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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0 (화)

    "문보경을 MLB로" 국대 멱살 쥐고 마이애미 끌고 간 위대한 원맨쇼 [2026 W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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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제 투런 포함 3안타 4타점
    이번 대회에서만 팀내 최다인 11타점 폭발
    이견없는 국대 클린업 문보경... MLB서도 대서특필


    파이낸셜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대한민국 문보경이 2회초 무사 1루 투런홈런을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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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문 오버 마이애미(Moon over Miami)."

    미국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메인 화면에 굵은 활자로 박힌 찬사다. 유명한 재즈곡이자 1941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제목에서 따온 이 절묘한 언어유희는, 도쿄돔 밤하늘을 가르고 미국 마이애미로 향하는 시원한 '문샷(Moonshot·대형 홈런)'을 터뜨린 대한민국 등번호 35번, 문보경(LG 트윈스)을 향한 전 세계 야구계의 경악과 찬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야말로 국가대표팀의 멱살을 틀어쥐고 태평양을 건너 마이애미로 끌고 간, 한국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원맨쇼였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조별리그 호주와의 최종전은 오직 문보경을 위해 마련된 거대한 독무대였다.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5타수 3안타 1홈런으로 혼자서 무려 4타점을 쓸어 담으며, 기적의 '5-2 미션(5점 차 이상 승리, 2실점 이하)'을 자신의 방망이 하나로 기어코 완성해 냈다.

    파이낸셜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5회초 2사 한국 문보경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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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대회 류지현호의 진짜 '해결사'는 두말할 필요 없이 문보경이다. 5일 체코전 선제 결승 만루홈런(5타점)으로 예열을 마친 그는, 7일 숙적 일본전에서 메이저리거 기쿠치 유세이를 사정없이 두들겨 2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8일 대만전에서도 귀중한 적시타로 타점을 신고하더니, 운명의 호주전에서 기어코 대폭발하며 4경기 연속 타점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대회 총 11타점. 현재 2026 WBC 참가국 전체 선수 중 압도적인 타점 1위다. 도쿄돔 백네트 뒤편에 진을 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이 일제히 '코리안 몬스터' 문보경을 향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기적을 향한 득점 행진의 포문도, 쐐기도 모두 문보경의 몫이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2회초 무사 1루, 호주 선발이자 KBO 소속팀 동료인 라클란 웰스의 공을 자비 없이 걷어 올려 우중월 선제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베이스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그는 리우 올림픽의 펜싱 영웅 박상영처럼 "할 수 있다!"를 목청껏 외치며 벼랑 끝에 몰려있던 대표팀의 심장 박동을 단숨에 뜨겁게 달궜다.

    파이낸셜뉴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조별리그 C조 4차전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5회초 2사 2루 한국 문보경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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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의 식욕은 멈추지 않았다. 3회초 1사 2루 찬스에서 다시 한번 외야 우중간을 꿰뚫는 1타점 2루타로 이정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5회초 2사 2루 세 번째 타석에서는 왼쪽 펜스를 직격하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마이애미행 조건(5점 차)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쐐기 타점을 올렸다.

    2루 베이스에 안착한 그는 동료들을 향해 양팔을 쫙 벌리는 시원한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치며 마이애미행 전세기 탑승을 스스로 자축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온 9회말 마지막 수비. 7-2의 스코어로 17년 만의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역사적인 순간, 한국의 마이애미행을 결정짓는 27번째 아웃카운트를 1루 미트에 쏙 집어넣은 주인공 역시 경기 후반 1루수로 자리를 옮겼던 문보경이었다.

    기적의 시작과 끝을 완벽하게 지배한 것이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던 희박한 확률. 그 가혹한 바늘구멍을 시원한 문샷으로 산산조각 낸 문보경의 거침없는 스윙은 한국 야구의 17년 묵은 체증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도쿄돔을 제집처럼 폭격한 이 무서운 타자의 시선은 이제, 결선 무대가 열리는 미국의 한복판 마이애미를 정조준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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