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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홍동희 선임기자) 배우에게 10년이라는 시간은 강산도 변하게 할 만큼 긴 세월이다.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공주의 남자' 등을 통해 안방극장의 황태자로 군림해왔지만, 스크린을 향한 갈증은 늘 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이후 10여 년 만에 영화 '신의악단'으로 돌아온 박시후를 최근 만났다.
그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오랜만의 영화 인터뷰가 낯설다면서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베테랑 배우의 깊은 눈빛이 되살아났다.
"드라마보다 더 치열했던 현장, 카메라가 얼었다"
박시후에게 이번 영화는 단순한 복귀작 그 이상이다. 그는 "작품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기 때문에 선택에 굉장히 신중하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1, 2년이라도 쉰다"며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을 밝혔다.
그가 '신의악단'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대본의 힘'이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같은 작가님이 쓰셨다고 해서 당연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읽어보니 역시나 느낌이 좋더군요."
하지만 감동적인 대본을 영상으로 옮기는 과정은 사투에 가까웠다. 몽골 로케이션은 상상을 초월하는 추위와의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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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도 힘들지만, 이번 영화는 그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해외 로케이션이라 한정된 시간에 모든 걸 찍어야 했거든요. 첫 야외 촬영 날, 가만히 있어도 눈물 콧물이 줄줄 흐르는데 그게 바로 얼어버릴 정도였습니다. 카메라도 얼어서 그걸 녹이는 데만 한참이 걸렸죠."
이러한 극한의 환경은 배우로서의 한계를 시험하게 했다. 그는 "15년 전 영화 촬영장은 가족 같은 분위기였는데, 이번엔 너무 추워서 정말 전우애로 뭉칠 수밖에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북한 사투리부터 노래까지, '박교순'이 되기 위한 디테일
박시후가 연기한 '박교순'은 보위부 장교다. 날 선 카리스마와 체제의 무게감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역할이다.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북한 말이 너무 생소해서 힘들었습니다. 일대일 개인 지도를 받고, 수업 내용을 녹음해서 현장에서도 계속 들으며 외웠습니다. 억양 하나하나가 감정선과 연결되어야 했기에 허투루 할 수 없었죠."
여기에 악단 단원으로 합류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까지 소화해야 했다. 그는 "노래까지 해가며 연기해야 해서 부담도 됐지만, 캐릭터가 변화하는 중요한 지점이라 공을 많이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습득을 넘어, 냉혈한 장교가 음악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 토대가 되었다.
정진운과의 '형제 케미',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
영화에서 대립각을 세우는 보위부 소속 군인 역의 정진운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박시후는 웃으며 "제가 장남 스타일이면 진운이는 막내 스타일"이라고 정의했다.
"성격이 반대라서 오히려 더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화기애애하고 즐겁게 촬영했죠. 서로 다른 에너지가 부딪히면서 나오는 시너지가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캐릭터보다 작품을 기다린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다시금 강조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첫 느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에게서, 10년의 공백은 멈춤이 아닌 도약을 위한 긴 도움닫기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12월 31일 개봉하는 '신의악단'은 그 오랜 기다림에 대한 박시후의 가장 진정성 있는 대답이 될 것이다.
사진=후팩토리, 호라이즌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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