways'(그녀는 정말 멋져, 남자든 여자든 다 끌리게 만들지)라고 노래한다.

이에 대해 해외 팬들은 "내가 들은 가사가 이게 맞나", "퀴어 프렌들리 그 자체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됐다. 제니라면 여자도 홀리는 게 맞다"라며 칭찬했다. 그러나 일부 국내 대중으로부터 싸늘한 반응을 낳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여성 서사'를 노래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고, 퀴어 코드를 곡 안에 드러낸 사실에 대한 노골적 반감을 내놓는 이들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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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제 '아파트' 뮤직비디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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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그룹인 블랙핑크 로제 역시 무대 위 프라이드 플래그(pride flag, 퀴어의 대표적 상징물)를 펼쳐 보이는 등 퀴어 코드를 많이 드러내기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무대로 2018년 8월 일본 교토 아레나 콘서트에서 진행한 그의 솔로 무대를 꼽을 수 있다.

로제는 당시 팝가수 Halsey(할시)가 부른 'Eyes Closed'(아이즈 클로즈드)라는 곡을 커버했다. 그는 커버 무대를 통해 가사의 대상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꾸어 불렀다. 'Eyes Closed' 원곡 가사가 'If I keep my eyes closed, he feels just like you'(눈을 감고 있으면 그에게서 네가 느껴져)인 반면, 그는 'If I keep my eyes closed, she feels just like you'(눈을 감고 있으면 그녀에게서 네가 느껴져)라고 개사했다.

그의 개사는 국내외 퀴어 코드에 개방적인 팬들을 열광케 했지만, 이듬해 2월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커버 음원에는 원곡 가사에 쓰인 'he'로 성별 지칭을 바꿨다. 국내 대중이 퀴어를 향해 지닌 반감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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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사진=온라인 플랫폼 'X'(옛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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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티스트들이 퀴어 소재를 콘텐츠에 활용하는 이유를 세 가지 경우로 나눠 분석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동성애 코드를 사용하는 작품들은 이 사회가 가진 금기시된 규율을 건드리는 거다"라며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것을 품고 건드리기도 한다. 그리고 권위에 도전하는 질문을 세상에 던지기 위해서도 활용하는 소재다"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평론가는 "비비의 경우,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보인다. 그간 비비는 지배적 관념과 인식, 규제, 이런 것에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뮤직비디오 티저 역시 '당신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폭력이다'라고 이야기하는 도전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사회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퀴어 코드가 금기 영역에서 다양성의 영역으로 올라와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 '동성애' 요소는 아티스트가 개인 의지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됐지만, 여전히 국내 대중 사이 반감은 분명 존재한다.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부분이므로 아티스트는 퀴어 코드가 가져올 사회적 파급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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