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 ‘믐뭔봄’이 탄핵 집회에서 단연 돋보였다. 사진| X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내가 가진 가장 밝은 빛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서 K-팝 콘서트 문화 상징 ‘응원봉’이 국회 앞을 밝혔다. ‘1020 여성’이 주축이 된 이른바 ‘Z세대’(2000년대 생)가 집회에 대거 참여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K팝 아이돌 문화’를 이끄는 이들은 각자 응원하는 아이돌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연두색 망치 모양의 ‘NCT 믐뭔봄’이 단연 이목을 끌었다. 4면을 둘러 ‘대통령 탄핵’ 등을 적었다. 뉴진스 ‘빙키봉’ 에스파 ‘스봉이’ 레드벨벳 ‘김만봉’ 등이 각각 오색찬란한 빛으로 밤을 물들였다.
응원봉을 들고 촛불 시위에 참여한 팬들. 사진| X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13일 오후 국회 본관 앞에서 응원봉을 들고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처음 접하는 광경에 기성세대 눈이 휘둥그레졌다. 분노가 희망으로, 집회가 축제로 바뀌었다. 야당도 촛불 대신 응원봉을 손에 들며 대세를 따랐다.
‘Z세대’가 시위를 주도했다. 이는 어른들에게 감동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겼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나라가 어두우면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국민’이라는 말을 매일 실감했다”고 밝혔다. 배우 최민식도 “좌절 속에서 젊은 친구들이 휘두르는 응원봉을 보며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서 미안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응원봉과 촛불을 켠 채 환호하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1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윤석열퇴진 대구시국회의’가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인 대구시민시국대회를 열고 있다. 이 단체에는 대구·경북 85개 시민사회·노동단체, 정당이 속해 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시민 등 5천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Z세대’가 시위 전면에 등장한 것은 집회 주인공이 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는 “2010년대 K-팝이 글로벌 히트를 한 이후 응원봉이 운동권 집회에서 나온 민중가요와 팔뚝질 등을 대체할 수단이 됐다”며 “집회 문법을 유지할 주체가 희소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집회 등장 곡도 모조리 K-팝으로 바뀌었다. 14일 오후 5시, 탄핵 가결 직후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지드래곤 ‘삐딱하게’ 에스파 ‘넥스트 레벨’ ‘위플래시’ 등 K-팝 연이어 흘러나왔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은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시민의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다. 집회를 넓고 깊은 유희의 마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들 세대가 ‘K-팝 콘서트’를 다니며 몸으로 익힌 경험도 무시하지 못했다. 추운 도로 위에서 핫팩, 방석, 담요, 보온병 등으로 중무장하고 스타를 보기 위해 몇 시간을 대기했던 경험이 이번 집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노래에 박자를 맞추며 떼창을 부르거나 ‘칼각’으로 대오를 정렬하는 모습은 콘서트 현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대통령의 뜬금없는 ‘12·3 계엄령’ 선포는 Z세대에게 충격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양 교수는 “공안 통치를 겪지 않은 Z세대는 선진국 문화를 태어날 때부터 누렸다. 자유민주적 질서를 기본값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기존 집회 대신 응원 문화를 시위에 녹였다. 온라인에선 밈과 쇼츠를 적극 활용하며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socool@sportsseoul.com
비상계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참가 시민들이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국민의힘 당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