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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스타 복귀·컴백 정보

    뉴진스는 왜 어도어로 복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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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지도 복귀도 일방적 통보와 선언

    “소송 연패로 선택의 여지 없었을 것”

    이미지 퇴색·긴 공백기 우려해 복귀

    신뢰 회복이 우선, 성공 여부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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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뉴진스가 1년간의 전속계약 분쟁 끝에 소속사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 사진은 하니(왼쪽부터),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 등 뉴진스 멤버들이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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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면담 중’.

    돌아오기만 하면 일사천리일 줄 알았으나, 막상 그 시간이 찾아오자 상황은 달리 돌아가고 있다.

    기습 기자회견을 통해 전속계약 해지 ‘선언’을 한 뒤 1년. 뉴진스가 소속사 어도어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은 모양새다. 뉴진스는 일단 두 손을 들었으나, 어도어는 어째 좀 미적지근하다. 훅 들어오니, 흠칫 놀라 멈칫했다. 공을 던졌는데, 상대 쪽에서 공을 잡지도 치지도 않은 채 공중에 붕 떠버린 것이다. 지난한 분쟁을 지켜보면 가요계 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뉴진스 vs 어도어’ 시즌3으로 본다. 완전히 새 국면이다. 유불리의 축도 달라졌고, 속내도 미묘하다.

    해지도 복귀도 일방 통보…선택의 여지 없었다?

    또 하나의 선언이었다. 뉴진스 멤버들의 방식은 독특하다. 이들은 어도어와 ‘헤어질 결심’을 했을 때도, ‘돌아올 결심’을 할 때도 대대적 선언과 함께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뉴진스가 어도어로의 복귀를 알린 것은 지난 12일, 항소 만료 기한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어도어는 이날 “멤버 해린과 혜인이 가족들과 심사숙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전속계약을 준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알렸다.

    다섯 멤버 중 두 명이 먼저 소속사 복귀 선언하자, 업계에선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떠올리며 섣불리 쪼개진 뉴진스를 떠올렸던 것도 사실. 하지만 불과 3시간 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다른 세 멤버인 민지, 다니엘, 하니가 법무법인을 통해 ‘어도어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신중한 상의를 거쳐 어도어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는 세 사람 입장에는 뜬금없는 표현과 전례 없는 문장이 함께 했다. “한 멤버가 현재 남극에 있어 전달이 늦게 됐는데 어도어가 회신이 없어 부득이하게 별도로 입장을 알리게 됐다”는 부분이다. 이번에도 역시 ‘일방적 통보’에 가까운 선언이었다.

    어찌 됐든 복귀 선언과 맞물려 뉴진스는 지난달 30일 열린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1심 선고 공판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뉴진스의 복귀 배경엔 그간 지난하게 이어왔던 분쟁의 연패가 심적 부담으로 작용했으리라 보는 견해가 많다. 특히 지난달 30일 열린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패소 판결을 받으며 뉴진스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뉴진스 측이 전속계약 해지 사유로 주장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해임, 멤버 보호조치 위반 등에 대해 “계약 유지가 불가할 정도로 신뢰 관계가 파탄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그간의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며 “소송이라는 것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데다 멤버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단결해 합쳐졌다면 모를까 내부에서도 혼선이 있어 보이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돌아오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뉴진스가 상급심에서 기존의 판결을 뒤집는 것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어도어로 돌아갈 결심을 한 것으로 본다. 익명을 요청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미 1년 이상 분쟁이 이어지며 고립됐던 상황에서 1심 판결 이후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오리라고 봤을 것”이라며 “분쟁이 지속되면 손배소 청구를 비롯해 더 큰 비용을 감당해야 부담도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계약 해지를 선언했을 당시부터 법적으로 뉴진스 측에 소송의 명분이나 당위가 없으니 돌아가는 방법 외엔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이미 1년간 이어온 분쟁으로 팬덤 사이에 쌓인 피로감과 대중의 엇갈린 반응 역시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했으나, 지난한 분쟁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이 그룹에게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주진 않았다. 참신한 이미지는 퇴색됐고, 기존과 달리 얼룩이 묻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K-팝 업계의 시계는 다른 분야와 달리 유난히 빨리 돌아가는 만큼 데뷔 4~5년쯤 되면 이미 신선함이 사라져 대중은 식상하다고 느낀다”며 “걸그룹은 그 정도가 더한데, 뉴진스는 워낙 자신들이 구축한 이미지가 획기적이었던 만큼 좋든 싫든 타격은 있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분쟁으로 어린 멤버들로 구성된 뉴진스가 어른들에게 이용만 당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면서도 “지난 1년간 기자회견을 비롯해 뉴진스가 전면에 나선 이후, 늘 스스로의 선택이자 의지라고 강조하면서 뉴진스를 향한 대중의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돌아오긴 했지만, 갈등의 씨앗은 도려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중대한 변곡점을 맞은 현재 뉴진스든, 어도어든, 누구든 간에 관건은 ‘신뢰 회복’이다. 양측간의 신뢰는 물론, 골치 아픈 분쟁상을 지켜본 대중과의 신뢰도 회복해야 성공적 컴백이 가능하다.

