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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08 (일)

    3년 전에는 한국, 이번에는 대만에 일격…확실한 ‘경계 대상’으로 올라선 호주[WBCX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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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경향

    호주 선수들이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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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은 최소 조 2위를 확보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일본의 전력이 워낙 막강하긴 했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해보이는 목표였다.

    이런 한국의 꿈은 첫 판에서 산산조각 났다. 호주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7-8 충격패를 당한 것이었다. 6회까지 4-2로 앞서다 7회와 8회 3점씩 내줬고, 결국 무조건 이겨야 했던 경기를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후 한국은 일본과 2차전에서 3점을 먼저 뽑고도 마운드가 버티지 못하며 4-13 완패를 당해 2연패에 빠졌다. 이후 체코와 중국을 연달아 잡았지만 최종 성적 2승2패로 일본(4승)과 호주(3승1패)에 밀려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을 떨어뜨린 결정적인 역할을 제공했던 호주가 3년이 지난 이번 WBC에서는 대만에 악몽을 안기며 다시 한 번 ‘복병’임을 알렸다. 호주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투타 조화를 앞세워 대만을 3-0으로 완파하고 기분좋게 출발했다.

    2024년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대만은 이번 WBC에 최정예 멤버로 출전했다. 2013년 대회에서 유일하게 본선 1라운드를 통과했던 대만은 2017년과 2023년 대회에서는 모두 조별리그 탈락했다. 이번 대회에 단단히 각오를 다지고 나온 대만은 투수진에만 해외파 9명을 발탁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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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스 웰스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1차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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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에게 호주전은 중요했다. 대만은 역대 WBC에서 2013년 대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첫 판에서 졌다. 이번에도 패할 경우 일본과 한국전을 넘겨둔 상황에서 대만이 받을 심적 압박은 상당할 수 밖에 없었다.

    대만이 호주전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는 에이스 쉬뤄시를 투입한 것으로 증명된다. 파이어볼러로 소문난 오른손 정통파 투수인 쉬뤄시는 지난 시즌까지 대만프로야구 웨이치안 드래곤스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일본프로야구(NPB) 퍼시픽리그의 강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3년 15억엔에 계약하며 일본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호주는 쉬뤄시의 강력한 구위에 눌려 4회까지 무득점으로 끌려갔다. 이때만 하더라도 쉬뤄시를 투입한 대만의 선택이 적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쉬뤄시가 내려간 후 호주 타자들은 거짓말처럼 살아났다. 5회말 로비 퍼킨스가 대만의 두 번째 투수 천보위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대만에 충격을 안겼다. 2023년 대회 한국전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쐐기 스리런홈런을 날렸던 퍼킨스는 이번에도 결정적인 한 방으로 대만을 흔들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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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 퍼킨스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5회말 투런홈런을 치고 있다. 도쿄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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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7회말에는 2024년 메이저리그(MLB)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에 빛나는 트래비스 바자나가 대만의 네 번째 투수 장이를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총알처럼 넘어가는 쐐기 솔로홈런을 작렬하며 대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사실 이날 호주에서 가장 빛났던 전술적인 운용은 마운드에 있었다. 호주는 이날 알렉스 웰스(3이닝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잭 오러플린(3이닝 2피안타 무실점), 존 케네디(3이닝 1피안타 무실점) 등 3명의 왼손 투수만 사용해 대만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대만은 호주 선발 웰스가 왼손 투수이긴 해도 구위가 그리 뛰어나지는 않은 투수라 판단했는지 선발 라인업에 5명의 왼손 타자를 기용하는 안일함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패착이 됐다. 이후 뒤늦게 오른손 타자들을 대거 대타로 투입해봤지만 승기는 넘어간 상황이었다.

    프로리그가 있는 한국, 미국, 일본과는 다르게 호주는 세미프로리그로 진행된다. 전력에서 크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당장 이번 대회에 참가한 호주 선수들 중 MLB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바자나와 커티스 미드 뿐이며, 대부분이 호주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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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스 바자나가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만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7회말 솔로홈런을 친 뒤 포효하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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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호주가 남반구에 위치해있어 계절도 반대다 보니 리그는 11월부터 2월까지 진행된다. 이는 WBC가 열리는 해에는 큰 이점으로 작용한다.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대부분 유지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대회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가 대만을 잡은 것은 분명 한국에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은 5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일본(7일), 대만(8일), 호주(9일)를 차례대로 만난다. 최약체 체코는 제쳐두더라도,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영향을 끼칠 일본, 대만, 호주전은 한국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기다.

    당초 한국은 이번 대회 가장 중요한 경기로 대만전을 설정하고 준비해왔지만, 호주가 만만찮은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호주가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라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호주는 이날 등판한 3명의 투수가 모두 50개 미만의 투구수를 기록해 휴식을 취하고 한국전에 다시 나올 수 있다. 다시 말해 호주도 상황에 따라 한국전에 총력전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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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4일 일본 도쿄돔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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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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