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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17년 만에 2라운드에 진출한 한국 야구에도, 국내 최고령 출전 기록을 쓴 노경은(42·SSG)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35홀드로 KBO리그 최고령 홀드왕 기록을 2년 연속 갈아치운 진가가 고스란히 나타난 무대였다. 대표팀 투수 중 유일하게 5경기에 모두 등판했고 대표팀의 2라운드 진출 여부가 걸려있던 지난 9일 호주전에선 2회 급히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베테랑이 가진 풍부한 실전 경험도 큰 도움이 됐겠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가 늦게 끝나거나 우천 취소가 되나 똑같은 루틴을 소화해온 노경은의 단단한 세월이 세계 최고의 야구 대회에서 증명됐다. 16일 새벽 귀국한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노경은을 MVP로 지목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이날 “감독으로서 그런 선수를 만나는 건 복이다. 프로 선수는 야구장에서 증명하는 건데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냈고 아프다는 소리도 한 번 안 하고 팀이 어려울 때는 3연투하겠다고 한다. 그 이상 좋은 선수가 있겠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령탑은 앞으로 이틀간 야구장에 나오지 말고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지만 노경은은 한국 땅을 밟은 지 약 6시간 만에 인천 SSG 랜더스필드를 찾았다. 랜더스필드에서 만난 노경은은 “지금 감이 너무 좋고 루틴상 웨이트를 해야 하는 시기다. 구장에 나와서 트레이닝 파트에 몸을 맡기는 게 더 회복에 좋을 것 같아서 나왔다”며 “비행기에서 많이 자서 시차도 잘 맞췄다”고 미소지었다.
노경은은 한국 야구가 1라운드에서 탈락한 2013 WBC 대회에도 참가했었다. 그는 “2013년에는 그냥 열정으로 준비하고 경기에 임했다. 많이 부족했었다”며 “이번에는 열정보다는 체계적인 루틴으로 어떻게 컨디션을 관리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지를 알겠더라. 과거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체계적으로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노경은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건 정말 영광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과 한 팀에 몸담았다는 게 매우 큰 자부심이고 영광이다. 나라를 대표해 나갔다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말했다.
8강 진출을 확정하고 마이애미행 전세기에서 생일 파티를 한 것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노경은은 “내가 죽기 전에 제일 행복했던 순간을 얘기하라고 하면 그 생일파티 얘기를 꺼낼 것 같다. 전세기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케이크를 들고 파티를 해줬다. 심지어 생일을 두 번 보냈다. 미국에 도착하니까 또 11일이더라”고 웃으며 “2026년 생일은 내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대표팀의 토너먼트 처음이자 마지막 경기가 됐지만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진행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8강전은 노경은이 꿈을 이룬 시간이었다. 노경은은 “살면서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나중에 은퇴하고 미국에 놀러 갈 일이 있으면 티켓 사서 경기를 보고 싶었다”며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는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꿈을 이뤘다”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물론 콜드게임 패배는 뼈아팠다. 노경은은 “솔직히 많이 분했다. 한국 야구가 콜드패를 당할 정도의 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려서 콜드게임이 된 것 같다”며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끝난 분위기여서 선수들도 많이 분하고 억울해했다. 그래도 앞으로 후배들은 계속 대표팀에 나가야 하는 선수들이니까 이런 결과에 기죽지 말라는 좋은 말들을 (이)정후나 현진이가 후배들에게 많이 해줬다”고 말했다.
노경은보다 3살 적은 류현진(39)은 이번 대회를 마치고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노경은에게 향했다. 노경은은 “(류)현진이는 슈퍼스타니까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는데 나한테는 물어보는 분이 없으니 은퇴를 하는지 안 하는지 사람들이 모른다. 그래도 나는 자동 은퇴 아니겠나”라고 웃었다. 이어 “팀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서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은퇴 선언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 클래스도 아니지 않나”고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의 WBC는 끝났다. 이젠 다시, 팀 필승조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한다. 노경은은 언제나처럼 덤덤하게 새 시즌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국제대회에서 시합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환경에서 잘 대우받으면서 공을 던지고 왔기 때문에 힘든 건 전혀 없다”며 “지금 KBO리그 시범 경기가 진행 중이지만 나도 좋은 시범 경기를 하고 왔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예년보다 페이스를 빨리 올렸다는 생각은 없고 매년 시즌을 준비해온 것과 똑같은 상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 |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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