    김도헌 평론가는 “돌아오긴 했지만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긴 분쟁 속에서 모두에게 마음의 상처가 깊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서로 간의 신뢰 회복은 물론 시시비비를 가린다는 명목으로 여론전을 동원하며 피로감이 커진 대중과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둘 간의 접점을 잘 찾아야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도 “다른 두 사람은 협의를 통해 어도어로 돌아왔으나, 세 사람의 경우 합의가 아닌 통보였던 만큼 조율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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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진스, 이미지 변색 딛고 K-팝 톱티어 될 수 있을까

    그간 뉴진스는 ‘센세이션’의 아이콘이었다. 2022년 데뷔와 함께, 가요계의 모든 ‘성공 방정식’을 뒤집으며 폭발적 화력을 보여줬다. 전형성을 벗었기에 뉴진스는 늘 새로움의 상징이었다. 음악, 사운드, 퍼포먼스, 비주얼, 뮤직비디오 등은 물론 그룹의 이미지까지 활동기간 내내 K-팝의 새로운 공식을 써 내려갔다.

    ‘포스트 BTS’로 불릴 만큼 ‘초대형 IP(지식재산권)’로서 입지를 다진 뉴진스의 컴백은 가요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나 민희전 전 대표 체제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뉴진스의 차기 앨범은 그들의 무사 귀환에 대한 최종 마침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가 구축한 브랜드와 오랜 분쟁 동안의 공백은 컴백하는 이 그룹이 짊어진 가장 큰 부담이다. 출중한 감각으로 뉴진스의 모든 것을 만든 민 전 대표가 부재한 상황에서 어도어와 하이브의 역량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는 사실 미지수다.

    게다가 어도어 입장에선 ‘이중고’도 존재한다. 어떤 음악과 콘셉트가 나오든 민 전 대표 시절과의 비교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김도헌 평론가는 “어떤 식으로든 민 전 대표 체제와 비교가 될 것이 자명하다”며 “너무 표백된 음악을 내면 의식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굉장히 어려운 과제”라고 했다.

    K-팝 업계 역시도 그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뉴진스와 비슷한 시기 데뷔, 소위 ‘뉴아르’(뉴진스·아이브·르세라핌)로 불린 걸그룹들과 에스파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고, 뉴진스의 ‘미투 그룹’도 다수 등장했다. K-팝 업계는 ‘공백’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희윤 평론가는 “뉴진스는 혜성처럼 등장한 슈퍼루키로 늘 판을 바꿔온 그룹이었다”며 “이 그룹의 신드롬 이후 걸그룹의 자전축이 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K-팝의 흐름과 판을 바꿨기에 스스로가 바꿔놓은 판에 들어와 뭔가를 시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준다. 지난하게 거쳐온 분쟁의 시간이나 변색된 이미지, 세간의 모든 우려는 ‘좋은 음악’으로 삽시간에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정민재 평론가는 “음악은 가장 판단하기 쉬운 요소”라며 “뉴진스가 가지고 나온 음악이 좋았고, 민 전 대표의 감각이 예리했던 것은 사실이나 앞으로 나올 음악이 뛰어나다면 여론이나 대중적 이미지도 잠재우고 성공적으로 복귀해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임희윤 평론가도 “공백기와 이미지 쇄신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뉴진스가 가진 대중적 호감도와 매력이 있으니 좋은 음악과 콘텐츠가 있다면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며 “무엇보다 하이브와 어도어엔 그래미 후보에 오른 캣츠아이를 제작한 역량이 있는 만큼 뉴진스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글로벌 시장을 다시 두드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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