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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투수 코치 하나가 분위기를 바꿨다… SSG 오프시즌 의외의 전력 보강? 마운드 희망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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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구단 관계자들은 지난 1월 코칭스태프 및 프런트 전체 워크숍에서 한 코치의 준비에 깜짝 놀랐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1군 투수 코치로 영입한 경헌호 코치가 그 주인공이었다. 팀과 계약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는데 이미 팀 투수들의 장·단점을 훤하게 꿰고 있었다. 지난 오키나와 2차 캠프 당시, 한 구단 관계자는 “투수들의 분석을 정확히 다 끝내고 오셨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경헌호 코치는 전형적인 LG맨이다. 2000년 LG에서 1군에 데뷔해 2011년 마지막 1군 시즌을 보낼 때까지 1군 통산 337경기를 모두 LG에 바쳤다. 은퇴 이후에도 LG 코칭스태프에 오래 몸담았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LG 마운드 형성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경 코치에 대한 SSG의 관심은 사실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데려오고 싶었던 코치였다. LG와 계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됐다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기회가 닿았다.

사실 SSG와 접점이 거의 없는 지도자다. 현재 SSG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와 개인적인 인연이야 있지만 지도자로서는 바깥에서만 SSG를 봐 왔다. 그런 경 코치는 오프시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선수들과 심층적인 면담을 이어 갔다. 마냥 자신의 의견만 밀어붙이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도 말하고, 선수의 생각도 들었다. 선수가 자신의 생각대로 해보겠다고 하면 마냥 말리지는 않았다. 대신 그에 따른 장·단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만약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의 플랜까지 제안했다.

실제 문승원의 경우는 스위퍼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경 코치와 면담 끝에 스위퍼는 일단 쓰지 않는 것으로 했다. 대신 슬라이더를 두 가지로 나눠 던지는 쪽으로 경 코치의 의견을 수렴했다. 25일 인천 롯데전에서 최고 130㎞대 후반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 그리고 120㎞대 중·후반의 느린 슬라이더를 나눠 쓰면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투심과 슬라이더 위주의 투수였던 김민 또한 처음에는 다른 구종을 선호했지만 “커터가 좋다”는 경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커터를 장착, 시즌 초반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이숭용 SSG 감독은 경 코치에게 ‘공격적인 승부를 하는 마운드’를 주문했다. 지난해 볼넷이 너무 많았던 SSG고, 결국 이것이 마운드의 패착이었기 때문이다. 경 코치 또한 볼넷을 줄이고 공격적으로 승부를 하자는 마인드를 캠프 기간 내내 불어넣었다. 그 결과 오키나와 캠프 연습경기에서는 실제 투수들의 볼넷이 줄어드는 성과도 있었고, 꼭 기록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의 투구 패턴이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숭용 감독이 캠프 기간 중 가장 만족한 부분 중 하나였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층을 폭넓게 활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경 코치도 시즌 마운드 운영을 그렇게 가져가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를 빨리 하는 스타일이다. 준비를 해두고 그 옵션을 감독님에게 이야기한다”면서 “단순히 ‘이런 옵션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런 옵션이 있는데 이 옵션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스타일이다. 감독님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마운드 방문도 과감하다. 맞더라도 후회는 없이 맞자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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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SSG는 시즌 첫 네 경기에서 마운드의 희망을 보고 있다. 물론 아직 표본이 적다는 점에서 확신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볼넷 개수와 별개로 확실히 예년보다 공격적인 승부들이 많이 보이고 있고 탈삼진도 많아졌다. 특히 올해 시즌 프리뷰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국내 투수들의 성적이 좋다. 여기에 투수 교체도 비교적 합리적이고 깔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례로 선발로 나선 김광현(5⅔이닝 8탈삼진 2실점), 문승원(6이닝 2실점), 송영진(6⅓이닝 1실점)이 릴레이 호투를 펼치며 SSG 국내 선발진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민 노경은 조병현이라는 불펜 필승조는 물론, 한두솔 이로운까지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투수들이 조금 더 분전해주고,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미치 화이트가 들어오면 지난해보다 더 나아진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다. 지난해 딱 1승이 모자라서 가을야구에 못 갔던 SSG다. 마운드가 더 나아진다면, 올해 시즌 프리뷰를 무시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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