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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1 (월)

'야당' 강하늘의 경계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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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강하늘 인터뷰 /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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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강하늘이 스크린 안에서 날뛴다. 바닥부터 정상까지, 경계선을 따라 즐거운 줄타기다.

영화 '야당'(연출 황병국·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강하늘),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검사(유해진), 마약 범죄 소탕에 모든 것을 건 형사(박해준)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엮이며 펼쳐지는 범죄 액션이다.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영화 '스트리밍'에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온 강하늘은 "사실 개봉은 제가 정하는 게 아니고, 정해진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어 "'이제 드디어 개봉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근데 제 얼굴이 나올 때마다 손이 오그라든다. 동시에 제가 촬영하지 않았던 장면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강하늘은 작품 제목처럼, 그야말로 '야당' 이강수 역을 맡았다. 야당이란, 마약 수사와 관련된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기는 정보원을 뜻하는 실제 용어다.

작품을 통해 '야당'을 처음 알게 됐다는 강하늘은 "대본을 처음 받고 '야당'이라는 것을 관객분들에게 소개해줄 생각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실 저도 원래 '야당'이 무엇인지 몰랐다. 저희 소속사 대표님의 친구분이 실제 마약반 형사신데 이 시나리오를 보고 '야당'에 대해서 물어봤다고 하시더라. '이런 게 진짜 있어?'라고 물어보셨더니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라고 하셨다더라"며 "경찰이나 검찰분들 사이에서 알고 있는 단어라고 하셨다. 사실 저를 포함해서 제 주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소개해줬을 때 재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강하늘이 연기한 이강수는 대리운전기사에서 우연히 마약 사건에 휘말리며 야당 일을 시작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삶을 살던 이강수는 이후 마약판에 발을 들인 뒤, 합법과 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시작한다.

하나의 캐릭터를 통해 평범함부터 비범함, '똘끼', 처절함 등 다채로운 감정의 폭을 보여준 강하늘은 "사실 이렇게 쾌활하고 움직이는 행동이 많은 캐릭터들은 조금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이 많다. 조금만 과해도 부담스럽고, 조금 덜 표현하자면 관객분들이 느끼는 쾌활함이 줄어들 것 같아서 표현하는 데 있어선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특히 극 초반부 그려지는 이강수는 그야말로 '날티'나는 인물의 표본이다. 대형 험머를 타고 다니는 이강수는 껄렁하고,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그런 이강수에 대해 강하늘은 "일부러 호흡을 많이 올렸다. 날티가 보이게 하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실제로 야당분들이 많이 타는 차량이 험머라고 하더라. 감독님이 인터뷰한 영상을 봤는데 굉장히 자신만만하셨다. '잡히면 어떡해요'라는 질문에 '아뇨, 나는 안 잡혀요. 나는 잡아봤자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내 뒤에 너무 많은 것들이 걸려있어서 어차피 처벌 못 받아요'라는 식이었다. 그런 당당함이 느껴졌다"고 감탄했다.

그러나 모종의 사건에 휘말린 이강수는 결국 가장 피하고 싶던 마약에 중독되고 만다. 이강수가 마약에 빠지고, 이를 극복하는 고통은 날 것 그대로 스크린에 표현됐다.

강하늘은 "인터뷰랑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실제로 사람마다 마약 중독 증상이 다 다르다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저 스스로 어떤 연기를 해도 정당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힘들어 보이게 하고 싶었다. 제가 마약을 극복하는 장면을 잘 찍는다면, 경각심도 느끼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토리 진행상 모든 내용을 다큐처럼 사실적으로 다룰 순 없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처절하고, 힘들어 보이게 해야 많은 분들이 '저렇게 힘들고, 저렇게 몸에 안 좋구나'라는 걸 느끼지 않나 싶었다"고 강조했다.

마약 중독을 겪은 뒤 이강수에게도 후유증이 생겼다. 강하늘이 직접 생각한 후유증은 '말더듬증'이었다. 이에 대해 강하늘은 "원래 대본에 있던 건 아니었다. 마약을 겪었는데 예전과 똑같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후유증을 넣어보고자 했다. 후유증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더라. 어떤 분은 다리를 절고, 어떤 분은 손을 떨고, 고개를 틱처럼 움직이는 등 여러 가지 것들이 많았다"며 "신체적인 부분은 후반부 액션신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고개를 떠는 건 시선이 흐려지니까 최대한 1차원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말더듬증을 넣는 게 어떨까 싶었다. 사실 감독님은 처음에 '굳이 넣어야 할까' 싶으셨는데 제가 하는 걸 보시고 괜찮다고 얘기해 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강하늘은 "하지만 아시다시피 영화가 초중후반 순서로 차례대로 찍지 않는다. 초반을 찍다가 다시 후반부를 찍다가 하다 보니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상태를 보여줘야 효과적일지 계산해서 넣는 것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마약을 다루는 영화인만큼, '야당'은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작품 속 마약에 취한 이들의 난교 장면부터 이강수가 보복을 당하는 폭력 장면에 대한 수위 우려가 이어지기도.

해당 장면이 언급되자 강하늘은 "대본을 읽을 때부터 청불 등급일 것을 알았다. 제가 촬영하지 않은 장면에 대해선 따로 깊게 말씀드릴 순 없는 부분이다. 감독님과 제작진분들의 생각이라서 제가 함부로 왈가왈부하진 못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러면서 강하늘은 "사실 강수가 당하는 장면엔 공감이 갔다. 이렇게 처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저는 제 캐릭터라고 한들, '야당'일을 하는 인물을 정당화하거나 선해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물론 그렇다고 너무 악랄해 보이면 관객분들이 따라올 수 없기 때문에 그 중간 선 타기를 했다. '야당'일을 하다 보면 당할 수 있는 일들을 다뤘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강하늘의 말대로, 이강수는 그리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인물이다. 다만 관객들의 입장에선 온전히 선한 캐릭터를 사랑하거나, 온전히 악한 인물을 미워할 수 있지만, 그 사이 경계에 선 인물들에게 이입하기 쉽지 않다.

이는 강하늘에게도 고민의 지점이었다. 그는 "이강수를 선한 캐릭터로 생각해서 몰입하고, 공감해서 풀어가기보단 이 캐릭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관객분들이 따라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관객분들이 황용식('동백꽃 필 무렵' 강하늘 배역명)처럼 선한 느낌의 캐릭터로 몰입해서 따라오시기보단, 그 중간에 계시길 바랐다. 그렇게 하려고 거의 매 장면을 감독님과 상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하늘은 "영화 초반에 나오는 제 내레이션에서 '한 해 우리나라 마약 사범은 2만5000명이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게 처음 녹음할 땐 '1만6000명'이었다. 근데 개봉 시기 때 다시 보니까 2만5000명으로 늘어났더라.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라며 "그걸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때 우리나라의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강하늘은 "어쨌든 마약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오는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약을 소재로 하면서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어떻게 소재를 사용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특히 오히려 호기심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조금 더 마약이 활용되는 장면들을 더 강하고 거칠게 표현해서 경각심을 주고자 했던 것이 '야당'의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강하늘은 "그렇기 때문에 저 역시 마약 중독 후유증을 이겨내는 과정을 더 처절하게 보여주려고 했다. 저희의 이런 메시지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여러분들이 쓰신 시간과 돈에 대한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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