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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전설' 마스터스·아이그너 가문·유일한 아이티 선수…'인간 승리' 주인공[2026 동계패럴림픽 결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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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노빌 아픔 이긴 마스터스, 4관왕으로 건재함 과시

    '전원 메달리스트' 아이그너 가문, 금 7개 합작

    뉴시스

    [테세로=AP/뉴시스] 미국의 옥사나 마스터스.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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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르티나담페초=뉴시스]김희준 기자 = 패럴림픽 무대 위에서 장애는 제약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하는 새로운 지평이 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서도 신체적 한계를 딛고 도약한 영웅들이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지워내며 전 세계에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장애인 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는 자신의 8번째 패럴림픽 무대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마스터스는 이번 대회에서만 금메달 4개를 추가해 하계와 동계를 통틀어 총 24개(금 13·은 7·동 4)의 메달을 수확, 역대 미국 선수 패럴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스터스의 삶은 그 자체로 드라마다.

    1989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방사능 영향으로 양쪽 다리 기형과 손가락·발가락 다지증, 신장 결손 등 심각한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학대당하던 그는 미국으로 입양된 후 스포츠를 통해 상처를 치유했다.

    조정, 사이클,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메달을 일궈낸 그는 이제 패럴림픽의 상징적인 스타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스터스는 36세의 나이에 한국 장애인 스포츠의 '간판 스타' 김윤지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세월의 흐름조차 비껴간 독보적인 기량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끈끈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 '가족 영웅'들도 있었다.

    뉴시스

    [코르티나담페초=AP/뉴시스] 페로니카 아이그너(오스트리아)와 그의 가이드 에릭 디그루버.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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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의 '스키 명가' 아이그너 가문의 기세는 이번 대회에서도 매서웠다.

    5남매 중 3명이 시각장애를 가졌고, 이들 모두가 패럴림픽 메달리스트인 이 가문의 전설은 자녀의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부모의 확고한 교육 철학에서 싹 텄다.

    시각장애인 동생들의 가장 든든한 조력자는 비장애인 자매들이었다.

    큰 언니 임가르트와 둘째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선수 꿈 대신 동생의 '눈'이 되어주는 가이드의 길을 택했다. 먼저 임가르트가 동생 페로니카의 가이드로 나섰고, 그 뒤를 이어 엘리자베스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수년간 '자매 팀'으로 설원을 누비며 수많은 금메달을 합작해 온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예기치 못한 변화를 맞았다. 엘리자베스는 이번 대회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하는 악재를 만났다.

    그러나 페로니카의 금빛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페로니카는 급히 호흡을 맞춘 가이드 릴리 자머, 에릭 디그루버와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이며 알파인스키 종목에서 금메달 4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 변함없는 실력으로 설원을 장악했다.

    막내 남동생 요하네스 아이그너 역시 가이드 니코 하버를과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남자 알파인스키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뉴시스

    [코르티나담페초=AP/뉴시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패럴림픽에 출전한 유일한 아이티 국적 선수 랄프 에티엔.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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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달 색깔보다 값진 희망을 보여준 이도 있었다. 아이티 국적의 유일한 선수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랄프 에티엔이 주인공이다.

    에티엔은 이번 대회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입식에 출전해 아이티 역사상 첫 동계 패럴림픽 출전 선수가 됐다.

    그의 여정은 2010년 아이티를 덮친 대지진 한복판에서 시작됐다.

    당시 무너진 다층 건물 더미 아래 거꾸로 갇혔던 그는 8시간의 사투 끝에 구조됐으나 왼쪽 다리를 잃었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그는 절망 대신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그가 스키를 시작한 건 불과 3년 전이다. 산이 좋아 친구들의 여행을 따라갔다가 처음 만져본 눈에 매료되어 스키 장비를 신었다.

    경기에서는 비록 최하위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에티엔은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진의 잔해에서 이제는 세계 최고의 스키어들과 함께 산 정상에 서게 됐다"며 "4년 뒤에는 단순히 참가자가 아니라 금메달을 따러 다시 돌아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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