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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황동혁 감독 “좋은 대학 가 의사가 되는 게 목표인 사회…여기가 ‘오징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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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 앞두고

“스포를 막아라”…‘007작전’ 방불케 해

편가르는 경쟁사회…윤리 가능성 질문

이정재vs이병헌…출연진 라인업 화려

대마초 혐의 최승현 출연 논란도 있어



헤럴드경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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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456억원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3년 전 세계를 사로잡고 온갖 패러디 콘텐츠를 양산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귀환. 사채 빚에 내몰려 ‘오징어 게임’에 뛰어들었던 성기훈은 거액의 우승자가 돼 살아나간 뒤, 게임의 세계를 파괴하러 돌아온다.

내달 26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업계에선 105일간의 ‘눈치 게임’이 치열했다. 지난 8월 1일, 무려 100여개 국내 언론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대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이 넷플릭스 측에 요청해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가 열려서다. 이날의 간담회는 장장 3개월에 달하는 엠바고(기사 유예) 기간을 뒀다. 취재진은 간담회 장소로 입장하기 전 “이 자리에서 언급된 내용과 상영한 프리뷰 영상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작성했다.

제작 동안에도 보안 유지에 생사를 걸었다. 제작사인 퍼스트맨 스튜디오의 김지연 대표는 “대본 유출을 막기 위해 프린트도, 메일 발송도 안 되는 특수한 온라인 대본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자신이 소유한 파일만 열람할 수 있고, 자신의 모니터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본을 받았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도 탈락한 이후의 대본은 모른다”는 것이 김 대표의 귀띔이다. 시즌2, 3을 연이어 작업한 덕에, ‘오징어 게임’ 제작비는 1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대표는 직접적 언급 대신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는 했다”는 말로 막대한 제작비에 대한 상상만 남겼다.

간담회에서 황동혁 감독은 시즌2에 대한 부담, 전체 스토리에 대한 골격, 캐스팅을 둘러싼 잡음, 드라마에 담은 메시지에 이르기까지 상당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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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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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황 감독은 시즌2 후반 작업에 한창인 시간이었다. 만족도는 높았다. 그는 “시즌1의 성취로 부담이 심했다”며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일 같이 이 작품에 매달렸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노력을 들인 작품”이라고 했다.

‘오징어 게임’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는 전 세계적이다. 이미 시즌1 당시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시간을 기록한 콘텐츠다. 황 감독은 이 작품은 황 감독에게 한국인 최초로 에미상 감독상을 안겨줬다. 이 시리즈는 최초 기획 당시부터 글로벌 시청자를 겨냥해 제작됐다.

황 감독은 “시즌1을 만들 때도 세계적인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며 “평생을 한국에서 살면서 겪은 모든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 작품은 굉장히 한국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작품을 사랑해주신 전 세계 팬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취향도 고려했고, 많은 말과 설명이 필요 없는, 직관적인 작품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즌2의 가장 큰 변화는 인물들이다. 지난 시즌 ‘오징어 게임’의 우승자인 성기훈(이정재 분)이 복수를 위해 다시 한 번 게임에 도전하고, 이 곳에서 프론트맨(이병헌 분)과 대결한다. 황 감독이 꼽는 시즌2의 첫 번째 차별점이다.

그는 “시즌 1에서 성기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오직 돈을 벌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어리숙한 캐릭터라면, 시즌2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이 게임을 끝내기 위해, 복수를 하기 위해 게임의 주최자를 찾고 게임 속으로 뛰어드는 인물이라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의 지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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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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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성기훈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한다. 캐스팅 라인업이 화려하다. 이정재·이병훈·공유·위하준을 비롯해 임시완·강하늘·박성훈·양동근·이진욱·최승현(탑)·박규영 등이 이름을 올렸다. 어머니와 아들, 한 때는 연인이었던 젊은 남녀, 시즌1에서 성기훈의 친구였던 정배 캐릭터(이서환 분)가 이들이다. 강하늘은 군 관련 배경이 있는 캐릭터로 나온다는 것이 황 감독의 설명이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최승현의 출연에 대해선 논란이 적지 않았다. 황 감독은 “(판결 이후로) 이미 시간이 꽤 지난 후였고, 집행유예 기간도 끝나 그 정도면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이 우려를 표하시더라”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최승현이 맡은 역할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진 못하지만, 아주 많은 용기가 필요한 배역”이라며 “왜 이 작품을 이 배우와 해야 했는지 결과물로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의 지난 시즌에선 다채로운 K-놀이가 등장,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켰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일대일로 겨루는 게임이 다수 등장,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엔 단체 게임이 늘었다. 시즌2의 또 하나의 차별점이다.

황 감독은 “어릴 때 한 번쯤 해봤던 한국 고유의 게임도 있고, 전 세계에서 다 하는 게임도 있다”며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임들이 많아져 더 극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봤다.

‘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경쟁 사회의 민낯을 그렸다. 자본과 권력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자들이 즐기는 ‘실사판 놀이’다. 이 세계에선 거액의 상금을 두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하위 계급들의 잔혹한 생존 대결이 이어진다. 이야기의 보편적 울림은 극악무도한 게임 세계 안에 던져둔 참가자들의 인류애에서 나왔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질문한다.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에서 ‘인간의 조건’을 묻고, 자본과 권력 이전의 ‘인간의 윤리성’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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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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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은 “시즌1 공개 이후 인기 요인을 묻는 질문에 ‘오징어 게임’만큼 세상이 힘들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답하곤 했다”며 “그로부터 3년이 지났는데, 세상이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 들고 오히려 더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가올 시즌2, 3에서도 황 감독이 인식하는 세계가 그려진다. 시즌2에선 전 시즌 초반 등장했던 ‘이 게임을 지속할 것’인지, ‘그만두고 나갈 것’인지를 묻는 투표에서부터 본격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황 감독은 “투표를 이용해 O와 X로 나뉘어지는 그룹들을 보여주면서 지금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각 나라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 가르기, 선 긋기, 나와 남을 구별하고 옳은 것과 그릇된 것으로 서로를 규정짓고 공격하는 갈등에 대해 묘사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시즌2가 묻는 질문은 우리의 내일이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지,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번 시즌 단체 게임을 통해 협동심을 강조한 이유 역시 “우리가 나빠지고 있는 세상을 뒤바꿀 힘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황 감독은 설명한다.

극단적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다 보니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줄곧 잔혹한 폭력성과 윤리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황 감독은 이와 관련 “‘오징어 게임’ 속에서 표현되는 폭력, 살인, 탈락자에게 주어지는 가혹한 사형이라는 벌칙은 어떤 의미에선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라며 “리얼한 방식의 폭력이 아니라, 사회의 경쟁에서 낙오된 자들에게 가해지는 어떤 시스템이 주는 형벌이 이들에게 가하는 폭력이라고 봤다. 이는 연쇄살인범의 살해와 같은 리얼한 폭력보다는 덜 폭력적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즌2에서도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극악한 경쟁 사회에서 윤리성과 도덕성이 지속가능한지를 묻는다. 황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는 요즘 점점 비관론자가 되고 있어요. 밤 10시, 11시에 파김치가 된 얼굴로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아이들, 좋은 대학에 가서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아이들이 모두 낙오자가 돼버리는 세상에 미래가 있을까, 자살률은 높아지고 출생률은 끊임없이 내려가는 나라에 과연 뭐가 남아 있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대에 가지 않아도,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도 충분히 너는 세상에 가치가 있는 존재로 네 역할을 하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우며 자라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하면 끊임없는 ‘오징어 게임’일 테니까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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