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체코의 경기. 대표팀 주장 이정후의 모습.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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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체코의 경기. 1회말 1사 1루 이정후가 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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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오늘은 (미국을) 동경하지 말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을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일본 대표팀 선수들을 라커룸에 모아놓고 한 이야기다. '종주국'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무대다. 그 핵심인 미국 대표 선수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주눅이 들 수도 있는 상황. 이런 가운데 오타니는 경외심을 내려놓고 맞수로서 미국을 바라보고, 승리를 쟁취하자는 의미의 연설을 했다. 일본은 미국의 안방에서 3대2 승리를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오타니가 당시 팀 동료이기도 했던 미국 주장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모자를 벗어던지며 포효하는 장면은 세계 야구사를 관통하는 명장면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2026 WBC 본선 1라운드 C조 2차전. 운명의 한-일전이다. 오타니가 명연설을 남긴 3년 전 결승전과는 무게감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한국 야구에겐 결승전 못지 않은 무대다. 2009년 대회 준우승 이후 3연속 1라운드 통과에 실패한 굴욕의 역사를 끊어내야 하는 무대. 이번 대회 우승을 바라보는 일본은 결선 라운드가 펼쳐지는 마이애미로 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상대다.
객관적인 전력은 열세다. 일본은 6일 대회 첫 경기부터 2024 프리미어12 우승팀 대만을 상대로 한 이닝 10득점 빅이닝을 만드는 등 가공할 경기력을 앞세워 13대0, 7회 콜드승을 거뒀다.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득점을 뽑아냈고,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가 3⅔이닝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 바통을 이어 받은 계투진은 대만 타선을 7회까지 단 1안타로 묶으면서 콜드승에 힘을 보탰다.
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경기. 2회초 2사 1,3루 김도영이 3점홈런을 치고 이정후와 기뻐하고 있다. 오사카(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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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경기. 이정후와 저마이 존스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오사카(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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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면에서도 일본은 한국 야구보다 한 수 위다. 류지현호에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 다저스),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셰이 위트컴(휴스턴 애스트로스),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등 메이저리거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소속팀 '핵심 자원'으로 꼽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일본은 오타니, 야마모토 외에도 오카모토 가즈마(토론토 블루제이스), 무라카미 무네타카(시카고 화이트삭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기쿠치 유세이(LA 에인절스), 스가노 도모유키(콜로라도 로키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등 소속팀 핵심자원 내지 빅리그에서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국내파 역시 KBO리그보다 한 수 위로 꼽히는 일본 프로야구(NPB) 최정예가 모여 있다.
지난 대회 1라운드에서 한국은 비슷한 구성의 일본과 만나 3대14 참패를 당했다. 앞서 호주전에서 패한 뒤 충격 속에 나섰던 3년 전 한-일전과 달리, 이번엔 체코를 상대로 쾌승을 거두고 하루 휴식까지 취한 만큼 상황의 차이는 있다. 다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에 열세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승부다.
물론 맥없이 물러설 수 없는 한-일전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내용 면에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래야 이어질 대만, 호주전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과 체코의 경기. 선수 소개때 안현민,이정후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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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과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 경기 전 타격연습을 마친 이정후가 류지현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오사카(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6.03.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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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 나선 류지현호 최고의 무기는 '분위기'다. 2월 중순 소집 이후 무르익던 분위기가 메이저리거까지 합류한 일본에서 최고조에 달한 모양새다. 체코전에서 홈런 4방을 앞세워 승리한 결과도 결과지만, 그 과정에서 더그아웃 모두가 보여준 '원팀'이 돋보였다. 이런 분위기가 일본전에서도 이어진다면 열세 속에도 해볼 만한 승부는 충분히 펼칠 수 있다.
때문에 캡틴 이정후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 차례 한-일전을 경험해 온 이정후는 이번 대회에 그 누구보다 의욕을 불태웠던 선수이기도 하다. 체코전에선 더그아웃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 할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뛰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은 동료들에게 자극제가 되기에 충분하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깊은 울림을 전할 만하다. 열세 예상 속에 나서는 일본전을 앞두고 선수단을 '원팀'으로 똘똘 뭉치게 할 수 있는 한 마디의 힘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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