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하 대표. 사진|아트원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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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발레리나를 꿈꾸던 한 소녀가 있었다.
그러나 인생은 그녀에게 춤보다 생계를 먼저 안겨줬다. 하루아침에 가족의 가장이 된 소녀의 10대는 철저한 침묵과 외로움으로 채워졌다. 아트원 컴퍼니 김은하 대표의 이야기다.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학원에 갈 차비가 없어 은평에서 미아까지 걸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길 위에서 그는 처음 ‘희망’이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됐다.
그 시절을 견디며 그는 묵묵히 ‘살아남는 법’을 배웠다. 20대, 무용학원의 매니저로 일하며 춤을 추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봤다. 어느 날 유명한 댄서 한 명이 존댓말로 안부 인사와 따뜻한 이야기를 건넸다. 힘든 시기 한 마디가 위로가 됐다. 그 순간부터 ‘춤’이 소녀의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김은하 대표는 “유명해지지 않아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도 이 세계에 남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쇼뮤지컬 Again ‘드림하이’에는 전·현직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해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사진 | 아트원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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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춤을 추는 사람들의 삶을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수많은 댄서들과 함께하며 시스템을 고민했다. 아카데미의 팀장이 되고, 대표가 되고, 회사를 차리기까지 단 한 번도 쉬운 길은 없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10년을 달렸고, 결국 ‘아트원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무대 중심엔 자신이 아닌, 댄서들이 있어야 했다.
“나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대신 누군가가 빛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태어난 작품이 바로 쇼뮤지컬 ‘Again 드림하이’였다. 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 김 대표는 ‘왜 무대에 서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묻고 싶었다.
춤을 잘 추는 사람보다, 그 춤에 담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다. 드라마 ‘드림하이’의 IP를 직접 KBS에 제안했다. JYP로부터 음원 판권까지 얻어냈다.
“시동은 생각보다 쉽게 걸렸어요. 제가 걸어온 길이 작품을 설득해줬던 것 같아요.”
쇼뮤지컬 Again ‘드림하이’는 무대 위 배우들과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서로 응원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사진 | 아트원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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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무대는 클로즈업이 없다. 말로 설명하지 않고, 춤으로 감정을 전달해야 했다.
“공연은 언어보다 움직임이 먼저예요. 제가 아는 가장 진짜의 세계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대 위에 선 인물은 캐릭터이자 실존이었다. 실제 댄서들이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풀어냈다. 박경림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했고, 세븐, 선예, 김동준, 영재, 진진, 유권, 장동우, 루나, 이지훈 등 뮤지컬과 K팝을 넘나드는 캐스팅이 더해졌다.
‘세븐틴’과 ‘트와이스’의 안무를 담당한 최영준 안무감독이 참여하면서 화려한 군무와 강렬한 에너지는 무대의 중심이 되었다.
지난 4월 서울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개막한 쇼뮤지컬 Again ‘드림하이’는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힘입어 신도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로 연장 공연을 이어갔다. 총 120회차다. 김 대표는 이 시간 동안 단 한 건의 안전사고 없이 공연을 끝마쳤다는 점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만큼 신뢰가 있었고, 진심이 통했어요. 이건 무대 위와 아래, 모두가 만든 결과예요.”
쇼뮤지컬 Again ‘드림하이’가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오는 8월 대구와 부산에서 무대를 이어간다. 사진 | 아트원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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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세대를 아우르는 메시지와 군무 퍼포먼스, 그리고 춤을 추고 싶었던 그때를 소환하는 감성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OST 수익과 티켓 일부를 기부하기로 한 결정도 김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세븐, 아이유, 재중, 선예 등 아티스트들도 동참하며 따뜻한 에너지를 더했다.
“사람을 살리는 공연이었으면 했어요. 기부는 자연스러운 연장이었죠.”
김은하 대표는 여전히 스스로를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그는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고 말하며, 다시 무대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은하 대표의 진심이 녹아든 ‘드림하이’는 이제 서울 공연을 마치고, 부산(8월 8일)으로 향한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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