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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소방관'의 희생과 사명감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노컷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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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영화 '소방관'(감독 곽경택)
노컷뉴스

영화 '소방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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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지난 2001년 3월 4일,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의 다세대주택에서 집주인의 아들 최씨의 방화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실제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소방관'은 현실이 가진 진정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영화다.

살리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가 마지막 현장인 소방관 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어느 날, 다급하게 119 신고 전화로 홍제동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긴급 상황이 접수되자 팀원들은 위기를 직감한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소방관'은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비극적인 결말이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비극을 향해 나아가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영화만의 엔딩은 무엇인가, 이를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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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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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서부소방서 신입 소방관 철웅(주원)과 서부소방서 구조반장 진섭(곽도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철웅와 진섭 사이 갈등과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소방관들의 현실과 그들이 직면하는 물리적·정신적 어려움을 드러난다. 그리고 철웅과 진섭의 갈등은 결국 철웅이 소방관으로서의 사명을 이해하고 진정한 소방관으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소방관들의 바쁜 삶의 단편을 보여주며 시작한 영화는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와 그들을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의 부정적인 시선, 불법주정차 등 소방관들을 가로막는 현실 곳곳의 문제점들을 두루 훑고 짚어낸다. 이는 비단 영화 속 배경인 2001년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서 보는 이의 공분을 자아낸다.

소방관들이 부딪히는 현실 중 하나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화마와 싸우며 요구조자(재난 따위를 당하여 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를 구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운 뜨거운 불과 연기, 암흑뿐인 곳에서 소방관들 역시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요구조자다. 영화는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겪는 두려움과 공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동시에 그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이유, 바로 소방관의 사명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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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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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보다 설득력 있게 그려내기 위해 영화는 최대한 현실적인 화재 현장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화재 현장의 어둠, 연기로 가득 찬 실내 등을 재현하며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스크린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화재 현장뿐 아니라 소방관들이 출동대기 하는 장소는 물론 화재 진압에 사용되는 장비들의 노후함이 영화 곳곳에서 나타난다. 국제기준에 맞는 방화 장갑조차 지급되지 않아 사비로 사야 하는 모습, 너덜거리는 목장갑으로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모습, 좁은 도로를 가득 메운 불법주차 차량과 이를 어쩌지 못해 100m가 넘는 길을 25㎏이 넘는 장비를 짊어진 채 뛰어가야 하는 모습 등은 과연 이것이 소방관들에게 주어져야 할 올바른 현실인가 질문하게 만든다.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이후 장비 보강이나 소방관 처우 등 일부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2001년보다 나아진 것일 뿐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어디서는 소방서가 혐오 시설로 분류되고, 불법주정차는 여전하며, 시설과 장비 지원은 물론 복지도 부족하다. 결국 2024년이 2001년보다 나아졌다고 명쾌하게 말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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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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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소방관'이라는 영화가 다시금 2001년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시민들을 구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가 나아질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소방관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조금 더 달라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길 바랄 뿐이다.

이처럼 '소방관'은 좋은 취지로 시작해 제작된 작품이지만, 마음만으로는 영화를 완성할 수 없다. 정석적이고 정직한 영화지만, '영화'이기에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부분부분 올드함이 묻어나는 장면과 일부 대사들은 지나치게 계도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실화와 현실이라는 무게가 감독에게 너무 많은 고민과 책임감을 안긴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소방관'을 소방관들에게로 눈 돌리게 하는 건 결국 영화가 담아내고자 했던 '현실'이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2001년 사고 당시 참사 현장의 모습은 영화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참사 당시와 이후 소방관들의 진심과 그들의 현실을 생각해 보게끔 한다. 결국 영화가 그토록 말하고자 한 진정성은 관객의 손으로 넘어왔다. 소방관들의 희생과 사명감에 우리는 현실에서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할 차례인 듯 싶다.

106분 상영, 12월 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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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 메인 포스터.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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