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삼성과 KIA의 경기. 삼성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KIA 최형우. 대구=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5.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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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의외성이 커서 야구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이번 스토브리그 FA시장.
강백호 한화행, 박찬호 두산행, 최원준 김현수 KT행, 김재환 SSG행, 황재균 은퇴 등 다채로운 움직임이 있었다. 가장 놀라운 이적 중 하나는 최고령 FA 최형우(43)의 삼성 컴백이었다.
단지 나이가 많아서? 그래서 놀란 건 아니었다. 최형우는 마흔둘이던 지난해도 중심 타자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줬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올해나 내년에 갑자기 무너질 타격 메커니즘이 아니었다. 에이징커브가 있었다면 벌써 왔어야 할 나이.
2015 KBO리그 넥센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최형우가 5회초 1사 1,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치고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9.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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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삼성 라이온즈 내부 사정이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스토브리그였다. 유정근 대표, 이종열 단장 부임 후 쓸 때 과감하게 쓰는 삼성이었지만 이번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았다.
그 와중에 2025년 상위 40인 몸값은 우승팀 LG 트윈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내년부터 5%씩 늘어나는 샐러리캡 여유분을 감안하더라도 빠듯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전력 구성상 우선 순위도 팀 내 가뜩이나 많은 왼손 타자가 아니었다. 최대 약점인 불펜보강이 우선과제 처럼 보였다.
하지만 삼성의 선택은 최형우였다. 딱 하나 잡은 외부 FA가 바로 '왕조시절'의 상징이었다.
10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경기. 삼성 오승환 은퇴투어 행사가 열렸다. 양 팀 선수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오승환. 광주=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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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그랬을까.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이 원했다. 그냥 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직접 건의했다.
구단은 열려 있었다. 검토했고, 가능한지 모색했다. 협상 끝에 모셔오기에 성공했다.
프로야구 출범 후 첫 상향식(Bottom Up) FA 영입 사례였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SSG를 잡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삼성 이종열 단장이 기뻐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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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삼성 구단이었다.
아무리 선수가 요청한다고 해도 한정된 자금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최종 결정할 의무와 책임은 구단에 있었다.
삼성 구단은 대체 왜 망설임 없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우승 스피릿' 때문이었다. 최형우 선배를 잡아달라는 선수단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는 건 그만큼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렬하다는 의미. 제로섬 관계인 타자들로선 개인적 친분과 별개로 최형우 복귀가 손해인 선수도 분명히 있다. 당장 캡틴 구자욱만 해도 당초 새 시즌 박병호가 빠진 지명타자와 외야를 오가며 체력 세이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의 이해관계보다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먼저 생각했다.
자신들이 원한 '왕조의 상징'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우승 도전에 나서는 그림. 구단은 단지 선수 하나 플러스가 아닌, 돈 주고 바꿀 수 없는 팀워크이자 '팀 스피릿' 확보라는 판단을 했다. 최형우의 2년 몸값 26억+보상금 15억원까지 무려 41억원을 아낌없이 투자한 이유다.
2015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주말 3연전 2차전이 2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다. 경기 전 삼성 구자욱이 최형우와 함께 캐치볼을 하고 있다. 삼성은 선발투수로 5승 7패 방어율 7.65의 장원삼을 내세웠다. 한화에서는 1패 방어율 6.15의 김민우가 선발 등판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7.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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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서울 원정숙소인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이종열 단장의 최형우 영입 협상 장면을 지나다가 우연히 보게된 구자욱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자리를 피해줬다.
선수들이 원한 첫 FA 영입 사례가 된 '우승청부사'는 "우승반지 끼게 해주겠다"며 FA 강민호의 계약을 촉구했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요청하는 선수들도, 그 요청을 들어주는 구단도 아름답다. 이것이 바로 삼성야구가 2026년 새해에 라이온즈파크에 꽃피울 낭만의 시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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