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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하이브 1호 가수’ 이현 “꽃이 져야 꽃이 피니…집착·욕망 내려놨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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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만에 세 번째 미니앨범

    잘하는 것 중 새로운 것 꺼내

    “뻔하지 않은 가수 되고 싶다”

    헤럴드경제

    ‘빅히트 1호 가수’로 13년 7개월 만에 새 앨범을 낸 가수 이현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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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이브 정도전’이라 불렸다. 장장 18년, 빅히트 뮤직의 탄생부터 함께 한 개국공신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코르티스 전에 그가 있었다. ‘빅히트 뮤직의 1호 가수’ 이현이다.

    “운동 상담을 그렇게 많이 하더라고요. (웃음) 연차가 쌓일수록 선배랍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저도 어려워지는데, 스스럼없이 다가와 주니 나를 뒷방 늙은이 취급하지 않는구나 싶어 고맙더라고요.”

    데뷔는 2007년 혼성그룹 에이트(8eight). 절절한 이별의 심경을 ‘심장이 없다’고 토로했고, 2am 창민과 듀오 옴므(Homme) 시절엔 ‘밥만 잘 먹더라’며 그 아픔을 멜로디에 실어 보냈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넘사벽’ 가창력으로 ‘보컬리스트 전성시대’를 열었던 그가 돌아왔다. 이현이 자신의 이름으로 신곡을 내는 것은 4년, 새 앨범을 내는 것은 2012년 1월 솔로 정규 1집 ‘더 힐링 에코’(The Healing Echo) 이후 무려 13년 8개월 만이다. 물론 그사이 미드낫이라는 이름의 부캐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했다.

    컴백 전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이현은 “이렇게 오랜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게으름과 자신감 부족으로 인해 시간이 가버렸다”고 돌아봤다.

    “고민이 많았어요. 장르적으로도, 이야기적으로 어떤 것이 적합할까에 대한 고민을 꽤 오래 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해야 하나, 유행을 좇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요.”

    지난 16일 세상에 나온 따끈한 신보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잘하는 것’ 중 ‘안 해본 것’을 꺼냈다. 새 앨범 ‘앤드(A(E)ND)’는 사랑과 이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관계의 시작과 끝을 다룬 여섯 곡을 담았다. 철자와 발음은 닮았지만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앤드’(AND)와 ‘엔드’(END)를 조합해,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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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이 최근 발매한 새 앨범 ‘앤드(A(E)ND)’는 사랑과 이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관계의 시작과 끝을 다룬 여섯 곡을 담았다.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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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엔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네오 솔(Neo Soul) 장르를 지금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알앤비 솔(R&B Soul) ‘데이 & 드림’(Day & Dream), 2000년대 초반 알앤비 팝(R&B Pop) 분위기로 권태기가 온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왓츠 온 유어 마인드’(What‘s On Your Mind), 프로미스나인의 송하영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우리의 중력’ 등 총 여섯 곡이 수록됐다. 곡 작업은 빅히트의 ‘83라인’이자, 방탄소년단의 대다수 곡을 작업해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사이에선 ‘제8의 멤버’로 불리는 피독이 함께 했다. 이현은 ‘우리의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그는 “(피)독이가 지금 굉장히 바빠 이 앨범을 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을 텐데 나를 가장 잘 이끌어줄 수 있는 프로듀서라 생각해 독이를 잡고 늘어진 부분들이 많다”며 “어딜 가든지 계속 전화를 했다. 그렇게 만든 음반”이라고 했다. 앨범 작업은 총 10개월이 걸렸다.

    음반에 담긴 곡들은 대부분 중의적이다. 누군가는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이겠지만, 이현의 자전적이이야기이기도, 그가 팬들에게 전하는 이야기기도 하다. ‘트리 오브 라이프’(Tree of Life)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물숨’을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해녀들의 물숨은 ‘죽음의 숨’, ‘욕망의 숨’이라고 하더라고요. 해녀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상군(수심 10m), 중군(7m), 하군(5m)이 정해져 있고, 이 계급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바뀌지 않는대요. 내가 들어갈 수 있는 깊이와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지 않는데 더 욕심을 내면 물숨(마지막 숨)이 차 죽는다는 거죠. 자기 역량 이상의 것을 욕심내지 않는 해녀들의 삶에 저를 투영해 보게 되더라고요”

    이현에게도 ‘영광의 시절’이 있었다. 명실상부 ‘보컬리스트의 시대’였던 2010년대, 탁월한 가창력을 가진 이현은 에이트, 옴므, 솔로 시절을 보내는 동안 음악적으로도, 예능 감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그 시절의 나를 놓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집착 아닌 집착을 해왔는데 꽃이 떨어져야 새로운 꽃이 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그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그 마음을 담은 곡이 ‘트리 오브 라이프’다. 앨범의 제목을 관통하는 곡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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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히트 1호 가수’로 13년 7개월 만에 새 앨범을 낸 가수 이현 [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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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째 몸담는 빅히트 뮤직은 이현에겐 특별한 곳이다. 18년 전, 이현에게도 수많은 기획사의 제안이 있었지만, 방시혁 프로듀서가 있는 빅히트 뮤직을 선택했다.

    “이현이라는 보컬리스트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있었어요. 그때의 전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가감 없이 말해줬고, 좋은 점과 좋지 않은 점을 이야기하며 이 부분을 채워 이런 가수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명확하더라고요. 이 사람과 함께 하면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시간이 18년이다. 긴 공백기 동안엔 작곡 역량을 키우기 위해 3∼4년간 미디 공부에 매진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소속사에 200여 곡을 꾸준히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방 의장은 “넌 이제 내 손을 떠나라”며 “스스로 프로듀싱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때부터 이현은 피독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 “하이브를 세우는데 방 한 칸의 역할이라도 하지 않았겠나”고 농담처럼 말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나.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이 세운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럼에도 이곳의 터줏대감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는 “이 행보가 후배들에게도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나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후년이면 혼성 보컬 그룹 에이트가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이현의 솔로 앨범은 에이트 20주년을 위한 활동의 전초전이자, 보컬리스트 이현이 오랜만에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가 어색하지 않은 보컬이 되도록 지금 열심히 살고 있고요. 늘 새로운 것을 하는 보컬리스트, 뻔한 건 하지 않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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