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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류승범 “나쁜 사람, 나쁘지 않게 보이고 싶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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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중정부장 박상현 役

    “블랙 코미디는 처음…참신함·감독 열정에 승낙”

    “나는 ‘상현’과는 먼 사람, 미성숙함·집요함 담아”

    헤럴드경제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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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다시 보니 반갑고, 자주 보니 좋다. 긴 공백기 끝에 돌아온 류승범이 1년 만에 새 작품으로 돌아왔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2023), 쿠팡플레이 시리즈 ‘가족계획’(2024)에 이어 이번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다. ‘굿뉴스’는 1970년 일본항공 여객기 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블랙코미디로, 류승범은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을 연기했다.

    작 중 상현은 평양으로 향하는 여객기를 김포에 착륙시킨다는 영화의 큰 줄기인 ‘기밀 작전’을 지시한 장본인으로, 아무개(설경구 분)의 주인 노릇을 하며 ‘진실’의 뒤에서 가늠할 수 없는 권력을 휘두른다. 웃음 뒤에 살 떨리는 무서움을 감추고 있고, 책임을 져야 할 때 누구보다 물러설 줄 아는 인물. 속 다르고 겉 다른, 때론 웃음까지 든든히 책임지는 류승범의 상현은 블랙 코미디라는 영화의 정체성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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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무척 흥미로웠어요.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를 해본 적이 없거든요. 블랙 코미디를 보면 플레이가 참 묘해요. 색깔도 이중적이고요. 소재가 사실이라는 것도 신선하고, 새로운 장치들도 새로웠어요. 블랙 코미디를 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최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류승범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가지의 계기들을 밟으며 자연스레 흘러가듯 살고 있다는 그는 다시 ‘연기하는 사람’에 머물고 있는 현재를 누구보다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조금 과하게 이야기하면 나가서 죽을지도 모르잖아요, 어디 갈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요. 그냥 지금은 배우로서 주어진 일을 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예측할 수 없는 행보 속에서도 오늘, 아니 ‘지금’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진심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류승범이 ‘상현’을 맡게 되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작품 제안을 거절했다. 전작인 ‘가족계획’의 촬영이 끝날 때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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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새로운 작품을 하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런 상태로 임하는 것이 작품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요. 내가 준비가 된 상태에서 작업을 해도 될까 말까 하는 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영화를 하게 되면 많은 분들과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하니 개인적으로는 신중할 수 밖에 없었죠.”

    변성현 감독과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만났다. 둘은 동갑내기 친구다. 변 감독의 포기를 모르는 러브콜이 류승범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류승범은 “열정을 갖고 이 작품을 하려고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면서 “아 이런 감독이 만드는 영화면 신뢰를 갖고 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굿뉴스’의 모든 캐릭터는 단지 하나의 이야기만을 하지 않는다. 누가 더 나쁜지, 누가 더 정의로운 지는 거듭되는 반전 속에서 상대적인 영역으로 존재한다. 상현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무섭고 정말 ‘나쁜 놈’인데, 그렇다고 순도 높은 악인 그 자체도 아니다. 걸음걸이와 말투는 꽤 가볍고, 권력 앞에 한없이 허리를 꺾어대는 몸놀림이 유독 날쌔다. 무서움과 비겁함, 때론 아이 같은 미성숙함이 묘하게 공존하는 상현은 베테랑 배우에게도 큰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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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중앙정보부장은 뻔한 캐릭터를 연상하게 되잖아요. 게다가 박상현이라는 사람이 가진 특성과 저라는 사람이 가진 특성은 굉장히 멀리 있거든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고 있고, 입김만으로도 사람을 날려버릴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을 상상만으로 그려내는 것은 어려웠어요. 감독과 많이 이야기하고 탐구했던 것 같아요.”

    영화는 다양한 설정으로 상현이란 인물을 설명한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펜 세우기에 목숨을 걸며, 물도 술도 아닌 우유를 마시는 인물. 그중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란 설정은 류승범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살면서 지금까지 충청도 사투리를 들을 때마다 뭔가 조금 말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것이 영화의 특성과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안했던 것 같아요. 우유를 마시고, 펜을 세우는 것은 그의 미성숙함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감독님도 초반부터 캐릭터를 설명할 땐 ‘박상현이라는 인물이 아이 같은 면을 지니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그가 가진 집요함까지도 표현이 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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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중 상현이 담당하는 ‘코미디’의 지분은 꽤 크다. 어설퍼서 웃기고, 대놓고도 웃긴다. 나쁜 사람, 하지만 웃기기도 한 사람. 감독과 배우는 그 안에서 의도한 바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그도 우리와 같은 ‘인간’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상현’이 나쁜 사람이지만 나빠 보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것이 반전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람이 악성을 빼면 더 무섭고 나쁘게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빌런 같은 이미지를 빼려 했던 것 같아요. 사람처럼 보이고, 인간적인 면을 넣는다면 오히려 그 인물이 갖고 있는 캐릭터가 더 역할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했죠.”

    ‘굿뉴스’를 이끌고 완성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다. 류승범을 비롯해 설경구, 홍경 등 주연진 간의 연기만 아니라 일본 배우들과 이들이 보여주는 호흡도 남다르다. 좋은 배우, 좋은 선배와 함께한 시간이 떠올랐는지, 류승범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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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경구 선배는 저에게도 많은 영감과 영향을 준 선배라, 함께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홍)경이는 사람으로서도 정직하고, 진솔한 사람이죠. 다정다감하기도 하고요. 일본 배우들과의 촬영도 처음엔 긴장됐는데, ‘이 사람들도 배우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동지애가 생긴 것 처럼요.”

    ‘굿뉴스’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감독의 ‘냉소’가 담겨있다. 영화는 2시간 넘는 러닝타임이 아쉬울 정도지만, 복잡한 뒷맛을 남긴다. 진실과 본질, 관료주의, 더 나아가 국가와 이념의 존재 의미까지도 비틀어내는 이 영화가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류승범은 “그 모든 것이 결국 ‘관객’을 만나면서 완성될 것”이라며 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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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맞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되지 않을까요. 너무 새로우면 해석하는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이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보고,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것에 따라서 어느 곳으로 가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해요. 저도 ‘굿뉴스’가 어떤 모습의 영화로 완성될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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