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의 수십여년 세월 1인 2역 연기…"둘처럼 꿈 많고 지는 걸 싫어해"
제작 확정 전 캐스팅…"이별 후의 삶에 무게 둔 대본에 위로"
가수 겸 배우 아이유 |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두의 연기가 빛났던 드라마지만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는 가장 고생을 많이 한 배우로 손꼽힐 만하다.
1인 2역으로 두 모녀의 수십여년에 걸친 세월을 연기하며 극을 이끌었는데, 우는 장면이 유달리 많아 눈물 마를 새 없이 깊은 감정 연기를 소화해냈다.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처연함, 사고로 자식을 잃었을 때의 허망함, 7년 만난 첫사랑과 이별할 때의 설움, 부모가 되고서야 이해하게 된 엄마에 대한 미안함까지 모두 다른 눈물 연기로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눈시울도 뜨겁게 했다.
4일 서울 중구 동호로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만난 아이유는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제가 이렇게 많이 울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억지스럽게 운 장면은 한 번도 없었어요. 작가님께서 울 수밖에 없는 감정을 써주셨기 때문에 늘 눈물은 잘 났던 것 같아요."
가수 겸 배우 아이유 |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야무진 소녀 애순과 무쇠처럼 단단한 관식의 일생을 다채로운 사계절에 빗대 풀어낸 드라마다.
그는 드라마 제작이 확정되기 전 임상춘 작가에게 따로 출연 제의를 받았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아이유는 "'이런 글이 있는데 한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는 작가님의 연락을 받고, 회사에도 따로 말씀을 안 드리고 혼자 택시를 타고 작가님의 작업실을 찾아갔다"고 떠올렸다.
이어 "대본이 나오기도 전에 작가님께 먼저 연락받은 것은 처음인데, 대본을 읽으면서 느낀 건 애순이와 금명이가 저와 성격이 무척 비슷하다는 점이었다"며 "저뿐 아니라 다른 배우분들도 작가님께서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구상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
아이유는 극 중 새초롬했던 문학소녀 애순이의 열여덟살 모습부터, 꿈을 이루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금명이의 50대 모습까지 실감 나게 그려냈다.
그는 "나이대별로 달라지는 캐릭터의 성장을 묘사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다"며 "나이를 단순하게 분류하지 않으면서 입체적으로 접근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각 나이대에 경험했던 심경의 변화를 녹여내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대본 속에서 답을 찾았다. 희한하게 임상춘 작가님의 글은 읽으면 음성이 들린다"고 웃음 지었다.
"금명이는 울 때 시동을 '잉'으로 건다는 내용이 대본에 쓰여 있었어요. 작가님 머릿속의 '힝'과 '잉'의 차이는 뭘까 고민했죠.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모녀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애순이와 금명이 중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었냐고 묻자 아이유는 망설임 없이 애순이라고 답했다.
가수 겸 배우 아이유 |
그는 "'애순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이 연기했고, 금명이는 자신을 대하듯이 연기한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며 "제가 애순이를 특히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아이유는 지난해 발매한 미니음반 수록곡 'Shh..'가 '폭싹 속았수다' 촬영을 마치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귀띔했다. 엄마, 친구, 선배 등 아이유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그녀'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낸 노래다.
그는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지만, 이 작품을 촬영하며 제게 영향을 준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곡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곡을 발매했을 때는 드라마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말하지 못했는데, 공개 후 노래와 작품의 연관성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놀랐고 고마웠다"고 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를 세대에 걸쳐 그려내잖아요. 광례가 물질해가며 딸을 지켰고, 애순이가 밥상을 엎었고, 금명이가 분에 넘치는 욕심처럼 보일지라도 그 욕심을 꺾지 않았기에 새봄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수 겸 배우 아이유 |
아이유는 이 작품을 통해 "한 명의 인간으로서 위로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은 다양한 인물들의 일생을 다루다 보니 많은 헤어짐을 그린다"며 "이별로 좌절하는 모습도 보여주지만, 이별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 그 이후의 시간을 섬세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는 점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고 꼽았다.
"살면서 우리는 여러 방식의 헤어짐을 겪잖아요. '폭싹 속았수다'는 헤어짐을 겪고 난 이후의 삶이 왜 가치 있고, 살아 나가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조명해준다고 느껴서 큰 위로가 됐어요. 애순이가 관식이 떠난 뒤에 시집을 다 쓰는 장면처럼요."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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