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스틸컷. 사진 |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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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결연한 눈빛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전진이다. 대한제국을 식민 지배하려는 일본 제국주의 수장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네 사람의 눈엔 차가운 분노가 서려 있다. 영화 ‘하얼빈’ 속 독립투사 안중근(현빈 분) 우덕순(박정민 분) 김상현(조우진 분) 공부인(전여빈 분)의 눈빛은 사진만으로도 압도적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하얼빈’은 115년 전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고 총과 칼을 앞세워 폭력을 자행한 일본 제국주의자를 암살한 단지회(안중근과 단지 동맹을 맺은 12명의 동지)를 집중 조명한다. 고난의 길인 것을 알면서도 우직하게 전진한 독립투사를 통해 상식과 정의를 되짚는다.
‘하얼빈’ 스틸컷. 사진 |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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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영화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당시를 재해석한다. 역사물은 현재의 갈증에서 소재를 찾기 마련이다. 역사적 사건에 담긴 메시지로 현실을 비추는 형태다. ‘하얼빈’의 이야기는 12월 4일 밤부터 시작된 계엄 정국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요즘 대한민국은 충격의 연속이다. 수십년간 견고하게 다진 민주주의가 단숨에 퇴보했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에게 총과 칼을 겨눴다. 입법기관을 군홧발로 짓밟았다. 주요 인사를 체포하고, 언론을 통제하려 했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폭력을 앞세워 영원한 권력을 누리려 했다.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 명령을 따른 군인과 공무원, 그들에게 부역하고 있는 선출직 국회의원 모두 반민주세력이다.
지난 3일밤 계엄군들은 헬리콥터로 국회 연병장에 강습 착륙했다. 스포츠서울은 당시 현장에서 생생한 화면을 실시간 전송했다. 사진 | 이상배 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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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제국주의를 앞세워 식민 통치에 앞장선 100여년 전 일본의 위정자들과 겹친다. 무력을 앞세워 왕위를 찬탈했고, 국가의 재산을 수탈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짐승만도 못한 부역을 강제했다. 오랫동안 이어온 조선의 영혼을 훼손했다. 무려 36년이나 나라를 뺏었다.
하얼빈으로 향하는 네 사람의 눈빛이 결의에 차 있는 이유는 반민주세력의 수장을 처단하는 것이 정의이기 때문이다. “늙은 늑대를 처단하라”는 하나의 목적에 목숨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사로운 욕망 따윈 없다. 엄동설한에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총을 든 군인에게 맞선 국민의 신념과 겹친다.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해왔다. 거세된 양심을 저격한 ‘변호인’(2013년/1137만) 올바른 리더십을 전한 ‘명량’(2014년 / 1761만) 현대사의 맥을 짚은 ‘서울의봄’ (2023 / 1312만) 애국심을 고취한 ‘파묘’(1191만)이 그 예다. ‘하얼빈’은 ‘서울의 봄’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작품이다. 또 한 번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흥행을 이룰지 주목된다.
‘하얼빈’ 스틸컷. 사진 | CJ EN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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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촉구하는 시민들. 사진 |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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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호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외에 1000만 이상의 대중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려면 커다란 공감이 필수적”이라며 “최근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흥행하는 추세다. 아울러 계엄 정국으로 혼란한 가운데 ‘하얼빈’이 가진 메시지가 충분히 많은 공감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안중근이 신념으로 걸어간 길은 요즘 반민주세력이라 불리는 세력과 싸우는 국회와 국민의 마음과 겹치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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