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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가로막은 '그래미 철옹성', 올해는 뚫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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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제 '아파트',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후보... '골든'도 노미네이트
    백인중심적 성향 '그래미 어워즈', 변화 흐름 속 K팝 첫 수상 나올까


    한국일보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미국 4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로 꼽히는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이하 'MTV VMA')에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상을 수상했다. 더블랙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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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이 오랜 기다림 끝에 그래미 어워즈에서 돌파구를 찾아냈다." (미국 '골드더비')

    K팝에게 유독 냉혹했던 '그래미 철옹성'에 드디어 커다란 균열이 생겼다. 오랜 시간 K팝에게 길을 내어주지 않았던 '그래미의 벽'이 이번에야말로 무너질까. 어쩌면 K팝의 새 분기점이 될 지 모를 '제68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는 내년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의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노미네이트 발표 전부터 로제의 '아파트(APT.)'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OST인 '골든(Golden)'이 K팝 곡들 중 유력한 그래미 후보로 점쳐진 가운데, 두 곡은 나란히 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케데헌'의 OST인 '골든'은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총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미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를 지닌 시상식으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즈'에서 본상인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로 분류되는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상'에 K팝 음악이 노미네이트된 것은 '아파트'가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의 노래' 부문에는 '골든'까지 함께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K팝 역사에 유의미한 발자취를 남겼다.

    '제너럴 필즈'로 불리는 본상의 경우 앞서 2023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앨범인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에 참여해 '올해의 앨범'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던 바, '아파트'와 '골든'의 수상 도전 결과에 글로벌 음악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 도전하는 K팝 아티스트는 또 있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즈가 합작한 걸그룹 캣츠아이도 '베스트 신인상'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로 이름을 올리며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토니상 6관왕'에 오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베스트 뮤지컬 시어터 앨범' 후보에 올랐다

    이번 수상 결과에 더욱 큰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그간 백인 중심적, 보수적 성향을 고수해왔던 '그래미 어워즈'의 행보 때문이다.

    1959년 시작된 '그래미 어워즈'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BBMA)'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와 함께 미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4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혀왔다. 특히 '그래미 어워즈'는 상업적 성과 보다는 음악성과 작품성에 중점을 두고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가리는 만큼 대중음악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시상식이다. 하지만 소수 인종과 여성 아티스트에 인색하다는 지적은 '그래미 어워즈'의 오랜 꼬리표였다.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 속 '그래미 어워즈'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며 입지를 확장해 온 K팝에게도 '그래미의 벽'은 견고했다.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1~2023년 당시 3년 연속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외신들 역시 방탄소년단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으나 번번히 수상은 불발됐다. 그나마 방탄소년단이 꾸준히 '그래미 어워즈'의 문을 두드렸을 뿐, 이들을 제외하면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된 K팝 아티스트는 그간 전무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뒤 미국 '4대 음악 시상식' 중 유일하게 단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 한 시상식은 '그래미 어워즈'가 유일했던 상황이다.

    이 가운데, 올해 K팝 장르의 곡들이 대거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다. 나아가 후보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들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그래미 수상이 K팝의 가능성을 한 번 더 넓힐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지난 시상식에서 흑인 아티스트인 팝스타 비욘세가 첫 '올해의 앨범상'을 품에 안았고, 켄드릭 라마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를 포함해 5관왕에 오르며 최다 수상자가 됐던 바. '그래미 어워즈' 역시 백인 위주의 시상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K팝 역시 '패싱' 없이 수상의 쾌거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는 중이다.

    물론 이번 시상식 후보로 지명된 로제의 '아파트', '케데헌' OST '골든', 캣츠아이 등이 모두 영어 가사의 팝 장르 곡·K팝에 기반하지만 미국 현지화 느낌이 강한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K팝이 오롯이 그 자체로 동일선상에 올랐다고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 이번 노미네이트는 K팝 시장에 의미있는 발자취가 될 전망이다. '철옹성' 같던 그래미의 벽에 커다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과연 이 균열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지, 모두의 눈길이 쏠리는 시점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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