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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25 (수)

    [촬영지 돋보기③] 익숙해서 새로운 드라마 속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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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 감고당길→북촌 한옥마을, 촬영지로 인기
    "서 있기만 해도 하나의 장면"


    더팩트

    서울 종로구 일대 골목은 여러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로 활용됐다. /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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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를 보다 보면 분명 처음 보는 장소인데도 낯설지 않은 순간이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거리, 기억에 남아 있던 골목은 작품 속 장면을 거쳐 실제 공간이 된다. <더팩트>는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생소한 드라마 촬영 공간을 따라가며 스튜디오와 세트장부터 실제 촬영지, 그리고 일상적인 장소까지 촬영지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서울을 걷다가 드라마 장면을 떠올리는 건 생각보다 자연스럽다. 종로의 골목부터 용산의 건널목까지, 익숙한 공간은 작품을 만나 또 하나의 얼굴을 얻었다. 낯설지 않기에 오히려 더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서울 종로구 감고당길과 윤보선길 사이에 위치한 골목은 드라마 팬들에게 더 이상 낯선 공간이 아니다. 특별한 간판이나 안내 표지판이 없어도 이 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춘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과 '도깨비'를 비롯해 여러 작품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됐기 때문이다.

    골목에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차분한 분위기다. 관광지 특유의 분주함보다는 차분함이 길 곳곳에 묻어 있다. 특히 이곳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에는 담장 너머로 스며드는 햇빛과 함께 싱그러운 기운이 감돌고 여름에는 짙은 초록 잎사귀가 골목을 덮는다. 가을이 되면 바닥을 채운 낙엽이 소리를 만들고 겨울에는 사람의 발소리마저 또렷해질 만큼 고요함이 짙어진다. 사계절이 각기 다른 분위기를 입으며 같은 길을 다른 장면으로 바꿔놓는다.

    이 골목은 스펙터클한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라기보다 인물의 감정이 머무는 방식으로 자주 활용됐다. 특별한 대사 없이 골목의 분위기만으로 작품의 흐름을 만드는 장면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거나 차분히 인물의 감정을 되새기는 장면 등이다.

    이날 골목을 찾은 20대 남성 A 씨는 "데이트할 때마다 자주 걸었던 길인데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한 드라마 장면을 보고 '여기 거기잖아!'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와봤다"며 "엄청 특별하게 꾸며진 길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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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백빈 건널목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지로 알려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소셜 미디어 캡처,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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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한옥마을 역시 드라마 촬영지로 꾸준히 사랑받는 공간이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서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드라마 '엄마친구아들' 촬영지로 알려지며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옥이 양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진다.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 낮은 담장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특별한 연출 없이도 장면을 완성한다. 특히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는 종로 일대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전통 한옥 너머로 빌딩 숲이 펼쳐지며 과거와 현재의 서울이 한 화면에 겹쳐 보였다. 드라마 속에서는 인물의 감정을 담는 배경으로 활용됐지만 실제로는 그 자체로 충분히 하나의 영화 같은 공간이다.

    용산에 위치한 백빈 건널목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지로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기차가 오가는 이곳에서는 건널목 앞에 잠시 서 있기만 해도 영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고음이 울리면 차단기가 내려오고 사람과 자동차, 자전거까지 모두 멈춘다. 관계자가 나와 주변을 정리하는 사이 짧지만 낭만적인 순간이 만들어진다. 기차가 철길을 가르며 지나가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그 장면을 담는다.

    마치 근대와 현대가 한 프레임 안에 공존하는 풍경이었다. 아날로그 철길의 질감과 도심의 높은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이 공간만의 인상을 완성했다.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이곳을 찾는 발걸음도 눈에 띄게 늘었다. 건널목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40대 남성 B 씨는 "예전에는 한국인 방문객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특히 스냅 사진을 찍으러 오는 20대들이 정말 많다"며 "건널목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하나의 풍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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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 골목을 방문한 A 씨는 "엄청 특별하게 꾸며진 길은 아니지만 그래서 기억에 더 남는다"고 전했다. /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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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고등학교 역시 서울을 대표하는 드라마 촬영지 중 하나다. '도깨비' '그 해 우리는' '닥터슬럼프' '선재 업고 튀어' 등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며 익숙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교문과 담장, 건물의 배치만으로도 드라마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서울 곳곳의 촬영지들은 특별히 꾸며진 세트장이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골목과 건널목, 학교와 마을이 드라마를 만나 하나의 장면이 된다. 그리고 그 공간을 직접 걸어보는 순간 시청자들은 단순한 관람객을 넘어 다시 한번 이야기에 참여하는 경험자가 된다.

    드라마는 끝나지만 그 장면이 남긴 공간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남아 있다.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을 떠올리며 익숙한 그 거리를 다시 걸어본다면 일상 속에서 특별한 장면을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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