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사진 | 스마일 이엔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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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어두운 밤, 불이 타오른다. 아비규환이다. 괴성이 들린다. 한 여인이 광기 가득한 눈을 갖고 있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며 영화가 시작된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매우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 있으리란 짐작은 간다. 그 여인은 배우 문정희다.
‘원정빌라’는 많은 부분 문정희에게 의존했다. 숙제가 많았다. 자극적이면서 현실적이어야 했다. 쉽지 않은 숙제였음에도, 100점이다.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느낌, 현실에 있을 법 하지만 다가가고 싶진 않은 깨름칙한 이미지, 불편한 엄마이자 괴로운 이웃의 모습을 적절하게 꺼내들었다.
문정희는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극적인 역할은 배우에겐 기회가 된다. 역할이 강한데, 은근히 친근하다. 후반부엔 폭주한다. 눈이 돌아간다. 내가 하면 잘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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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이비종교를 전면에 다룬다. 국내에서 가장 예민하게 다뤄야 하는 소재다. 게다가 사이비 종교다. 여러 종교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전도만이 내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는 그릇된 믿음을 가진 신혜(문정희 분)가 포교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색이 진하고 강렬하다. 종교적 소재 영화에 출연하는 건 배우에게 용기일 수 있다.
“미국 시리즈 중에 ‘트루 디텍티브’가 있어요. 사이비 종교에 대한 내용이에요. 조용히 숨겨져 있는 지하조직이 사람을 해치는 내용이에요. 정말 재밌게 봤어요. 꼭 봐야 해요. 저도 종교의 믿음이 있어요. 중요한 건 얼마나 이성적이냐예요. 맹목적이고 지나친 믿음은 해가 되죠. 사랑도 마찬가지고요.”
문정희의 연기는 또 놀랍다. 그릇된 신념을 가진 인간의 얼굴을 표현하는 데, 꼭 어디선가 본 것 같다. 현실에 딱 붙어있는 가운데, 흔히 볼 수 없는 묘한 지점을 낚아챘다. 옅은 불편함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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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는 전도가 아픈 아이를 낫게 해줄 것이란 잘못된 믿음이 있어요. 신에게 덕을 쌓으면 그것이 곧장 내 아이에게 보상이 될 거라는 확신이죠. 눈이 늘 돌아있잖아요. 후반부에 강렬해져요. 그렇게 가기 위해서는 간극을 잘 메워야 해요. 매 장면 설득을 해내야 해요. 지나가는 장면에서 스토리를 잘 쌓아야죠.”
생동감이 넘친다. 살아 있다. 비단 ‘원정빌라’ 뿐 아니다.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에서도 두 얼굴의 광기를 현실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이전부터 연기는 늘 독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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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한 번은 강아지 산책 시키는데 파란 신호등에 차가 빨리 휙 가더라고요. 그 순간 분노하거나, 소리를 꽥 지르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 경험을 순간 몸에 익히려고 해요. 그런 오만가지를 잘 쌓아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는 거예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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