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 희란 役
당대 톱스타로 충무로의 어두운 현실 맞서
“결말에 판타지적 요소…여전히 용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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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희란’은 70년대를 풍미한 톱스타다. 그는 80년대의 시작과 함께 펼쳐진 새 시대에 맞춰 ‘더 이상 노출하지 않겠다’며 연기 변신을 선언한다. 하지만 새 시대는 희란의 바람을 그냥 두지 않는다. 정부의 ‘3S(스포츠, 성풍속, 스크린)정책’이 충무로를 강타하면서다. 군사독재에 대한 반발을 억제하려 만든 우민화 정책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성애(性愛)영화’ 제작 열풍이 불어닥치고, 희란과 그 시대의 여배우들은 스크린 안팎에서 ‘벗어야 성공하는’ 폭력적인 시대를 살아간다. “새 시대라 부르는 세상은 전과 다를 바가 없고, 우리는 여전히 그 세상을 살아내야 하잖아요”. 넷플릭스 ‘애마’는 ‘애마부인’이란 80년대의 대표적인 에로영화 제작 과정을 통해 험난한 시대에 들끓는 대중의 욕망과 권력의 추악한 부조리에 맞선 투쟁을 기록한다.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여배우라는 집단은 어쩌면 소수의 집단이잖아요. 이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목소리 높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됐구나,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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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마’에서 ‘희란’으로 분한 배우 이하늬는 최근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애마’란 작품이 제작되고 공개된 것에 대한 기쁜 마음을 거듭 전했다. 그 안에는 거친 시절을 버텨온 선배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도 포함됐다. 그는 ‘희란’을 연기하면서 녹록지 않았던 70~80년대 여배우들이 부딪혀 온 거친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보고 느꼈다. 이하늬는 “에로영화의 시대에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단했겠느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내가 그 시절 배우였다면 정말 예민한 배우가 돼 있었을 것 같다. 은퇴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촬영장에서 만난 ‘원조 애마’ 배우 안소영에게도 진심을 담아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이하늬는 “촬영 준비로 예전 작품들을 보면서, 하나의 보호장치 없이 맨몸으로 안소영 선배님이 얼마나 많이 고생했을까 생각했다”며 “그분들이 있기에 나도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란 감사한 마음이 들어 선배님을 뵙자마자 넙죽 인사부터 했다”고 말했다.
이하늬는 ‘희란’을 통해 70~80년대 여배우 그 자체를 보여준다. 그가 표현한 특유의 과장된 서울 사투리와 우아한 걸음걸이, 꼿꼿하고 군더더기 없는 자태와 몸짓은 캐릭터 설정과 한치의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 작품과 인터뷰를 보며 시대의 특징과 연기 톤을 공부하고, 감독과도 많은 상의를 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그는 고양이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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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는 “나도 여배우로 살지만 희란처럼 집 안팎에서 여배우의 태도를 유지하며 우아하게 살지는 못한다”면서 “예전에 뮤지컬에서 록시 연기를 했을 때도 모티브로 잡은 적이 있는데, 내 몸에는 없는 고양이 같은 선의 움직임과 호흡을 몸에 탑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희란’의 초반부 이미지는 도도하고 까탈스럽다. 흔히 말하는 ‘서울깍쟁이’ 마냥 자기밖에 모르는 데다 화려한 겉모습으로 속을 감춘,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런 ‘희란’은 영화 ‘애마부인’의 주연이자 신예 ‘주애’(방효린 분)를 만나 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마지막에는 주애와 함께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려는 어두운 현실에 용감히 맞선다. 이하늬는 ‘희란’의 감정선이 달라진 지점으로 유력인들과 여배우들이 함께하는 ‘연회’ 신을 꼽았다. 지금껏 그래왔듯 권력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희란’, 그리고 영화제작사 대표 ‘구중호’에 떠밀려 그 자리에 참석한 ‘주애’가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이하늬는 “그간 희란은 부당한 것이 굳은살처럼 박혀서 익숙해져 버렸거나 혹은 그저 지금까지 쌓은 것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간 침묵했던 것”이라며 “연회장에서 주애를 맞닥뜨린 것을 기점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는 결단이 생기지 않았나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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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기한 방효린과의 호흡도 좋았다. 이하늬는 방효린에 대해 “정말 연기에 진심인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희란이 주애에게 느꼈던 동질감과 연민, 그런 것들을 실제 현장에서도 느꼈다”면서 “방효린의 연기에서 ‘너 정말 연기에 진심이구나’하는 생각이 딱 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호흡하면서 합이 딱하고 맞았던 순간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드라마가 비춘 부조리한 시대에 맞선 투쟁은 오늘날에도 사회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애마’는 80년대 여배우라는 작은 집단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새 시대를 갈망하는 모든 이의 바람들을 투영한다. 물론 모두가 ‘희란’ 같이 판을 뒤흔들 수는 없다.
이하늬는 “나는 ‘애마’의 후반부가 판타지 같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누군가 그렇게 시대를 고발하겠다는 결단을 하고, 과감한 행보를 펼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잘못된 것을 침묵하지 않고,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인간이 한단계 진보하려 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는 용기 있게 발언해야 하는 점이 아직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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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늬는 지난 25일 둘째 딸을 출산했다. 인터뷰는 출산 전에 진행됐다. 이하늬는 만삭의 몸으로 제작발표회와 인터뷰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모두가 작품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그는 “정말 많은 사람이 이 한 작품을 위해서 애를 쓰고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무게감이 생긴다”면서 “마지막 ‘D라인’으로 이렇게 작품 홍보에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엄마가 되고 난 후 배우 이하늬는 촬영 현장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전투적인 사람이 됐다. 연기를 하는 시간의 ‘기회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기에 대한 애정은 어느 때보다 크다. 이하늬는 “정말 저는 연기가 너무너무 좋다. 취미가 그렇게나 많은데 연기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못찾았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이하늬는 주어진 기회에 정말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임하는 중이다.
“너무 소중한 것을 집에 두고 촬영장에 가야 하는 입장이 되니까, 이 존재를 놓고 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만나 그 시간을 온전히 쓰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촬영장에 가면 이제 ‘전투 모드’인 거에요. 물론 은퇴를 꿈꾸는 건 아니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어도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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