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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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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미<美 엠파이어 CEO> “K-팝은 더 성장할 것…韓 아티스트 영입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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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대형 독립 음반사·레이블 CEO 방한

    켄트릭 라마·앤더슨 팩·샤부지 등 소속

    “K-팝 완성도에 美음악 실험성 더해지면

    새로운 시장으로의 접근이 가능해질 것”

    헤럴드경제

    가지 샤미 미국 독립 레이블 엠파이어 최고경영자는 “지금의 K-팝은 이보다 더 글로벌 주류일 수 없다”며 “K를 떼도 글로벌 문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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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은 더 이상 소수가 열광하는 장르가 아니에요. K를 떼도 될 정도로 글로벌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했어요. 정말 미쳤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반 대형 독립 음반사이자 레이블인 엠파이어의 가지 샤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K-팝의 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뮤콘(MU:CON) 2025’의 기조 강연자로서 다섯 번째 한국을 찾았다. 샤미 대표는 “보통 강연이 있을 때 따로 인터뷰를 잡지 않는데 한국을 너무나 좋아하고, 한국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싶어 시간을 냈다”며 웃었다.

    그는 50센트, 켄트릭 라마, 스눕독, 카디비, 앤더슨 팩, XXX텐타시온, 샤부지 등 거물급 가수를 거느린 엠파이어의 수장이자 주류 팝 시장에서 ‘선견지명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가 요즘 주목하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최근 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샤미 대표는 지드래곤을 “대스타(Mega star)이자 문화적 지표 같은 존재”라고 했다.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홍콩, 대만, 중국 등 중화권 배급도 담당하고 있다.

    샤미 대표는 인터뷰한 날에도 많은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만났다고 했다. 그는 “서로의 브랜드 가치를 이해할 수 있고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 아티스트를 영입하고 싶다”여 요즘 한국 대중음악계를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엠파이어에서는 주로 방송을 한 번도 타지 않은, 혹은 길거리에서 만난 아티스트부터 발굴한다. 아티스트 육성 전략에 있어선 완전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회사다.

    샤미 대표는 K-팝에 대해 ‘완벽주의 음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K-팝은 훌륭한 엔지니어링, 뛰어난 작곡·편곡은 물론 곡의 구성·형식, 흠잡을 데 없는 노래 실력으로 ‘완벽하게’ 직조한 세계”라고 말했다. 다만 “뛰어난 완성도를 갖춘 음악엔 늘 새로움이 필요하다”며 “K-팝의 완벽주의에 힙합과 같은 미국 음악의 실험성이 더해진다면 새로운 시장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는 샤미 대표도 주목하는 콘텐츠다. 특히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를 만들고 부른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이재, 미국 힙합계가 주목한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는 샤미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다. 그는 “헌트릭스의 ‘골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써진 곡”이라며 “이재는 경이로운 작가이자 가수이며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는 놀라운 래퍼이자 가수”라고 극찬했다.

    샤미 대표는 ‘케데헌’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서 등장하는 한국어 가사에 대해서는 음악 청취를 가로막는 벽이 되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노래 가사에 한국어 단어가 있고, 그 뜻을 모른다 해도 멜로디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마음을 움직인다”며 “그것이 K-팝에서 K를 떼고 팝 음악이라고 불러도 되는 이유”라고 했다. 이어 “지금 내 마음 속 가장 멋진 팝 음악은 한국의 음악”이라며 “현재 시점에서 보기에도 K-팝은 후퇴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샤미 대표는 10대 후반 힙합 음악에 입문한 후 낮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IT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밤에는 엔터테인먼트업계 일을 하며 음악의 꿈을 키웠다. 애초에 “뮤지션을 돕자”는 마음에서 회사를 설립했기에 엠파이어는 아티스트와 회사의 수익 분배를 뮤지션 중심으로 나누도록 했다. 이에 아티스트 영입이 경쟁사에 비해 신중한 편이다.

    그는 “50%의 (수익) 비율이 (회사 입장에서) 반드시 좋은 수익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회사가 재정적 책임감을 가지는 동시에 예술가 역시 회사를 파트너처럼 느끼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가 회사로부터 이용당하거나 혹은 위계에 의한 관계로 느끼지 않고, 회사와 동등한 파트너로 느끼려면 수익 비율이 50대 50은 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신 소속사는 음반 유통과 퍼블리싱(출판), 머천다이저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제시한다.

    그는 “아티스트는 운전자이고, 우리는 그들의 내비게이션”이라며 “그들이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독려할 뿐만 아니라 목적지까지 어디에 교통체증이 있는지 파악해 지름길을 알려주는 파트너”라고 귀띔했다.

    최근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주류 음악 시장이 격변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의 눈에는 무수히 많은 기회가 포착되고 있다. 샤미 대표는 “모든 산업은 포맷의 변화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봤다. 또 “인공지능(AI)은 창작 환경의 민주화와 창작의 가속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다만 기술의 발전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불법 행위가 성행할 수 있어 책임감 있는 AI의 사용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부연했다.

    그의 좌우명은 “음악은 곧 문화이며, 접근성이 문화를 만든다”다. 그에게 음악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단지 아티스트를 키우고, 음반을 내는 것에 그치는 않는다. 샤미 대표는 “음악과 예술은 특정 커뮤니티에서 태어나지만, 훌륭한 음악과 예술은 그것을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진입한다”며 “다음엔 어떤 음악이 주목받을 것인가를 늘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얻은 서아프리카의 아프로비츠도 엠파이어가 예측한 트렌드다.

    요즘 K-팝과 함께 미국 주류 팝 시장에서 주목받는 음악은 라틴팝이다. 샤미 대표는 그중에서도 ‘멕시코 음악’을 꼽았다. 그는 “멕시코는 전 세계 음악 시장의 3위를 차지하는 곳인데다 미국 남서부 지역이 이전엔 대부분 멕시코였다”며 “현재 이민 1~3세대 멕시코인들을 통해 멕시코 지역 음악을 기반으로 한 장르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로스 티그레스 델 노르테와 같은 슈퍼밴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스마트폰과 SNS가 없다면 아티스트는 대중에게 접근할 수 없고, 그들의 음악을 들려줄 수가 없어요. 팔로어를 수백만명까지 늘리고 다양한 사람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는 만들어지죠. 이는 K-팝 팬덤이 보여주는 방식과 같아요. 이들은 다양한 통로로 자기가 몰두하는 콘텐츠나 아티스트에게 접근해 이들과 관련한 모든 것을 구매하고 싶어 하죠. 팬덤의 향유 방식이 대중성을 갖게 되면서 문화로서 자리잡았죠.”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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