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리.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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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2심 판결이 확정된 가운데, 피해자인 배우 김규리가 “이젠 그만 힘들고 싶다”며 소회를 전했다.
김규리는 지난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디어 판결이 확정됐다. 그동안 몇 년을 고생했던 건지… 이젠 그만 힘들고 싶다”며 “트라우마가 심해서 ‘블랙리스트’의 ‘블…’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 집 골목에 국정원 사무실이 생겼으니 몸조심하라는 말도 듣고, 며칠 내내 이상한 사람들이 집 앞에서 서성거렸던 일도 있었다”며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화면에 내가 잡히니 어디선가 전화가 오기도 했고, 작품 출연 계약 당일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를 받기도 했다”고 구체적인 피해를 털어놨다.
아울러 “블랙리스트 사실을 뉴스로 접했을 때 SNS에 짧게 심경을 표현한 것을 두고 ‘가만 안 있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았고, 휴대폰 도청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고통을 회상했다.
김규리는 “(국정원이) 사죄를 하긴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사죄를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기사에 내려고 허공에다 한 것 같다”며 “상처는 남았고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 그래도 상고를 포기했다 하니 소식은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튿날인 10일에는 “법원에서 판결이 났다는건 이 판결을 토대로 그에 반하는 게시물들은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며 악플러들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그는 누리꾼의 악플을 캡처한 사진을 공개하며 “여러 기사들에 악플로 도배가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알아서들 지우시라. 지금부터 일주일 후 자료들 모아서 대대적인 소송을 진행하려 한다. 자비는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김규리는 미국산 광우병 소고기 논란이 한창이던 2008년 5월 자신의 SNS에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직격했다가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찍혀 누리꾼의 포화를 맞았다.
이에 김규리를 비롯한 배우 문성근, 방송인 김미화 등 36명의 문화예술인은 2017년 11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만들어 특정 인사들을 방송과 영화계에서 배제하고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17일 “대한민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 원을 지급하라”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달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와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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