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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브 장인’ 유해진 “정치검사, 바퀴벌레처럼 기어서 묘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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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봉 ‘야당’서 힘 뺀듯 녹아드는 연기

스크린 외길…“OTT, 아직은 두려움 앞서”

16일 개봉하는 영화 ‘야당’의 부패검사 ‘구관희’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을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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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작은 장면 하나에도 어떻게하면 더 재밌고 인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배우가 있어 자칫 밋밋하고 지루할 뻔한 부패검사 캐릭터가 ‘구관희’라는 옷을 입었다.

영화 ‘야당’ 개봉을 하루 앞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유해진은 “항상 영화를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면 ‘이번엔 무슨 장면이 애드리브이었어요?’란 질문을 받는다”며 “이번에는 후반부에 라이터(녹음기가 탑재된)를 찾는 장면을 ‘바퀴벌레’가 기어가듯이 표현한 것”이 있다고 소개했다.

유해진이 깊은 고민을 거쳐 디자인한 이 장면은 관희와 정치검사 및 부패 정치인 일당들의 실체가 폭로되는 클라이맥스에 해당한다. 은밀한 방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어떻게 뉴스 생중계로 새 나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 무릎을 땅에 대고 기어다니며 방 안 이곳저곳을 뒤진다. 그 걸음걸이가 관객에게 비웃음을 사도록 의도했다.

영화 ‘야당’ 속 구관희 검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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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바퀴벌레’라는 은유가 중요하게 쓰인다. 특히 관희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그의 캐비넷 옆으로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만큼 뗄 수 없는 존재다. 정말 바퀴벌레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된 카메라 움직임 대신 탁자 밑에서 마치 바퀴벌레처럼 기어가는 저를 찍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배우는 의미를 두고 연기를 해야 좋더라.”

마약판 브로커 ‘야당’은 수사기관과 편을 먹고 마약 사범들을 검거하는 작업을 설계하고 돕는 독특한 ‘직업’이다. 대한민국 2000여 명의 검사 중 ‘별 볼 일’ 없는 지방지청의 평검사 중 한 명이었던 구관희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이강수(강하늘 분)를 ‘야당’으로 데리고 마약 유통 윗선을 검거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출세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관희의 최종 목표는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특수부다.

유력 대선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을 현장에서 마약사범으로 엮어온 강수는 일을 너무 성실히 한 바람에 관희에게 손절당한다. 머리 회전이 빠른 관희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을 잊지 않는다. 기왕 노선을 갈아탔으면 흔적을 깔끔하게 지워야 한다. 관희가 “아 왜, 그런 거 있잖아”라고 말을 두루뭉술하게 해도, 눈빛은 이미 ‘처리해’이기에 수족은 그 명령을 충실히 따라 강수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신종 합성 마약을 강수 목덜미에 수 차례 꽂아 마약 중독자로 만든다.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자연히 주인공 강수의 관희를 향한 ‘복수’가 된다.

배우 유해진은 전형적인 캐릭터를 전형적으로 보이지 않게끔 하려고 장면마다 많은 디자인을 더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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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캐릭터를 설명해 놓으니 너무나 ‘클리셰’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중에는 이 전형성을 생각보다 예민하게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 유해진은 “전형적인 인물이라 전형적이지 않게 보이려고, 전형적인 표현을 안 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분명히 출세 야망이 있는 캐릭터인데, 그 야망이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일 정도로 분출되지는 않는다. 도드라지게 연기를 할까 고민도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조금 묵직하게, 조용하게 가고 싶은 게 있었다. 액션도 많고, 템포도 빠른, 화려한 이야기 속에서 관희마저 요란하면 과할 것 같았다. 또 풋내기 검사도 아니고 나름 짬밥이 있는 검사니까, 어느 직업이든 이 정도 되면 야망이란 게 있어도 안으로 누르면서 속에 몰래 품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않나.”

사실 ‘야당’은 관희 캐릭터뿐만 아니라 줄거리와 인물 관계 설정 등 여러 부분에서 앞서 개봉됐던 ‘부당거래’, ‘베테랑’, ‘내부자들’ 등의 범죄 오락 액션 영화들이 언뜻 스칠 정도로 많이 닮았다.

유해진은 “그렇게 보실 수 있다. 그런데 장르영화 특성상 그 틀을 깰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갑자기 영화 중간에 다른 장르를 끼워 넣을 수 없는 노릇이니, 정해진 틀 속에서 어떻게 ‘웰메이드’하느냐가 늘 숙제”라고 답했다.

모든 대본은 혼자 보고, 작품 선택 여부도 혼자 결정한다는 유해진은 기준을 자신이 맡을 캐릭터보단 ‘이야기가 얼마나 새로운가’에 방점을 찍는다. 이번에는 ‘야당’이라는 직업 자체가 정말 처음 들어보는 것이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다.

약쟁이 대선후보 아들 훈을 품어준 대가로 승승장구하는 구관희. 하지만 ‘강약약강’은 그에게도 그대로 적용됐으니, 나이가 한참 어린 훈은 관희를 자기 아랫사람처럼 취급한다. 고개를 숙여야 되는 상대를 너무 잘 아는 관희는 아무리 훈이 도발해도 참고 참는다. 그러다 후반부 들어 인내심이 다한 그는 훈을 향해 “시발거!”하고 단말마를 지른다.

유해진은 “이 한마디를 야당 속 구관희의 명대사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이유는 “그간 쭉 눌려왔던 스트레스를 푸는 후련함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 ‘베테랑’속 최상무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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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희가 겉으로는 훈에게 머리를 조아렸지만, 사실 ‘검사’라는 직업에 대해 스스로 느끼는 프라이드가 있다. 그걸 잘 표현하는게 ‘시발거!’이 한 마디다. 제가 감독님한테 몇 번이고 삭제하지 말아 달라고 특별히 부탁드렸다. 최종 편집까지 꼭 이 대사를 살려 오고 싶었다.”

유해진은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달성한 ‘파묘’에 이어 올해는 ‘야당’과 ‘소주전쟁’ 등을 통해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대부분 배우가 스크린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오가는 와중에 유해진은 스크린 외길을 걷는 중이다.

그는 “진짜 신선한 스토리는 웹툰에서 많이 보이는데, 보통 웹툰을 실사화하면 영화보다는 시리즈(드라마)로 제작되더라”며 “약간 영화에 너무 인이 박혀 새로운 시스템(OTT)으로 넘어가기엔 걱정과 두려움이 더 큰 상태”라고 말했다.

OTT 시청도 자주 하지 않지만, ‘야당’에 오상재 형사 역으로 함께 출연한 박해준의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만큼은 오열하며 봤다고 전했다.

“지금 6부까지 봤는데, 미치겠더라. 정말 명작이다. 많이 울었다.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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