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개월 반의 몸으로 출전한 아제르바이잔의 얄라굴 라마자노바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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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배 속의 아기와 함께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올림피언들이 있다.
임신한 상태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 '예비 엄마'들의 활약에 감동의 물결이 일었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슈퍼맘'들의 도전도 지속되고 있다.
그는 양궁 여자 개인전 32강에서 중국의 안치쉬안(24)을 상대했는데 초접전 끝에 연장 슛오프까지 치러야 했다. 슛오프에서 활시위를 과녁에 정조준하던 그 순간 그에게 배 속의 아기가 신호를 보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던 라마자노바는 인터뷰에서 "배 속의 아기가 발로 차면서 지금 쏘라고 신호를 준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도전은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 동료 선수들에게도 울림이 되고 있다. 양궁 미국 대표로 출전한 캐시 커폴드(20)는 라마자노바의 사례를 가리켜 "매우 멋진 일"이라며 "나중에 아이에게 '엄마가 올림픽에 나갔을 때 너도 함께였단다'고 말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부러워했다.
임신 7개월째 대회에 나선 하페즈. 하페즈 SNS |
이집트의 펜싱 선수인 나다 하페즈(26)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대회 펜싱 사브르 종목에 도전장을 내민 그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펼쳐진 개인전 16강에서 한국의 전하영에게 패해 탈락했다. 경기 후 하페즈는 자신이 임신 7개월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장에 두 명의 선수가 올라간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3명이었다"며 "나와 상대 선수 그리고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내 작은 아기가 함께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하페즈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배 속의 소중한 생명과 함께 싸워 외롭지 않았고 세 번째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16강)을 이뤄냈다. 하페즈는 "(임신 이후) 삶과 운동의 균형을 맞춰야 했고 많은 상황과 싸워야 했다"면서도 "올림픽은 그런 상황을 겪고도 출전할 가치가 있는 무대"라고 말했다.
금지현이 딸 정서아 양을 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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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올림픽 무대에 도전한 슈퍼맘들도 있다.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에 출전한 금지현(24)은 지난해 5월 딸을 낳았다. 금지현은 "출산으로 선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고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경기장 내 워밍업 룸에서 딸에게 모유를 먹여 화제가 된 프랑스의 유도 여왕 클라리스 아그베그네누(32)도 이번 대회 유도 여자 63㎏급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보통 임신한 여성이 0.01~0.1초에 승부가 결정되는 올림픽 종목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 평소 몸 상태보다 움직임이 더딜 수밖에 없고 심리적인 이유로 100% 컨디션을 발휘하기 힘들 수도 있다. 캐서린 애커먼 미국올림픽위원회 여성건강위원장은 "여성이 임신 중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고 있다"며 "펜싱·양궁·사격 등에서는 임신 중인 여성이 충분히 경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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