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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16 (월)

    '18세 세계 챔피언 탄생'…김영원, 당구판 뒤집은 ‘천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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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 때 프로 입문→월드챔피언까지 초고속 질주

    “우승 상금 일부 기부하고 싶다”…실력·품격 입증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8세 당구천재’ 김영원(하림)은 당구를 칠 때면 마치 수십년간 당구를 쳐온 베테랑처럼 냉철하고 진지하다. 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할 때는 영락없는 10대 소년이다.

    김영원은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왕중왕전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PBA-LPBA 월드챔피언십’(이하 월드챔피언십) PBA 결승전(7전 4선승제)에서 조건휘(SK렌터카)를 세트스코어 4-2(10-15 15-10 15-8 9-15 15-13 15-2)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데일리

    만 18세 나이로 프로당구 PBA 월드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당구천재' 김영원. 사진=P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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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2024~25시즌 1부 투어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뒤 채 2년 도 안돼 ‘월드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일반 투어대회까지 포함해 벌써 3번째 우승이다. 통산 상금은 이미 5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김영원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어린 시절 자신에게 당구의 꿈을 심어준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당구를 처음 시작할 때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있다”며 “‘해커’ 삼촌”이라고 말했다.

    해커는 가면을 쓴 채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하는 당구 인플루언서다. 2021년에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PBA 대회에 출전해 당시 최강자였던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을 꺾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영원은 어린 시절부터 ‘해커’가 운영하던 당구장에서 공을 잡았다. 그는 “처음 당구를 접했을 때부터 가능성을 알아보고 ‘무조건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분”이라며 “지금까지도 큰 힘이 되는 존재”라고 했다.

    ‘해커’에게 스승과 제자 관계로 정식 레슨을 받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김영원에게 ‘해커’는 멘토나 다름없었다.

    김영원은 “레슨을 받으며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같은 구장에서 지내며 제가 어려워하는 순간마다 찾아와서 공을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조언뿐 아니라 멘털 관리에도 도움을 줬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마음이 흔들릴 때도 많이 잡아주셨다”고 덧붙였다.

    김영원은 ‘해커’와 지금도 종종 당구를 함께 친다. 김영원은 “지금도 ‘해커’ 삼촌을 상대로 승리하기 쉽지 않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최근에는 제가 조금 앞서는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날 결승전은 쉽지 않은 승부였다. 특히 0-9로 크게 뒤지고 있던 5세트에서 흐름을 뒤집은 장면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김영원은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 있던 상태였다”며 “초반에 실수하면 안 되는 공도 몇 번 놓쳤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치자고 생각했다”고 했다. 부담을 내려놓자 오히려 경기력이 살아났다. 그는 “그렇게 제 당구를 하다 보니 점수가 더 잘 나왔다”고 설명했다.

    준결승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것과 달리 결승전은 다소 답답한 흐름 속에서 진행됐다. 김영원은 “결승 1~2세트 때 저도, 조건휘 선수도 공이 잘 풀리지 않았다”며 “경기가 길어지면서 그 흐름이 3~4세트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가면서 쉽게 흐름을 잡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김영원은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영광을 돌렸다. 그는 “할아버지가 지난 1월 팀리그 5라운드 때 돌아가셨다”며 “생전에 찾아뵈었을 때 ‘재밌게 당구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또 아버지에게 감사해하라는 말도 해주셨다”고 했다.

    그 말을 마음에 새기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는 김영원은 “그 말씀을 생각하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우승 순간에도 기뻐하기 보다 담담하게 박수를 보내던 아버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영원은 “사실 우승 직후에는 사진 촬영과 인터뷰 때문에 아직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평소에도 말씀이 많지 않은 분”이라며 “결승이 끝난 뒤 아버지를 봤을 때도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부모님이 특별히 건넨 말도 없었다. 김영원은 “항상 제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알고 계셔서 크게 말씀하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주는 방식이었다는 설명이다.

    김영원은 중학생 시절 PBA 챌린지투어(3부)에 입성했다. 어린 나이에 프로 무대에 도전한 그는 불과 몇 년 만에 세계 정상까지 올라섰다. 성장의 배경으로는 꾸준한 기본기 훈련을 꼽았다.

    김영원은 “중학생 때는 강하게 공을 치거나 난구를 많이 실패했다”며 “베팅과 큐스피드를 높이는 연습을 계속하면서 하나씩 맞아가다보니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선배 선수들의 도움도 컸다. 김영원은 “선배들이 라이벌이라 잘 알려주지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궁금한 것이 있어 여쭤보면 항상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조재호 선수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고 털어놓았다.

    하림 팀원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결승전 현장에는 팀 동료들이 찾아와 응원을 보냈다. 특히 정보윤이 김영원의 우승 직후 눈물을 흘리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김영원은 “팀원들이 정말 저를 많이 아껴준다”면서 “당구는 개인 스포츠라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 팀리그를 하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많이 느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16강전을 꼽았다. 김영원은 “륏피 체네트 선수를 상대한 경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정말 쉽지 않은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세계 정상에 올랐지만 스스로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짚었다. 김영원은 “스트로크를 할 때 상박이 함께 딸려 나오는 습관이 생겼다”며 “상반신이 들리는 형태인데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고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목표도 분명했다. 김영원은 “최상위권 선수들에 비하면 애버리지가 아직 낮은 편”이라며 “애버리지를 더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벌써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지만 장기적인 목표도 차분하게 밝혔다. 김영원은 “20대에는 군대를 가야 한다”며 “그래서 가능하다면 1년에 세 번 정도 우승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퇴 시점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40대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그 생각은 같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저보다 더 잘하는 선수들이 나타난다면 그때까지도 계속 선수 생활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 상금 2억원의 사용 계획도 밝혔다. 김영원은 “대회 시작 전에 저보다 두 살 어린 소설가가 1억원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 소식을 보고 저도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금액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기부를 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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