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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피프틴' 방영이 K-POP 산업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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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5세 이하 여아 대상으로 한 오디션 '언더피프틴'
방영 전부터 여러 잡음 일며 제작진 긴급 기자회견 개최
"아이들의 진정성 우선시" VS "위험성 노출 커"

MBN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로 진행되는, 만 15세 이하 K-POP 신동 발굴 세대교체 오디션이다. 전 세계 70여 개국 만 15세 이하 소녀들 중 인종과 국적, 장르를 불문하고 선별된 59명 신동들을 찾겠다는 기획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기획한 서혜진 대표의 크레아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 MB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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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5세 이하의 여성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이 제작진의 눈물 섞인 호소에도 여전히 우려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아동 학대'나 '아동 성상품화'라는 단편적인 문제가 아니다. '언더피프틴'이 무사히 론칭한다면 앞으로 K-POP 내 걸그룹 연령대가 낮아지는 현상이 촉진될 가능성이 높다.

MBN '언더피프틴'은 글로벌 최초로 만 15세 이하 K-POP 신동을 발굴해 5세대 걸그룹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론칭 당시 제작진 측은 "아이돌을 시작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어른들의 걱정이나 편견을 완전히 깨줄만큼 꿈에 대한 의지와 소신이 확고한 요즘 세대 진면목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고편과 티저 공개 후 어린 참가자들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최연소 참가자는 만 8세로 짙은 화장과 노출이 일부 있는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이에 아동 성상품화와 아동 학대 등 여러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고 MBN의 방영 재검토 결정이 나오면서 오는 31일 방영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제작진이 일찍이 공개한 이미지나 영상에서는 시스루 의상과 짙은 메이크업을 하고 K-POP 안무를 추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우려를 더했다. 이를 두고 제작진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벗어나고자 했던 의도라고 해명했지만 아동‧청소년들이 성인을 흉내내는 이미지가 정답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가학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그간 많은 경연 프로그램들이 경쟁 구조를 부각하면서 '악마의 편집'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안전지대 없이 노출되는 아동들에 대한 우려가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동들을 대상으로 구성된 경연 프로그램을 지적하는 이유다.

전세계 196개국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의 성장과 복지를 위해서 특별한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촬영 현장에서의 보호 외에도 또 다른 제도적 보호 장치가 요구되어야 한다. 하지만 걸그룹 데뷔조의 매니지먼트 등이 아직까지 미정인 상태라는 점은 예비 시청자들의 우려를 더할 뿐이다.

아동청소년 미디어인권네트워크가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스탠포드호텔 앞에서 언더피프틴 제작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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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면역력 없는 아이들의 위험 노출, 괜찮나


타인의 비판에 면역력이 없는 참가자들이 대중 앞에서 경쟁하고 평가를 받는 과정이 예능적으로 소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성명을 내고 "'언더피프틴'은 어린아이들을 상업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미성년자 상품화에 불과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후 제작사는 "참가자들은 모두 본인의 참여 의사 확인 및 보호자들의 동의 하에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라면서 아동 학대에 대한 의혹에 반박했다. 여성의당 또한 "아이들의 서사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아동 성 상품화 지적을 회피할 생각은 멈춰라. MBN과 크레아 스튜디오는 방송을 중단하라는 국민들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가혹한 다이어트, 성희롱, 악플에 노출될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을 추구하려는 방송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라면서 '언더피프틴'을 아동의 권리를 짓밟고, 위험으로 내모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회의 일부분을 공개했다. 기자가 직접 본 영상 속 편집에 주안점은 출연자들의 진정성이다. 일부 해외 참가자들은 얼마나 K-POP을 사랑하고 K-POP으로 인해 힘을 얻었는지를 조명했다. 첫 번째 참가자와 두 번째 참가자 등이 선정적이지 않고 파워풀한 댄스와 보컬의 기량을 뽐내면서 심사위원들에게 합격점을 받으며 활짝 웃었다. 이는 '언더피프틴' 제작진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다. 실제로 끼가 넘치는 아이들의 무대가 펼쳐졌고 보는 재미도 존재했다. 그러나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혹들이 있다. 과연 이 아이들이 이른바 '악마의 편집'이나 경연의 상처 등 방송을 위한 편집에 있어서 희생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울러 만 8세부터 15세 어린이들이 경연이라면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가학적인 장면을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제기됐다.

또한 방탄소년단 정국과 아이브 장원영이 15세가 되기 전 자신의 꿈을 이뤘다는 설명이 오프닝에서 펼쳐졌다. 진행과 심사위원을 맡은 대성도 "알파세대를 위한 5세대 K-POP 오디션"이라는 타이틀을 강조했다. 이러한 논리는 '언더피프틴'이 왜 15세 이하를 선정했는지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며 갖게 되는 '합리화'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측 "프로그램 기획, 사회 순기능 있나" 지적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의 김영민 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 내 제작 과정에서 아동 학대나 이런 부분들이 있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15세 이하의 아동들을 방송을 통해서 오디션을 진행하고 아이돌 산업 속 걸그룹 데뷔 연령이 점점 내려가는 경향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냐는 지적이다. 15세 이하 아동들이 성인 아이돌로 이제 데뷔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오디션이 사회적으로 어떤 순기능이 있냐는 것이 우리의 비판이다. 기자회견에서 제작진이 아동 성 상품화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공개된 티저 등에서 참가자들이 아이돌들의 춤을 추고 있다. 물론 제작진이 과도하게 선정적으로 연출하거나 기획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재능 있는 아동들을 데뷔시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바람직한지 전반적으로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참여자들의 꿈이나 노력,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한다는 것은 기업과 계약을 한다는 의미고 상업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공교육의 틀 외의 영역에 대해 특별한 규제나 여러 가지 사회적 감시가 지금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엔터테인먼트사는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이며, 관할 지자체 등은 연1회 점검을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 자료를 정리한 결과 서울시 전체의 점검률은 최근 3년간 평균 42%에 불과하였는데, 특히 가장 많은 업체가 소재해있는 강남구와 마포구의 점검률은 25%, 28%로 매우 저조하다. 이는 아동과 청소년 보호에 대해 관리가 소홀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지점을 꼬집은 김 센터장은 "아직까지 관리 및 감독 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어린 나이에 데뷔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면 (연령대 폭이 더 낮아지는 현상이) 촉진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참가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출연을 원한다고 했더라도 사회가 용인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기업, 방송사, 제작사와의 계약은 곧 아동의 노동으로 해석된다. 결국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참가자들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이유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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