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엄마' 민희진 따라 어도어 전속계약 해지 선언... 갈등 장기화 예고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왼쪽)과 그룹 뉴진스는 올해 모회사 하이브 및 소속사 어도어와의 갈등 속 연이은 분쟁을 이어왔다. 한국일보 DB, '진스 포 프리'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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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요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민희진 전(前) 어도어 대표와 모회사 하이브와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이 가운데 최근 민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그룹 뉴진스가 어도어에게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면서 이들 간의 분쟁은 기약 없는 장기전으로 치닫게 됐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당시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등이 경영권을 찬탈해 독자 행보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에 대한 사임을 요구하는 한편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논란 속 민 전 대표는 자신을 향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영권 찬탈 시도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하며 자신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에 대해 하이브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 하이브가 돌연 자신의 직무 정지 및 해임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뉴진스를 데뷔시킨 뒤 승승장구하고 있던 민 전 대표를 둘러싼 갑작스러운 논란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당시 그가 하이브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진행한 긴급 기자회견은 올해 연예계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해당 기자회견에서 민 전 대표는 날 것의 욕설과 하이브 저격, 눈물과 분노 등 격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무고를 주장했고, 그의 발언부터 옷차림까지 모든 것이 '밈(Meme: 유행 요소를 이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 화 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민 전 대표의 반박에도 하이브의 입장은 강경했다.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는 하이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수천억 원의 이익을 취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가지려는 목적"이라며 민 전 대표가 뉴진스를 정신적으로 종속시키는 이른바 '가스라이팅' 했다고 주장, 주주총회를 통한 민 전 대표의 해임을 강력 추진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지난 5월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어도어 임시주주총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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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민 전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으며 가까스로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기존 사내이사 2명이 해임된 뒤 하이브 측이 추천한 신규 사내이사가 선임되면서 '바람 앞 촛불' 신세가 됐다. 상황을 의식한 듯 5월 임시주총 관련 기자회견에서 "대의적으로 어떤게 더 실익인지 생각해서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선택하자"라며 하이브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던 민 전 대표는 자신이 '독소 조항'이라 주장했던 주주간계약 속 경업금지 조항의 수정을 핵심 조건으로 제안했다.
민 전 대표의 합의 제안 이후 잠시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던 이들의 갈등은 한 달여 만에 다시 재점화 됐다. 민 전 대표에 대한 뉴진스 멤버 강탈 의혹, 주술 경영 의혹, 사내 성희롱 사건 은폐 의혹 등이 연달아 제기된 가운데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가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 대화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라며 반박했다. 첨예한 입장 대립 속 결국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맞고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법적 다툼 속 꾸준히 민 전 대표의 해임을 요구해왔던 하이브는 지난 8월 결국 어도어 이사회를 통해 민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어도어 측은 해임과 별개로 민 전 대표는 어도어 사내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뉴진스의 프로듀싱 업무도 기존과 동일하게 맡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 전 대표 측은 이를 "일방적 통보"라 주장하며 해임안 결의에 불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접 등판한 뉴진스, "민희진 복귀" 요구 불발에 "어도어와 전속계약 해지" 선언
하이브와 민 전 대표의 갈등이 장기화 된 가운데, 그간 간접적으로 민 전 대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냈던 뉴진스 멤버들이 직접 등판한 것은 지난 9월이었다.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를 25일까지 복귀시켜 달라라고 요구했다. 뉴진스 라이브 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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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뉴진스는 직접 긴급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하이브에게 공개적으로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멤버 하니는 하이브 소속 타 그룹 매니저로부터 "(뉴진스 멤버를) 무시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하니가 지목한 매니저가 소속된 레이블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으로, 빌리프랩 측은 "이미 CCTV 확인 및 의전 담당 구성원, 아티스트 조사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 된 내용"이라며 이를 전면 부인했으나 뉴진스 멤버들과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의 CCTV 은폐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니는 해당 주장을 근거로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참고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팜하니(하니 본명)가 체결한 매니지먼트 계약의 내용과 성질상 사용·종속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함께 뉴진스가 하이브에게 요구했던 '데드라인 내 민 전 대표 어도어 복귀'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진스의 직접 등판에도 민 전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민 전 대표는 지난 달 돌연 사내이사직 사임을 발표하며 하이브와 어도어를 떠났다. 그는 당시 "더 이상의 노력은 시간 낭비라는 판단으로 결단을 하게 됐다"라며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를 상대로 계약 위반사항 및 하이브와 관련자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룹 뉴진스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역센터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관련 기자회견에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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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전 대표의 사임 일주일 전 어도어를 상대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복귀 등 시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내며 최후 통첩을 했던 뉴진스 역시 끝내 민 전 대표의 뒤를 따랐다. 이들은 민 전 대표의 사임 일주일여 뒤인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가 자신들의 시정 요구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뉴진스 다섯 명은 29일 자정이 되는 즉시 전속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계약 해지의 모든 책임은 어도어에 있다고 주장하며 뉴진스 팀명에 대한 상표권 역시 자신들이 확보할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전속계약 해지 요구시 예상되는 6,000억 원대의 위약금에 대해서는 "배상의 의무가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후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뉴진스는 현재 어도어와 무관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다. 그 사이 민 전 대표의 뉴진스 배후설, 템퍼링(계약 만료 전 제3자와 접촉하는 행위) 의혹 등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민 전 대표는 해당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며 반박했다.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상황에 결국 어도어는 뉴진스를 상대로 법원에 전속계약유효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다만 어도어 측은 "뉴진스와 함께하겠다는 어도어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라며 "전속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사법부의 판단을 구하는 것과 별개로, 아티스트 분들과의 충분하고 진솔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아티스트와 당사 간에 쌓인 불필요한 오해들을 해소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향후에도 뉴진스를 안고 가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어도어와의 법적 분쟁에도 뉴진스와 민 전 대표의 '마이웨이'는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14일 '진스포프리(Jeanzforfree)'라는 이름의 SNS 계정을 개설하고 다수의 근황 영상, 사진 등을 게재하며 팬들과 소통에 나섰다. '진스 포 프리'라는 계정명에서 이들의 '탈 어도어' '탈 하이브'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새출발에 대한 뜻을 엿볼 수 있는 가운데, 장기적인 법적 다툼으로 접어든 민 전 대표, 하이브 및 어도어, 뉴진스의 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 안팎의 이목은 여전히 집중되고 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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