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다현, 로제/사진제공=현컴퍼니, 더블랙레이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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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김다현은 무리하게 '아파트' 대세에 합류하려다 자기 정체성조차 챙기지 못한 결과물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소속사가 제대로된 디렉팅도 없이 어린 아티스트에게 부족한 커리어를 제공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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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일, 로제의 '아파트' 사이에는 큰 공통점이자 매력 두 가지가 있다. 흥겨운 분위기, 그리고 중독성 있는 후렴이다. 김다현의 '아파트'는 이 두 가지 매력을 모두 놓쳤다.
김다현은 이번 리메이크곡 '아파트'에서 EDM 트로트라는 장르를 시도했다. 그러나 김다현의 '아파트'를 EDM이라 분류하기엔, 장르적 특성을 곡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EDM 특유의 꽉 찬 사운드를 구현해내는 데에 실패한 것. EDM의 특징인 신스 패드와 신스 베이스 사운드를 활용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빈약하다. 중저음역대가 없어 가볍기만 하다는 의미다. 기타 세션을 쓰고자 했다면 중저음역이 풍부한 악기를 무엇이라도 하나 넣어야 했다.
그렇다고 비슷한 빠르기를 가진 트로트 음원만큼 흥겹지도 않다. 곡의 가장 큰 문제는 곡과 어울리지 않는 보컬이다. 이는 가창자 김다현의 노래 실력과 무관한 제작자의 디렉팅 실력 문제다. EDM을 활용한 장르를 소화하려거든 파워풀한 보컬을 선보일 필요가 있었다. 팝스타 Alessia Cara(알레시아 카라)가 Zedd(제드)의 'Stay'(스테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김다현은 이 곡에서 속삭이듯 노래했다. 뛰어난 보컬 실력을 갖춘 김다현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한 방식이다.
반주에도 이렇다 할 포인트가 없는 상황에서 보컬에도 힘이 빠지니 곡에서 청자가 집중해야 하는 후렴이 어디인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워졌다. 후렴이 분명하지 않은 노래도 충분히 매력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부류의 음악은 '어쿠스틱의 편안함'에서 그 매력을 찾는다. 하지만 김다현의 '아파트'는 EDM, 즉 일렉트릭 요소가 들어간 곡이다. 어쿠스틱의 반대 지점에 있는 음악이라는 것. 듣는 이가 편안함을 느끼기 어려운 장르다.
사진=김다현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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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은 그의 리메이크곡 '아파트'에 대해 지난 18일 "윤수일 선배님의 원곡을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재건축해서 180도 바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언급했다. 새로운 시각에서 낯선 음악을 하겠다는 시도 자체는 훌륭하다. EDM 요소를 분명하게 넣고 강렬한 트로트 발성으로 곡의 흥을 돋웠더라면 그의 시도는 성공적인 도전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김다현의 시도는 '미분양 아파트'에 그쳤다.
트로트 가수라고 하여 트로트만 할 필요는 없다. 가수 임영웅처럼 얼마든지 자기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잘 해석할 수 있고 대중의 니즈가 있는 장르로 나아가는 것이 유의미한 확장일 테다. 트로트라는 정체성을 살리지 않은 것은 괜찮지만, 새로운 매력 또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김다현의 '아파트'가 가진 가장 큰 패착이다.
원곡의 매력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 채 그저 대세에 편승하려는 김다현 측의 이번 시도는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이를 김다현 개인의 부족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하기엔 나이가 많이 어리기 때문이다. 한창 음악을 공부하고 발전해나갈 나이다. 이번엔 만 15세 어린 가수의 곁에서 곡을 편곡하고 김다현의 퍼포먼스를 지도하는 어른들의 욕심이 과했다. 김다현이라는 아티스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속사의 음악적 진중함도 필요해 보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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