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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 박해수 "나는 소극적인 관종... 악역에 카타르시스 느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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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에서 목격남 역 맡아 열연한 박해수
"껍데기만 남은 인물...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큭큭, 끽끽... 기괴한 웃음들 표현하기 위한 노력
"싸한 기운 돌던 촬영장, 빠져나오고 싶었다"

박해수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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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열일'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박해수가 아닐까 싶다. 오죽하면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 시즌1, '수리남',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에서 활약했고 최근 공개된 '악연'에서도 호연을 펼쳤다. 지난 5년간 4편의 넷플릭스 시리즈에 출연한 그는 올해 공개 예정인 미스터리 스릴러 '자백의 대가'로 또 한 번 넷플릭스와 일한다.

현재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악연'은 지난 4일 공개 이후 '오늘의 대한민국 TOP 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5위에 등극하는 등 해외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이 작품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6인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다. 극 중 박해수는 '목격남'으로 분해 폭발적인 연기력을 과시한다. '안경남'(이광수)의 뺑소니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시신 유기까지 돕게 되는 이 인물은 엄청난 반전을 품고 있어 극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본지와 만난 박해수는 열띤 반응에 대해 "너무 감사하다.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변화의 진폭이 크다 보니 여러가지 연기를 많이 보일 수 있어서 더 그런 듯하다. 배우를 하면서 이렇게 극단적인 캐릭터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악연'과의 인연


박해수는 '악연'의 대본을 보자마자 도전의식이 샘솟았다. 과거 연극 무대에서 괴물 분장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었기에 특수분장에 대한 거리감은 없었다. 다만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목격남'은 극 중 모든 인물을 유일하게 다 만나는 캐릭터다. 중후반부 화상을 입고 캐릭터가 급격하게 변모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혐오스러운 짜증과 예민함들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어요. 화상에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많이 있었고, 화상을 입고 수술한 분들의 목소리를 유심히 들었죠. 분장을 하고 나니 움직임이 불편하기도 하고, 호흡도 달라지고 기침을 주로 하다 보니까 음성 변조가 자연스럽게 된 거 같아요. 또한 이희준 배우가 '살인자ㅇ난감'에서 보여준 목소리 연기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캐릭터가 극악무도한 악역인 만큼 박해수는 인물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고 표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만 꽉 잡고 갔어요. 대본을 보다 보니 껍데기만 남은 인물 같았죠. 이름도 없고 남의 이름을 빌려 살고 마지막에 파괴되는 인물이잖아요. 결국은 남의 양심을 팔아먹고, 남을 탓하며 사는 인물인 거죠. 스스로는 정당하게 살고 있는 비지니스맨이라고 생각할 거 같았어요.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형성해 갔습니다."

박해수는 목격남의 최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실제로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었다. "저는 버스 정류장 신에서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어요. 제게는 방점이 그거였죠.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영혼 자체가 없이 껍데기만 남은 사람. 감독님이 그때 뭔가 흥얼거려보라고 하셨는데, 왠지 저도 슬펐고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목격남은 이미 죽은 게 아닐까요."

박해수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박해수가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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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웃음을 탄생시킨 과정


'악연'에서 박해수는 소름 끼치고 기괴한 웃음들을 선보인다.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를 때보다도 웃는 모습이 더 악인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하고 싶었던 게 몇 개 있었어요. 히스 레저의 '조커' 같은 웃음도 있었고요. '악연' 대본에는 지문으로 '꺽꺽댄다' '큭큭댄다' '끽끽댄다' 등 조금씩 다르게 써져있었죠. 왜 그렇게 웃을까 궁금했어요. 화상을 당했는데 거울 보면서 웃는 이유는 '이렇게도 살아있네. 이빨은 성하네' 그런 웃음이었던 거 같아요. 꿈속에서도 웃고, 마지막에 정체를 알게 되고 인연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를 깨달으면서 웃는지 우는지 모르게 한 부분도 감독님이 좋아하셨죠. 이상하게 마음에 든건, 얘한테는 웃음이 대사 같은 면이 있었어요. 스스로에 대한 비관적인 것도 담겨있었고 입장을 대변하는 말 같았죠."

그렇다면 그가 촬영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뭐였을까. "육교신이 잊을 수 없어요. 초반에 찍었는데, 제게 새로웠던 건 친할머니가 십분 거리에 사는 동네였어요. 할머니께 얘길 들었는데 거기가 냉한 기운이 도는 곳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육교를 어찌 (촬영 장소로) 잡았나 모르겠는데 기운 자체가 싸한 느낌이 있는 동네였어요. 여름에 가도 추울 거 같은 동네였죠. 화상 분장을 하고 주연(신민아)을 만난 골목길도 기억이 나요. 빠져나올 수 없는 이상한 굴레에 빠진 느낌을 받았어요. 촬영을 빨리 마치고 빠져나오고 싶은 공간이었어요. 실제로 있는 공간인데, 거기서 촬영을 제일 길게 많이 했어요. (이상한 느낌들 때문에) 쉽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관종"


박해수는 선과 악을 넘나들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다. 실제로는 차분하고 순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안에서 펄떡일 때의 에너지는 어쩌면 그의 일상과 동떨어져 있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배우 자신도 악역을 할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제가 소극적이면서 내성적인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관종 스타일이에요. 하하. 고깃집에 가도 밖에서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어요. 부끄러워하지 않고 누가 알아봐 주면 인사하죠. 비교적 활동적이긴 해도 폭발적으로 화를 내진 않는데 이런 연기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는 듯해요. 금기를 깨는 거 같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 같아요. 제가 처음 대면하면 말을 거의 안 하는데 친해지면 장난을 많이 쳐서 (사람들이) '저리 가라'고 하죠."

조금은 느릿한 말투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관종 이런 표현 괜찮냐"고 물으며 걱정하는 박해수를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알 수 있었다. 늘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내딛는 그는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제가 가진 소신 중 하나는 결과를 바라면서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견디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거죠. 또한 제게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해요. 오만해지거나 (연기가) 재미없어지면 그땐 하면 안되는 거겠죠. 감사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임하고자 합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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