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의 전속계약 분쟁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가요계 단체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달 28일 ‘오늘을 기점으로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이 해지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데 이어 최근 소속사와는 별도의 소셜미디어 채널을 개설해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 사례가 업계 전속계약 효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비판 성명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요업계 “전속계약 신뢰 해치는 선례 될 것”

23일 스타트업 중심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에 소속 그룹인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한 것이 ‘신뢰·책임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투자계약 신뢰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하여’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하이브와 그의 자회사의 투자계약 관련한 갈등은 투자 생태계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례”라면서 “(투자) 계약의 해석과 이행이 일방적으로 무력화된다면 이는 투자 결정의 본질을 훼손하고 투자 생태계 전반에 걸쳐 회복하기 어려운 불신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스포는 이어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경우 글로벌 투자 유치가 위축돼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연예제작사 단체들도 연달아 우려 목소리를 내놓은 상태다. 사단법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회장 유재웅·한매연)은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모든 절차들을 무시한 현재 뉴진스 측의 입장은 처음부터 계약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상호간의 노력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거나 그러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뉴진스 측의 계약 해지 주장은 터무니 없다”면서 “누구나 선언만으로 계약의 해지가 이뤄진다면 어떻게 전속 계약의 효력을 담보할 수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한매연은 또한 “현재의 뉴진스와 같은 접근은 우리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역시 지난 6일 “뉴진스가 하루빨리 생떼 같은 무책임한 주장을 철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길 요청한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이들은 “빠른 성공을 거둔 3년 차 그룹 뉴진스의 일방적인 해지 선언은 대한민국 대중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시도를 ‘탬퍼링(소속사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타 회사를 사전 접촉해 이적을 논의하는 배신 행위)’으로 규정하며 제재를 시사한 경우도 등장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지난 13일 뉴진스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어도어와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해 “최근 대중음악산업에서 발생한 탬퍼링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 전 대표의 탬퍼링 의혹은 진위여부를 떠나 탬퍼링이 대중음악산업계에 얼마나 만연한 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점이 우려스럽고, 대형 기획사에서도 탬퍼링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서 더는 두고만 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협회는 또한 현재 운영중인 써클차트(구 가온차트) 집계에서 탬퍼링 의혹이 제기된 기획사와 관련 아티스트 앨범, 음원 판매량을 제외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트의 수치는 현재 지상파 3사 음악방송과 주요 대형 음악시상식에서 수상 근거 데이터로도 제공되고 있다.

◇결국 법원 판단이 판가름할까

일각에선 어도어가 지난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이 존속한다는 점을 확인 받기 위해 낸 ‘전속계약유효확인 소송’이 업계 새 판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어도어는 뉴진스와의 계약 기간이 2029년 7월 31일까지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뉴진스가 지난 14일 ‘진즈포프리(jeanzforfree)’란 소셜미디어 계정을 독자 소통 채널로 활용 중인 것, 소속사를 우회해 광고모델 계약을 진행하려 한 정황 등이 전속계약 효력이 유지된 상태에서 일어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 중이다. 반면 뉴진스는 전속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소속사 귀책이 먼저 발생했기에 계약 효력이 유지될 수 없단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실제 뉴진스 멤버들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탬퍼링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도 법정 변론 과정에서 검증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진스는 분쟁 사태에도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갤럽은 23일 ‘올해를 빛낸 가수’에 그룹 뉴진스와 임영웅이 꼽혔다고 밝혔다. 지난 7월, 9~10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전국(제주 제외) 만 13세 이상 5281명을 조사한 결과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30대 이하(13~39살)에선 뉴진스가 25.5%의 지지를, 40대 이상에선 임영웅이 33.9%의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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