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 사진 | JIC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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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길막좌’라 불린다. 전 세계가 주목한 넷플릭스 ‘오징어게임3’ 3회의 엔딩을 장식한 배우다. “뭐하긴 게임하지!”는 ‘오징어게임3’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대사다. 메시지에 너무 함몰돼 지루하단 평이 많았던 작품이지만, 그래도 3회 엔딩에서 그려진 서스펜스는 전 세계를 호령한 ‘오징어게임’의 명성에 걸맞았다. 그 주인공이 배우 이석이다.
신작 ‘트리거’에선 ‘전발’로 불린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전원성이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경찰을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인물이다. 사실상 ‘트리거’에서 가장 악한 인물인데, 묘하게 거부감이 덜하다. 어떤 배역이든 호감을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하는 이석의 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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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연기도 잘한다. JTBC ‘에스콰이어’ 3회 에피소드를 담당했다. 원치 않게 음주를 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을 하다 어린 아이를 칠 뻔한 트럭 운전사다. 실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이는 충격에 의해 다리를 다친 것과 다름없는 증상을 겪었다. 아이 엄마의 몰아치는 분노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장면은 애처롭다. 사나운 범죄자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다.
이석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징어게임3’ 해병남에 캐스팅 됐을 땐 뛸 듯이 기뻤다. 너무 가슴이 뛰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가 될까 촬영 직전까지 고민했다. 웃으면서 연기하고 싶었다. 원래 배우들이 무기를 두 세개씩 들고 가는데, 난 하나로만 갔다. 다행히 감독님과 이정재 선배가 좋아해주셨다”고 웃었다.
사람을 죽이는 데 즐거워 보였다. 해맑기도 했다. 뒤에 있던 성기훈(이정재 분)의 놀란 얼굴이 해병남의 잔인무도함을 극대화 했다.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이석에게도 긴장이 컸다.
“출근길엔 주위가 안 보였어요. 신을 찍고 나서야 스태프들과 인사도 하고, 감독님께도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할 수 있었어요. 후련하더라고요. 그 신을 위해 애를 많이 썼으니까요. 작품 자체가 워낙 힘이 세서 배우들이 NG 낼 때마다 멘탈이 흔들려요. 잘 이겨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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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성도 해병남과 닮았다. 사람을 죽이는 데 표정이 밝다. 총기를 들고 경찰서를 쳐들어가는 그의 얼굴엔 마치 초등학생이 소풍가는 듯한 설렘이 있다. 그 순수한 광기가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감독님께서 놀았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을 주셨어요. 자기 세상 만났다는 듯 놀듯이 했고, 잘 수행이 됐나봐요. 제가 이 역할을 강력히 원했어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김희원 선배가 늘 하는 말이 아무리 악역이라도 언제나 호감을 줘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 메시지를 잘 담으려고 했어요. 혼신을 다했죠.”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배출한다는 뮤지컬 ‘빨래’ 출신이다. 이정은, 이규형, 이성욱, 박정표, 정문성 등 영화와 드라마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대다수와 함께 협업했다. 이석 역시 ‘빨래’에서 먹고 자며 내공을 키웠다.
“아무래도 공연을 베이스로 한 배우들이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동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어요. ‘트리거’ 보고 정표형이나 성욱이형이 칭찬해주더라고요. 산전수전을 다 겪다본니까 멘탈이 잘 안 무너지는 것도 있어요. 1년을 100만원으로 살아보면, 꽤 많은 힘이 생기죠. 하하.”
무시무시할 것 같은 극 안의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 보면 매우 차분하다. 섬세함이 그대로 전달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전원성과 같은 악한 인물을 연기했나 싶을 정도로 반전이다. 어려웠던 시절도 있어 가능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혹독하게 대한 과거가 있었다.
“심각하게 시니컬했던 시절이 있었죠. 연극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할 때 분리가 잘 안 됐어요. 하반신 마비에 휠체어 타고 사는데, 딸 버리고 서울에서 잠적한 인물이에요. 후반부에는 딸과 만나서 부둥켜 안고 울죠. 하루 종일 어두었어요. 정신적으로 위험한 단계까지 갔어요.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나서 아내가 따뜻하게 케어를 잘 해줘서 안정을 많이 느껴요. 밸런스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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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인물이 살아있다. 아무리 연극적인 역할이라도 우리가 아는 사람처럼 연기한다.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힘이 있다. 디즈니+ ‘카지노’ 때부터 ‘에스콰이어’까지 늘 살아 숨 쉬는 연기를 펼친다. 이석 스스로 살아있는 연기를 위해 온갖 경험을 찾아나선다. 선배 배우들의 노력이 컸다.
“정은 누나가 ‘좀비딸’에서 할머니로 나오잖아요. ‘빨래’에선 40대 때부터 할머니 역할을 했어요. 폐지 줍는 할머니 역할이에요. 그래서 정은 누나도 폐지를 줍고 다녔어요. 어떤 느낌이 오나 싶어서 그랬대요. 저도 전자시계를 발목에 차고 돌아다녔어요. 대중의 눈치를 보고 싶었어요. 경찰서에도 가서 한바퀴 돌고 왔어요. ‘배우인데 역할 때문에 한 번만 들여보내달라’고 하면서요. 의도한 경험인데도 떨리더라고요. 아마 전원성도 웃고 있었지만, 많이 떨렸을 거예요.”
새 드라마 ‘행복복지관’ 촬영에 한창이다. 노인복지회관을 배경으로 연기를 가르치는 연극 연출가 역할이다. 노인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며 무대를 만드는 인물이다. 노인들은 엄청난 내공을 가진 선배 배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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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라 불리는 선배 배우에게 발성이 어떻다느니 하면서 가르치는 게 상당히 민망해요. 제가 생김새가 이래서 악역을 주로 맡았는데, 이번에 매우 착한 사람이에요. 촬영에 한창인데, 정말 재밌고 신나게 하고 있어요. 제게도 착한 면이 있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잘 지켜봐주세요. 하하.”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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