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먼에 대한 시청자 편견 지우는 효과
김정난이 '미운 우리 새끼'에 스페셜 MC로 출연해 사주를 언급했다. SB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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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샤머니즘 열풍을 체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관찰 예능에는 사주로 운명을 점치는 연예인의 모습이 흔하게 등장한다. 점술가들의 러브라인을 그린 프로그램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시즌2 제작까지 확정 지었다.
최근 배우 김정난은 '미운 우리 새끼'에 스페셜 MC로 출연해 사주를 언급했다. 그는 "사주를 볼 때마다 공통점이 있었다. 결혼을 일찍 하면 안 좋다는 것이었다. 말년운이 좋기 때문에 결혼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더라"고 이야기했다.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는 사주 궁합으로 매칭 상대를 정해 데이트를 하는 출연진의 모습이 그려졌다. 점술가들이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며 운명의 상대를 찾는 과정을 그린 '신들린 연애'가 좋은 반응을 얻은 가운데, 지난 7월 SBS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최근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고 발표했다.
예능 침투, 자연스러운 현상?
샤머니즘은 예능 속에 녹아들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박진규 교수는 본지에 "이미 대중의 삶에 매우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샤머니즘 관련 현상이 이제야 미디어, 특히 예능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샤머니즘이라는 말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삶을 설명하는 한 부분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에서까지 사주, 타로, 점술 등에 대한 친숙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 여러 번 증명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그동안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합리성, 과학성만을 마치 우리 삶의 전부인 것처럼 그렸던 것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현상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고는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미신이라는 말을 통해 미디어가 다뤄서는 안 되는 것으로 규정했던 모순과 이중성이 더 문제가 아닌가 싶다. 물론 점술이나 사주 등 미래에 대한 예측이 지니는 비과학성과 근원적 한계를 간과하고 이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을 조장하는 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현대인의 삶을 설명하는 데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모른 채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샤머니즘 편견 지우는 효과
시청자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신들린 연애'가 시즌2로 돌아온다. SBS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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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프로그램들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성해영 교수는 방송이 샤머니즘을 신빙성 있게 그려내는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본지에 "무속인이 나왔는데 엉터리 같은 소리를 한다면 시청자가 (샤머니즘을) 불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엉터리 같은 면을 보여준다면 프로그램 자체가 비난받을 수 있는 만큼 제작진이 그렇게 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예능에 샤머니즘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이에 대한 시청자의 친숙함을 키울 수 있다. 성 교수는 "관련 프로그램이 계속 나오면 시청자가 샤머니즘을 편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거 하리수가 TV에 계속 나오며 사람들이 트렌스젠더에 대해 더욱 열린 시선을 갖게 됐다. '신들린 연애' 같은 프로그램은 샤먼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들에 대한 시청자의 편견을 지우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무종교인 비율 증가의 영향
샤머니즘의 예능 침투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2023 한국인 종교 현황'에 의하면 무종교인의 비율은 2004년 43%에서 2023년 62.9%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성해영 교수는 "샤머니즘이 젊은 층 사이에서까지 인기가 있고,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줄어 들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사주, 타로 등에 대한 프로그램이 큰 반발 없이 많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라고 짚었다.
경계할 점은 샤머니즘 관련 프로그램의 파급력을 고려하는 것이다. 예능 속 스타가 사주, 타로, 점술 등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청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출연자로 나선 샤먼에 대한 광고 효과 또한 생길 수 있다. 샤머니즘을 예능에 슬기롭게 녹여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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