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의준. 사진=메이크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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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홍의준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시리즈 '지옥'의 두 번째 이야기에 새롭게 합류했다. 소도의 남부 리더인 김성집 역을 맡아, 후반부 서사의 한 축을 맡아 이끌었다. 예상치 못한 배우가 존재감 강한 캐릭터를 맡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이정현(차준경)의 남편 캐릭터를 연기, 인간과 기생수를 넘나들었던 그는 다시 한번 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지옥' 시즌2에 캐스팅되며 처음으로 몇장의 대본이 아닌 묵직한 전체 대본을 품에 안았다는 그는 "정말 힘들었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며 기쁨을 만끽했다.
'지옥' 시즌2 홍의준. 사진=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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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에 이어 이번 '지옥' 시즌2까지 연상호 감독과 인연이 깊다.
"'기생수'라는 작품에 오디션을 봐서 들어갔다. 그때 처음 연상호 감독님과 만났다. 전해 들었는데, 이정현 선배와 연기를 할 때 자연스럽게 잘한다고 언급하셨더라. '지옥' 시즌2에는 양동근 선배가 하차하면서, 촬영감독님에게 저에 관해 물어보셨고, 촬영감독님이 '이미지가 김성집 캐릭터와 어울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다. 그때 저에 대해 권해효 선배가 한 번 더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다. 그렇게 '지옥'에 합류하게 됐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심사한 권해효의 추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권해효 선배님과 만난 게 저에겐 터닝 포인트다. 영상 매체는 거의 해보지 않고 무대 연기만 하던 상황이었다. (영상 매체로) 넘어오고 난 후에는 '내가 가능성이 없나?' 하는 의문이 남은 상태였다. 힘들고 어려웠다. 서울독립영화제 '배우프로젝트- 60초 독백 페스티벌'에 지원해서 선발됐는데, OT 자리에서 권해효 선배님이 '그래도 당신들은 잘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난다. 그 말에 많은 힘을 얻었다. '기생수'에서 권해효 선배가 저녁 촬영이 있었고, 저는 낮에 촬영하고 귀가하는 일정이었다. 기다렸다가 인사를 드렸는데, 권해효 선배님이 연상호 감독님에게 '그때 독백 페스티벌에 나왔던 배우'라고 언급을 해주셨다."
-'기생수' 출연 또한 뜻깊었다.
"눈에 띄는 역할은 아니었기 때문에, 작품이 나왔을 때 그렇게 큰 기대는 없었다. 저는 영광이었다. 세계적인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당시 기생수로 변신하는 장면 촬영에 갔더니 바로 '슛'이 들어가더라. 생각했던 연기를 더욱 극대화해서 바로 연기에 들어갔다. 다행히 감독님도 '오케이' 해주셨다. 그때 '상업현장은 정말 살벌하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그리고 큰 작품은 달라도 다르단 걸 느꼈다. 연상호 감독님 현장 자체가 정말 잘 돼 있다."
-양동근이 하차한 배역을 갑작스럽게 맡았는데, 부담스럽지 않았나.
"처음에 소속사 대표님이 대본을 주면서 '기분 좋음은 잠깐이고 무게감이 따라올 거다'라고 하더라. 그땐 그 말을 이해 못 했다. 처음으로 전체 대본을 받아보고 집에 가는데, 대본의 묵직한 무게가 정말 좋았다.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많이 느꼈다. 드라마의 한 인물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구나. 그다음부터는 다른 배우들을 보는 시각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다들 정말 너무나 잘하는 것 같다."
'지옥' 시즌2 홍의준. 사진=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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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합류 소식을 듣고 주변 반응은 어땠나.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못 했다. 너무나 중요한 일을 받으면 운이 새어나갈까 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겠더라. 대본을 고이 모셔두고 친형한테만 이야기했다. 형이 '네가 들어간다고?'라며 믿지 못했다. 작품 공개 후에는 주변 형들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문소리 선배와 대면 신에 대한 칭찬을 받았다."
-'지옥' 시즌2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피부로 인식할 정도의 변화가 생기는 건 없는 것 같다. 배우로서 더 나아질 게 뭐가 있을지, 그 생각을 하고 있다. 찍기 전보다 후에 느낀 점이 더 많았다. 이전에는 오만했던 거다. 현장에 가서 그냥 느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준비 기간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에 갔더니 문소리 선배님이 자꾸만 대본을 들고 감독님과 논의를 하시는 거다. '저 정도까지 치열하게 분석하고 고민하고 그렇게 해야 하는구나'를 배웠다. 찍으면서도 많은 힘듦이 있었지만, 촬영이 끝난 후에도 많은 고민을 했다."
-히든카드 같은 캐릭터여서, 연기 톤을 잡기 쉽지 않았을 터다.
"'지옥'을 찍는 몇달 동안은 제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감독님과 논의를 많이 했다. 소통하다 보니, 조금씩 감이 잡혀 왔다. 보시면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4화 이후부터 연기 톤이 다르다. 그때부터 스스로 편해져서, 다양하고 깊게 생각했다. 김성집이란 인물에 더 많이 다가갔다. 사실 그 전에 찍었던 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편하게 접근해도 됐을 텐데. 스스로 억압된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아쉬웠던 점 말고, 만족했던 점은 무엇인가.
"이 작품을 통해 진짜 다시 태어났다. 사실 너무나 힘들었다. 액션도 너무 많고, 액션 트레이닝도 3개월 정도 했다.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 정말 너무 힘들게 하니까 무술감독님이 '요령 부리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걸 느끼셨던 것 같다. 마지막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무술감독님이 '대역 없이 다 가고 싶어서 그렇게 훈련을 시켰다'고 하더라. 대역이 거의 없었다. 두 컷 정도를 제외하곤 다 연기했다. 고생한 결과물에 저도 만족스러웠다."
'지옥' 시즌2 홍의준. 사진=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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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났다는 생각마저 들었나.
"스무살에 처음 연기를 시작하겠다는 마음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이 들더라. '지옥'을 찍고 난 후 1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최근 단편 영화를 찍으면서 '내가 많이 변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이렇게까지 작품에 진지하게 임한 적이 있었을까'란 생각도 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 대본을 보는 마음가짐이 다 바뀌었다."
-연상호 감독의 스타일은 어떤가.
"워낙 김성집 캐릭터가 세지 않나. 저는 일반 시청자에겐 낯선 얼굴이다. 감독님이 '네가 연기를 평이하게 하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매 신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고 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챙겨주려고 하시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부담도 됐지만, 거기서는 그걸 느낄 겨를도 없었다."
-'지옥'에 워낙 베테랑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니, 기에서 밀리면 안 될 거라는 생각도 했을 듯하다.
"배우가 배역으로 임하면 기 싸움이나 이런 게 필요 없지 않나. 문소리 선배님은 제가 힘들어했을 때, 현장에 찾아봬서 사전 리딩을 요청했다. 정말 많은 티칭을 해주셨다. 선배님이 '현장에 가서 네가 먼저 압도하라'고 했다. 선배님의 조언과 가르침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선배와 신인 배우의 느낌이 아니라, 배우 대 배우로 만나서 연기할 수 있었다. 김현주 선배님도 언제나 뒤에서 편하게 해준다. 현장에서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배경이 다 잊힌다. 스스로 순간에 빠져드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옥' 시즌2 홍의준. 사진=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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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미지의 배우였으면 하나.
"그게 제가 가진 가장 큰 숙제다. (연상호) 감독님도 '네가 제일 잘하는 연기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처음 들었던 것 같다. 요즘에도 고민되는 부분은 그거다. 내가 대중에게 비쳤을 때 어떤 이미지가 잘 각인이 될지."
-공연을 오래 해왔던데, 매체로 넘어오기까지의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연극배우로서는 바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극단 소속이다 보니까, 1년이 두세 작품을 하면 시간이 다 간다. 매년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어느 순간에 스스로 물었다. 나이가 30대 중후반이 되면서 '네가 연극을 계속할 거야?'란 질문을 던졌다. 집안의 반대도 있었다. 그러면서 처음 제가 왜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지 복기했다. 나는 연예인을 하고 매체 배우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연극에 빠져있었다. 연극을 열심히 하면서 계속 (매체 연기가) 선망의 대상이었다. 약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을 하다 보면 누군가 나를 픽업해 가겠지'라는. 그래서 '내가 (매체로)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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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은.
"홍의준이란 배우의 명확한 색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제일 큰 목표는 색깔 찾기다. 청아한 파란색이었으면 좋겠다. 짙은 파란색."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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